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Dec 2011

연말에.

* 렌즈 하나, 만년필 하나를 분양 보내고 이어 책들을 내보내려 하고 있다. 
새로 나온 시와의 시디를 구입하려 알라딘에 접속했다가, 가진 책들을 팔아보라는 권유 메시지에 혹한 게 시작.
할 일도 많은데 제껴놓고 다시 안 보겠다 싶은 책들을 과감히 골라내어 이중 알라딘 중고샵에서 처분 가능한 걸 등록하다보니 63권, 3박스가 넘고 매매가가 189,300원이나 된다.
남은 책들은 아주 최근의 것을 제외하면 오래 되어서 매매가 안되는 책들이거나 언젠가는 다시 보겠다 싶은 책들이고, 대체로 먼지가 조금 앉은 것들이 많다.
생각해보니 예전엔 책 사는데 매우 매우 신중하게 고민을 했더랬는데, 요즘엔 덜 고민을 한다. 그러니 다 안 읽고 내보내는 책도 좀, 아니 꽤 있다. 반성할 일이다.
알라딘 중고 이용의 단점도 이것이다. 정가에 비해 훨 저렴하다 보니 팍 꽂히는 책이 아니어도 좀 느슨한 잣대로 선택이 된다. 그러다 보니 읽는 것에 좀 소홀해진다. 기억하고 명심해둘 일이다.
어쨌거나 책장이 좀 헐거워지고 책상위와 아래에 마구 쌓아논 책들이 책장으로 옮겨지니, 내 마음도 좀 헐거워지고 가벼워졌다. 책상도 훨 넓어졌다. 부스스한 머리를 쳐냈을 때처럼 기분이 좋다. 넓은 책장을 가지고 싶은 욕심도 좀 사그라든다.
당분간 새로 책을 들이는 걸 자제하고, 이미 내 것이 되었으나 미처 읽지 못한 것들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바깥을 서성이는 걸 줄이고, 내 안의 것들을 응시하고 돌보아야겠다.


* “삶의 어느 법정에서건 나는 그녀를 위해 증언할 것이다.”(신형철, 느낌의 공동체)
라는 문장에 연필로 줄을 쳤다. 책머리에, 그것도 편집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대목 말미에다가!
좀 어이없긴 하지만, 그러한 나, 또는 그녀를 가졌는지를 생각해보는 건, 새해를 앞둔 이 시점에서 어울리는 작태인 거 같긴 하다.

*카메라 무상 AS 기간이 12월 22일인데 아직도 가지 못했다. 오는 토요일과 월요일 촬영이 있어서 아무래도 담주 화요일에나 아슬아슬하게 가야할 듯 하다. 무상 서비스 기간이 지나면  핀 점검 등에 돈이 꽤 드므로 그 전에 점검을 받아야 한다.

내 삶에도 누군가가 댓가없이 혹은 적은 댓가로 교정을 해줄 수 있는 때가 있었을 텐데, 지금은 오롯이 내 부담이다. 그런 지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포커스만 헐렁해진 것이 아니다. 어긋나고 마모되고 잘못된 것들은 점차 늘어나는데, 이제는 아무리 큰 댓가를 지불해도 아예 교정 불가한 것들이 많아진다.
어쩌면 헐렁하고 어긋난 포커스를 가지고 망연해하거나 한탄할 게 아니라, 그에 기반한 새로운 미학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Comments

  1. 망년회 해야죠~

  2. 포커스라…. 몇넌전부터 노안으로 생활에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자잘한 번뇌를 블러처리 하면서 보는 나이 라는것 같기도 하고..

    • 아시다시피(ㅋㅋ) 사람들이 제 나이를 좀 낮춰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안경점에 가면 거의 정확히 맞추더군요. 눈에는 나이가 정직하게 드러난다나 봐요. 저도 요즘엔 가까운 작은 글씨엔 눈이 쉬 피로해져서, 내년부턴 종이 아낀다고 2페이지씩 프린트해 보는 걸 그만두어야지 하고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제가 아는 대표적인 美중년의 한 분이신 美東님이시니, 고로 아직 젊으시니, 블러값은 아직 조금만 해주시길. 저도 블러처리되어 날아갈까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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