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Dec 2013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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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몸살이 지나갔다.
갈비뼈 사이가 아프게 시리고, 지구의 가장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 무겁게 몸이 가라앉고 현기증이 났다.
물론 다분히 엄살일 몸살. 어쩌면 마음살.
그래도 잠시 겁이 났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 파동에 이토록 속수무책인, 무중력이나 다름없는 일상이라니.

몸살을 떠나보내며, 한쪽 어깨죽지쯤에 내내 웅크리고 있던 슬픔 하나를 말끔히 들어내버리기로 한다.
진작에 흔적도 없이 지워야할 상처인줄 모르고, 그저 무늬인줄로만 알고, 방치하고, 혹은 붙잡고 있던 세월이 너무 오래 되었다.
그 사태가 키워냈음에 틀림없는, 한동안 나를 침몰시켰던 ‘비루함’을 다시는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 스피노자, <에티카> 중에서) 이라니까.

몸살은 지나갔으나 그 후유증으로 아직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이 마저도 잠재우고난 내일엔 꼭 고장난 전구 스위치를 고쳐야겠다.
아직은,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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