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Dec 2011

오랫만에 웹표준.

진보넷의 메타 블로그인 진보블로그에 종종 들르는데 오늘은 이런 게 올라왔다.
웹표준과 관련한 문제의식들을 보니 반가움이 들었다. 내가 직장에서 웹기획일을 하던 즈음에 가장 많이 발설했던 단어도 웹표준이었으므로.
아주 오래 전 어떤 운동 단체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컴맹에 가까운 실무자에게 내가 했던 말도 생각났다.
지금 시대 컴퓨터는 책상, 종이와 연필 같은 필수품이라고(뭐 지금 생각하면 적당한 비유는 아니다만), 기계(기술도 아닌)에 대한 혐오를 표방하며 제껴둘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데이타를 넘겨받고 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은 극히 미미한 데다 요구받는 일은 많다보니 그러한 기술과 엔지니어에 대한 경시가 약간의 짜증이 났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큰 안타까움이 있었다. 문화라는 것을 매개로 대중사업을 펼쳐야하는 이들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그 실무자가 아는 후배였기에 조심스레 건넸던 조언이긴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고, 컴퓨터가 단지 비인간적인 하드웨어-기계에 불과한 것은 아니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으며, 그에 기반한 각종 기기들,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웹은 최근에 이슈가 된 여러 사건들에서 명확히 드러났듯이 진보진영의 가장 강력한 매체가 되었다.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있었던 디도스 공격과 이를 간파해내고 이슈화한 과정을 보면, 기술문명에 대한 태도의 차이와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뭐 초기웹이 지녔던 진보적인 기본정신을 생각해본다면 그 연관성을 순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기술의 시작을, 여전한 기반을, 그 무시무시한 동력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진보 블로그를 기웃리다보면 올라오는 콘텐츠들의 폭넓음과  깊이에 좀 놀란다. 사이트는 투박하지만 다방면의 심오한 (즉 어려운!) 이론들과 삶의 현장의 질퍽하거나 발랄하거나 진솔한 이야기들이 격의없이 올라와 있다.
그러한 전방위적 콘텐츠들과 함께 시스템 운영자의 디테일하고 감각적인(전개되는 당대의 기술에 대한 감각을 나름 긴장감 있게 유지한다는 면에서) 문제의식이 슬쩍 드러나면 – 잘 모르는 게으른 구경꾼으로 보기에는 – 아직은 소박하지만 뭔가 파워풀한 가능성을 가진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생겨난다. 그러기를 기대한다.  
그나저나… 나의 감각은 점차 둔해지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학습을 통해 유지되는 감각인데, 워낙 게으른 데다  천성적 아날로그적 습성은 그러한 긴장을 유지하길 거부하고, 직장을 나온 이후로는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한계도 작용하다보니 점점 더 새로운 트랜드에서 멀어진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비해 활용도도 훨 낮다. 그러나 그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다. 한창 일할 때 좀 더 재밌고 신나거나 의미있는 일을 만났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으나 그러지 못했고, 지금은 나의 나이나 한계를 인정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사실 좀 딴 데 마음이 가 있긴 하다.)
그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궁리로 머리가 복잡하긴 하지만, 어쩌랴…
(헉. 요만큼 길이의 잡글을 쓰고 나서도 다시 읽어보니 오타와 어색한 문맥이 보여 몇 군데나 고쳤다. 전화를 받거나 밥을 먹으면서 딴 일을 하는 걸 – 어떤 때는 이 세 가지도 동시에 한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집중력의 급격한 저하를 슬퍼할 일이다. T.T)

Comments

  1. 우왕.. 감사합니다 ;ㅁ;
    트랙백 걸어주시지 그러셨어요!!!!
    저는 님 블로그엔 계속 오고 있는데 지난 사진 수업 빼먹은 게 괜히 마음에 걸려서 댓글도 못 남기고 있었는데…;;;;;; 첫 날 두 강의 듣고 한 번 더 갔었는데 수업 시작하고 들어가서 질답 시간에 도망가느라 인사도 못 드렸어요. 후기도 적는다 적는다 하면서 안 적었고…-_- 올해가 가기전에 쓰긴 쓸 거에요;;; ㅋㅋ
    암튼 감사해요 신나요!!! ㅎㅎ

    • 사진축제는 이제 제 할 일이 끝났으므로 신경 안 써도 되어요^^ 참석해주신 것만으로 고맙지요.
      이게 감사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트랙백도 머뭇거리다 걸었어요. 촌스럽게도 -.-) 신나해주시니 기분 좋네요. 늘 신나게 일하는 모습이 예뻐요.(보기 좋다고 썼다 고쳐요. 이게 더 맞는 말 같아서.)

  2.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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