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8972883328“재미”라는 면에서 크나큰 기대를 가지고 주문하여 어젯밤 도착한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호어스트 에버스, 작가정신)는, 할 일이 마구 밀려 있을 때 그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려고 용을 쓰는 풍경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적어도 양심의 채근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한데 사실상 이건 내게는 너무 익숙한, 그래서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풍경으로, 나는 오늘도 신나지 않은 일들을 하고 싶지 않으면서 양심의 채근을 피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실행에 옮겼다.
오늘 같은 날 좀 더 쾌적하게 늦잠을 자기 위한 커튼 만들기다.

일전에 가지고 있던 천을 재활용 하느라 만든 게 반쪽짜리 밖에 안되었던 지라 나머지 반쪽을 만들면 되었다.
그리하여 하루 종일 수축방지를 위한 세탁을 하고 다짐질을 해서 드드륵 미싱을 돌린 후 커튼클립을 꽂아 의자위에 올라가 낑낑대며 커튼을 걸었는데…

휴, 맘에 안든다. 주문했던 천이 품절되어 아예 다른 색깔을 달았던 게 실수였다. 온라인 주문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미스가 있는데 이번건은 오차가 컸다.  다 만들어 걸고 나니 이리 눈에 거슬릴 건 또 뭐람.

젠장. 아무래도 이건 오늘의 뻘짓으로 인정해줘야할 듯 하다.
차라리 이 재미있는 책을 읽을 걸.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양심의 가책이 덜할 거 같아 커텐을 선택했드니만…

어쨌든 이렇게 하루가 갔고, 내가 해야할 일들의 목록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내일 아침엔 예매해놓은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영화를 예매하면서, 지금 해야할 일들을 잠시 외면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구실은 물론 만들어놓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바로 나를 끌어 당겨줄, 그래서 여기 이생에서 튕겨 나가버리거나 헤매이지 않게 나를 구원해줄 중력(그래버티)이잖어, 라고.

movie_image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자야겠다.
참 양치질과 세수도 하고 자야지.
그런데 나 이렇게 게으르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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