박카스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갑작스레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오며 정신이 멍해졌다.
함께 있던 이가 맥주 한 잔 하자는 걸 완곡히 거절하고 약국에 들러 상비약과 함께 박카스 한 병을 사서 나오는데,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라는 CF 카피가 떠올라 머쓱한 웃음이 났다.
박카스란 것이, 원기를 회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원기를 쥐어짜서 한꺼번에 몰아주는 것이라 했던가.
이래저래 몸엔 별로 안좋다지만, 갑작스런 피로의 간편한 응급처치용으론 그만한 걸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쵸코파이와 같은, 딱 그 만큼의 정감어린 무언가가 박카스엔 있다고 느끼는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박카스 CF로는, 막차 버스 운전사가 종점에 이르러 잠든 학생을 깨우고 박카스를 건네며 “학생, 공부 하느라 힘들지?” 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학생, 술 쳐먹느라 힘들지?” 라는 변형 버전이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박카스의 힘으로 무사히 집으로 귀환하여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나서 냉장고에 남은 카프리 한 병까지 홀짝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얄님의 블로그를 봤다. 눈과 마음을 가지런하게 해주는 이미지와 글을 따라가다, “ 오직 그리고 쓰는 일에 집중하려 스스로를 더 고립시키고, 삶을 더 간편하고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는 대목에 이르니, 순간 내 피로의 원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박카스로도 회복이 안되는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
생존의 방식, 삶의 모양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쩔 수 없이 받아야하는 전화들이 있으므로 따라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산만해지고 방만해진 일상으로 인하여 몸과 신경세포 곳곳에 누적된 피로를 줄이고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그러한 작정이 필요하다는 생각.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얄님에게 마음을 모아 건투를 보내고, 나 자신에게도 건투를 보냈다.

2 답글
  1. yaalll
    yaalll says:

    마음을 모아 보내주신 격려,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게 보내주신 건투보다 ‘저 자신에게도 그리하였’다는 대목에 더욱 뭉클해졌더랬습니다.^^
    하경씨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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