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늦은 밤 귀가길 오피스텔앞 포장마차를 지나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아주머니가 산낙지를 도마위에 철썩 올려놓자, 새하얀 낙지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의인화된 캐릭터 마냥 도마위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는 것이었다. 그 발놀림이 얼마나 빠르고 경쾌한지(실은 필사적이었을 것인데), 마치 유캔 댄스 프로에 출연한 댄서의 화려한 퀵스텝을 보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정신없이 구경하다 아주머니랑 눈이 마주쳐 멋적게 웃고 돌아서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내가 쓰윽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게 산낙지의 경험은 그냥 한 번 어렵게 “성공”을 해본 정도에 불과한데 말이다.
희한하구만.. 하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열어보는데,
문자가 하나 와 있다.
“교교하기 그지없는” 보름달의 출현을 알리는 내용이다.
아하!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
그러니까… 교교한 보름달빛의 기운이 내 안의 있는 야생성을 한껏 북돋은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흐흐
왠지 그 팔팔한 산낙지를 먹으면, 이 무더위에 천근만근 쳐진 몸이 팔팔하게 살아나 훨훨 날 것만 같은….  

3 답글
  1. 푸른고원
    푸른고원 says:

    이백의 시 가운데 이런 게 있네요.
    그날의 달빛과 어쩐지 어울리는 듯하여.

    花下一壺酒 꽃 밑에서 술 한 병 놓고
    獨酌無相親 친한 이 없이 홀로 술을 마시네
    擧盃邀明月 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對影成三人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 되었네.

    달빛 좋은 날 산낙지 먹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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