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동네에서 함께 있던 사람들을 모두 배웅하고, 한참을 걷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집으로 가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었다는 것을.
그마나 스마트폰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느 순간 맞닥뜨린 낯선 풍경들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삼십여분을 타박 타박 되짚어 돌아오면서 며칠 전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가기 싫은 장소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가 왜 이래야할까, 하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 (참석하기 싫은 모임에 대해, 그게 정말 내키지 않는 건 내 컴플렉스일까, 따위를 고민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사람 사는 일이 그러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인정해버리면 훨 가벼워지리라는 것.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 내가 왜 가야할 곳의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었을까, 라는 식의 고민은 정말 쓰잘 데 없는 게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내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야할 곳으로 곧장 간 일이 얼마나 되는가. 어슬렁거리고 헤메이고 서성이던 숱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온 것을 어찌 부정할 것인가 말이다.
그렇다해도… 이젠 좀 덜 헤맸으면 좋겠다.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혼자 ‘들판같은 눈빛으로” 거리를 배회하며 씁쓸한 웃음을 흘리는 따위의 일은 이젠 쫌… -,.-;;
4 답글
  1. 수인 says:

    젊은이들의 글에 무언가 얘기를 하게되면 왠지 살아버린 사람의 잔소리같아서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다시 쓰려니 생각하고 지웠는데 들켰습니다.^^
    “어슬렁거리고 헤메이고 서성이는 것”도 젊음이어서 가능하고 의미 또한 크다고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길이 훤히 보이면 그런 여유(?)라고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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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os250 says:

      수인님의 말씀이 결코 “살아버린 사람의 잔소리”일 수는 없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잔소리를 듣는 “젊은이”가 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모르시나요? ^^
      지우신 거 보고 마음이 몹시 허전하였더랬는데, 다시 발걸음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의 그곳 정취를 상상해봅니다.
      언젠가 수인님이 계신 곳에 발을 딛게 되는 어느날엔, 오늘 같이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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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인 says:

    어젯밤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오는 날도 눈 내리는 날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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