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가끔씩,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의식을 깨워 일으켜줄 이름 하나, 명분 하나 아쉬울 때가 있다.

조카 녀석이 강력 추천해준 드라마를 본다.
뉴하트. 사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풋풋한, 똘망하기 그지 없는 인턴들.
특히나 이인성이라는 캐릭터는 참으로 어여뻐서, 내 일터에 저런 동기가 하나 있으면 정말 일할 맛, 살맛나겠다란 생각을 하다가, 그처럼 푸들머리로 파마를 해보려는 계획을 세워보는 중.
내가 하는 일에도 어떤 명분이 있었으면 좋겠어, 돈 버는 거 말고, 라고 했더니
듣고 있던 친구가, 그게 제일 큰 명분이야, 라고 말하고 웃는다.
그런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것인가.

열여섯 시간쯤을 자고 나니,  온 몸이 후들후들 휘청인다.
운동을 시작해봐야겠다.
 

5 답글
  1. hotpaper says:

    아주 가끔, 명분보다 힘이 더 센 게 책임이다, 라는 사실을 느낍니다. 책임 져야 하는 일(생각)을 많이 만드세요.^—^ 오늘 싸락눈이 내리더니 제법 쌓였습니다. 세상을 아는 것도…눈 내리면 쌓인다…는 정도를 알면 되는 거지요뭐…험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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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os250 says:

      나이 들면서 주어지는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단련시켜왔어야할 근육들을 키우지 못한 탓에, 제대로 책임 감당 못하면서 어깨만 뻐근하네요.
      이제라도.. 책임.. 만들어가고 단련해가고 그래야겠지요.

      하릴없이 모진 수명만을 연장하고 있는 어느 문어 한마리에게도 책임을 느낍니다. 언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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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촌사람 says:

    ㅎㅎㅎ 누나 글을 보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왜냐면 저도 아직 그런 생각 하거든여… 그냥 돈버는 것 뿐 아니라 무언가 가슴벅차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고여.

    소설가 김훈씨가 과거 5공시절의 기자 경력에 대한 질문에 답할때 밥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공지영씨도 세 아이의 가장으로써 돈을 버는 것의 중요함을 얘기하고 돈벌기위해 소설쓴다고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구요. 아마도 책임감 이겠지요.

    어느날엔가 웹서핑중에 임화라는 시인을 알게되었어요. 아마도 아실듯 한데….여튼 1920년대와 해방후를 살았던 이 시인에겐 딸이 있었답니다. 돌본 적이 없었나봐여. 수배와 도망, 월북, 전쟁 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으니 쉽지는 않았겠죠.
    그러던 그가 전쟁이라는 난리 중에 인민군으로 서울에 와서 버려졌던 딸을 목노아 찾는 시를 한편 썼습니다.
    책임감 없는 부모덕에 죽을 고생을 했고, 하고있을 딸에게 쓴 시가 그녀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알 수 없지만, 그 시한편으로 그의 딸이 다른 생활을 하게 되지는 않았겠지요. 그후 딸을 만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북에서 처형당한 후 그의 딸과 가족은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은 모두 악몽같은 생활을 하게되었답니다.
    생전에도 생후에도 가족에겐 없느니만 못했을 가장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친일경력에 이것저것 흠많고 좌충우돌에 비참한 최후까지 어둡기고 그의 가족에게는 고통의 근원이었을 테지만, 저는 자꾸 그에게 끌립니다. 당당한 공소설가님보다 말이죠.

    임화에게 끌리는게 부모님 잘둔 덕에 철없이 자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책임감 만으로는 몬가 자꾸 모자라게 느껴지네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책임은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ㅎㅎㅎ

    여튼 마음을 사로잡는, 생활을 가득채워주고 생계까지 이어주는 그런 일…..저도 무척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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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ill says:

    추격자란 영화에서 그러잖아. 죽이기 전에 그 살인자가 묻잖어.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대봐. 여자는 다급하게, 절실하게 “딸아이가 있어요!” 그 말도 그 살인자의 마음을 돌리진 못 했지만, 우린 대체 그럴 때 뭐라 얘기를 할 수 있단 말이우. 윗분 말마따나, 책임감땜에 살아야 하나? 클클…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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