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삽시다!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아 정신없는 하루였다.
발밑의 불 정도를 끈 후에 전화가 왔다.
나간지 몇 달은 된 일산 인라인 동호회에서 세 번 정도 안면이 있는 후배. 공연소식을 알리는 웹페이지를 만들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엠에센으로 말을 걸어온 갑군은 또 노동력 착취 당하러 나가야한다는 내 말에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지” 라며, 짐짓 나를 위해주는 말을 던졌다.

요청 받은 일을 들어보니 인디밴드들의 심장병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공연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깔루아커피를 마시면서 공연준비의 고충과 인디밴드들의 생활고를 듣다가, 그를 찾아온 그의 학교동아리 후배 둘을 만났다.
틈틈히 일어날 기회를 엿보던 나는, 온통 아파트와 생활고(몇억대 아파트를 가져도 생활고를 겪는건 마찬가지인 모양 -,.-)밖에 없는 그들의 대화에 지루한 표정을 숨기려 노력하다, 사진동아리 인연이라는 그들이 점차 안쓰러워지고 있었다.

생활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남자들이 다 그렇지요, 라는 게 그의 항변이었다.
그렇더라도… 사진이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한 때 애정을 품은 대상을 공유하고 열정을 나누었던 이들이 수년 후에 만나 고작(!) 부동산 이야기나 나누는 것은…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흥겹거나 빛나던 것들을 반납하고 얻는 것이 무엇인지, 단조로운 일상과 재미없는 대화 속 어디메쯤에 행복이란 게 있는 것인지 의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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