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거나 남루하거나

따져 보니 십년만이었다.
직장에서 만나 잠시 함께 일했던 S선배를 다시 만난 것이.
달력을 몇 번 보내주었던 걸 빚으로 기억하는 선배가 사준 점심이 거해서, 아직도 배가 부르다. 

먼 나라에서 십 몇 년이 넘게 끌어온 생활을 접고 돌아온  S선배는 말투나 표정, 외모조차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다. 
그곳에서의 “나른한” 평화스러움이나 행복 같은 것이 도무지 내 것 같지 않았단다. 

“1%도 안되는,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 외의 대개의 우리의 삶은 다 남루하지” 라고 말하던 선배가 내 안부를 물었고,
나는 발랄하게 대답했다.
 “남루하게 살고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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