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독백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 멀리 떠나 있습니다. 비행기로 열 몇 시간을 날아온 곳입니다.
많은 것이 낯설고 또 낯설지 않은 곳.
낯설다는 것이 내 한 평생을 지내온 곳에서의 삶과  다름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면, 또 낯설지 않다는 건 내가 지내온 그 곳에서 내가 겪은 불화를 해소시켜주는 무언가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에서 그럴 것입니다.
어쩌면…. 그곳에선 끝내 다다를 수 없었던 어떤 지경이 있어서, 그곳과 다른, 머언 어떤 곳에서 또 다른 걸 꿈꾸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당신이라면,  이곳이나 다른 어떤 곳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인, 그런 인간의 존재론적인 문제라고 얘기할까요?
놀러온 것이 아니어서 무척이나 바쁜 나날들 속에서, 문득 문득 두고 온 내 초라한 삶의 자리를 떠올립니다.
가능한 유목민처럼 가볍게 살고자 했던 젊은 날의 치기와, 그것의 실천이든,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했던 처지이든 간에, 나를 지탱하고 있던 그 깃털처럼 가벼운 삶의 무게 말입니다.

그 초라한 내 삶의 자리와 무게를, 이곳 사람들이 애용하는 표현처럼 ‘러브리’하게 떠올린다고 해서, 당신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행복에 대한 강박으로 너무 많은 걸 소유하려하고 그게 짐이 되고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세상에서, 나의 가벼움은 오히려 내 삶의 자긍이자 어떤 항변이 되기도 하니까요. 뭐 이런 삶에 상당한 버티기가 필요하다는 걸 당신이 모를리는 없겠지만요. 이런 얘길 지껄이는 게, 상당한 알콜이 체내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란 것도 당신은 알아차리겠지요? 흐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바닷바람 소리가 허술한 창문을 뚫고 들어옵니다.
멕시코 난류와 한류가 만나 쉴새없이 날씨가 변화하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오락가락하는 이 불확정성의 땅에서, 나는 우리네 삶의 불가해성과 그 위에서 표면장력으로 버티고 견뎌가야할 삶이라는 버거운 미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낯선 공간, 낯선 시간 속에, 그리움의 이름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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