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Dec 2013

모든 게 노래라고라.

8960901687_1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을 필요가 있는 책들만 차곡차곡 쌓이는 (결국 거의 읽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에 편하게 읽기에 가장 만만한 책으로 고른 게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다.
선택은 괜찮았다. K팝 스타에서 흔하게 나오는 얘기를 흉내내자면 정말 어깨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문장들이다.
그야말로 술술 미끄러지는 글들을 반신욕을 하면서 읽었다. 젤 뒷편에 앨범소개들은 시간 날때 음악을 직접 맛보며 읽으려고 남겨두었다.

김중혁은 내가 보기에 무형의 음악을 텍스트로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데 뛰어난 감을 지닌 것 같다.
예전에 읽은 <악기들의 도서관>엔 피아노의 각 음을 묘사해놓은 게 있었는데, 손뼉을 치고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기가 막혔다.
(여기 옮겨보고 ‘거봐 맞지?’하고 싶은데 책이 없다. 알라딘에 팔아먹었나 보다. 이럴 땐 짐이 늘어나는 걸 신경 안써도 될 넓은 방이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크레마샤인을 샀는데 읽을 콘텐츠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첼로는 바닥으로 스몄고, 피아노는 천천히 걸었고, 드럼과 기타는 앞질러 뛰어나갔다. 세 개의 층위가 결합하자 중력이 느껴졌다. 공간이 생겼고 무게가 생겼다. 노래가 나를 날아가지 못하게 붙들었다.” (194p)

이 남자는 결국 음악이란 게 시간을 견디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우리 옆에는 우리와 함께 무자비한 시간을 견뎌낸, 그래서 함께 살아남은 동지들이 있다. 책과 디브이디와 시디와 그림들의 형상을 한, 무생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좀 더 풍성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9280164171_1공감버튼을 백번쯤 누르고픈 대목이다. 그가 추천한 손성제의 <비의 비가>를 들으며, 그렇게 견뎌낸 시간들을 떠올린다.
이 앨범도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난 이제부터 폭풍작업에 돌입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하모니카 연습도 해야는데. T.T


Comments

  1. 김중혁은 정말 청각적인걸 글로 잘 치환하는 감각이 있는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어떤 단편에서도 탁월한 표현력을 읽을수 있었구요.
    잘 지내시지요…
    르 클레지오의 조서를 읽고 있는데 그 주인공 아담 폴로, 차이는 있지만 이방인의 뫼르소와 중첩되는 면이 있어 읽게 됐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한해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 오랫만입니다. 블로그 이전하면서 뱅쇼님의 블로그 주소를 잃어버려 많이 아쉬웠습니다.
      잘 지내시죠?
      동감해주셔서 감사.
      그리고, Merry Christmas!! ^^

  2. 팔자에 역마살이 있는지 한곳에 정주한다는게 자의반 타의반 쉬운게 아닌거 같습니다
    알고 계시던 그 블로그는 잠정 문을 닫은 상태구요, 인스타그램 이라고 아시지요. 거의 폰카 막샷의 소소한 기록들 같은것들을 해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ㅋ
    samak___
    인스타 하시면 찾기 쉬우실것같은데 안하신다면 귀찮으실것 같구요. 딱히 볼게 많은것도 아니라서요. 비공개라서 그냥은 보실수 없게되어 있어요.
    겨울도 지나고 봄이네요. 네버 마인드 사진 좋네요. 그런 여행 가보고 싶은 녹록치 않은 봄이기도 하고 그러씁니다.
    두루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 안쓰던 인스타그램 비번 찾기를 하게 만드셨다는. ^^;;
      요즘엔 나의 비밀번호들이 내게도 “비밀”한 번호들이 되어서 절대 기억이 안난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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