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큰 실수를 했다.
한 때의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고, 아주 공교롭게 내가 늘어놓은 뾰족한 말들이 정확히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마음 여린 그녀는 아마도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가 오해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 말들이 그 오해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어서 어찌 수습을 해야할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저, 그녀가 그 상처를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관계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이렇게 관계에 서투른 인간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유독 어떤… 중요한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하루 종일 미안함과 자책과 연민 같은 감정들이 마구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 맥주를 연거푸 마시고선, 한 세 사람 정도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 기억이 난다.
두 사람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했고, 먼 거리 너머 공간에 있던  또 한 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이상하게 알콜이 들어가면 누구에게라도 자꾸 이 질문을 해대고 싶어진다.
당신, 행복한가요?

8 답글
  1. 고래씨
    고래씨 says:

    문득 노희경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품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거. 왜냐면 저마다 그만의 진실이란 게 있으므로. ‘그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진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르긴 해도 선배의 ‘실수’가 각자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한 작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료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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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attvaa
    sattvaa says:

    공교롭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일은 “보지 않고 믿는 일”,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일”, “말 할수 없는 것을 말 하는 일”,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는 일” 같은 것들과 등를를 이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입니다. 자유롭지 않기에 자유를 갈망하는 것처럼…행복하지 못하기에 행복은 아름다운 가치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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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attvaa
    sattvaa says:

    첨언 : 한 선배가 전해준 스님과의 대화(스님은 조계종 개혁을 위해 싸우시다가 사태 당시 축대에서 떨어져 큰 상처를 입으시고 한 동안 어느 사찰의 주지를 지내시다가 다시 내어 몰린 분입니다.)

    “그거 알아? 중들은 다 사기꾼들이야. 지들이 뭘 알겠어. 그저 말 몇 마디로 사람들의 여린 구석을 자극하여 먹고 사는 것이지”

    “…?!”

    “그거 알아? 진리가 무언지, 우주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별들은 어떻게 운동하며 또한 무슨 까닭에 빛나는지, 존재의 의미, 본질과 유래…그런 것들에 대해서 부처님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후세의 와전에 의해 마치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전해졌을 뿐이지. 한번 생각해봐. 내 가슴에 화살이 꽂혔어. 그럼 아프겠지? 그리고 그 화살을 얼른 뽑아야 하겠지?
    그 와중에 그 화살을 누가 쐈는지? 그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그 화살은 어떤 나무로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그런 게 중요하겠어? 얼른 화살을 뽑고 상처를 싸매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냐? 부처님은 그랬다고. 단지 삶의 소소한 것들에 대하여 그 고통을 줄이는 방법들을 설법했을 뿐이라고…”

    하경 선배의 글을 다시 읽으며 느닷없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지 여부는 제게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하여 선배가 얼른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힘차게 관계 맺기를 하시기를…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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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os250
      kalos250 says:

      들려준 얘기가 가슴에 확 와닿아 한 음절씩 소리내어 읽었어.
      대부분의 마음의 상처는, 대체로 그 화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지속되고 깊어진다는 걸.. “얼른 화살을 뽑고 상처를 싸매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이라는 걸… 마음에 여러번 되새겨본다. 고맙다. 새해 복 마니 받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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