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가운과 노후걱정

운이 좋게 건강한 이빨을 가지고 태어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양치질을 아주 귀찮아했다.

그 버릇이 나아진 건 십여년 전 친구로부터 전동칫솔을 선물받았을 때부터다. 갖다대기만 하면 알아서 해주니 편하기도 하거니와 훨 빨리 끝낼 수 있으니 감탄스러웠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니 몸이 움추러들면서 샤워하기가 귀찮아져 내가 선택한 처방은 목욕가운이다.
타월로된 도톰한 목욕가운을 맘 먹고 장만하니 몸이 샤워하는 일을 즐거워한다.
이게 생각보다 따뜻한 데다 기분도 좋다.
이렇게, 내 안에 아이가 있다.
엄마가 아이를 길들이듯이, 내 안의 아이를 길들이며 산다.
이제 씻고 치카치카해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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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일을 하고 있는 두 군데로부터 취업제의가 있다. 한 회사는 창립 이전부터 내가 일을 해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곳이다. 물론 이제사 취업을 한다면 두 번째가 될 가능성이 크고, 첫번째엔 다음주 쯤 거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거절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아직 못했다.
어쨌거나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다는 건 괜찮은 일이다. 지숙양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언니. 인구가 점점 줄고 있어. 점점 일할 사람이 없어져서 나중에도 우릴 찾게 될 테니까 노후 걱정같은 건 안해도 된다구.”  
반가운 얘기다. 물론 노후에도 일을 해야한다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겠지만, 노후에 대한 걱정을 지금부터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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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폰에서 발견한 사진. 누가 찍었는지 모르지만 반갑다.
강진에서 만났던 아이 사온이와 토토로 음악을 찾고 있었을 거다.
오른쪽에 이화이모님이 쓰신 글씨도 살짝 보인다.  
4 답글
    • kalos250 says:

      저는 무릎을 꿇고 있고 아이는 서 있다는 얘기를 구차히 덧붙였다 지웠었다지요.^^
      사진 보니까 온이가 보고 싶네요. 같이 한바탕 왁자지껄 흥건하게 놀아보고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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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안당 says:

    아이가 연신 ‘칼로스누나’를 부르면서 따르던 이유가 사진속에 있군요.
    아이는 서있고. 누나는 무릎을 끓고있는… 눈높이이의 사랑인 것을요.

    들녘은 추수가 한창입니다. 모든것을 말없이 내어주고나면
    황금이 사라진 들녘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들로 쓸쓸하겠지요.
    벌써 바람결이 찹니다. 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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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os250 says:

      아이들이 저를 잘 따르는 게 ‘굳이 눈높이를 하려 하지 않아도 눈높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으면서, 그 뿐만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습니다. ^^
      한창 추수중인 들녘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이제 머릿속의 들녘 이미지는 좀 더 구체적이고 친밀합니다.^^
      쓸쓸한 들녘이 되어도 이모님의 몸과 마음은 늘 풍성하고 따뜻하시길.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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