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를 보다

뒤늦게 <색계>를 보았다.
이런 영화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다.
희안하게도 이 영화에 대해 사전에 들은 구체적인 정보라고는, 순진한 H양이 전해준, 베드신이 야해서 보기 힘들었노라는 말 정도였다.

영화는 강렬했다.
몸서리쳐지는 두려움을 표현해내는 연기는 처절했고, 그 안을 또박또박 걸어나가, 생이라는 긴 연극의 마지막 장 시커먼 벼랑에 다다른 그녀의 옆모습은 서늘하게 아름다웠다.

이념이니 사랑이니, 목숨이니, 실존이니 하는 말조차도 빈곤해 보이게 하는,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어떤 생의 감각과 정신.

라비엥 로즈, 추격자, 그리고 색계.
최근에 본 영화들이 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자언어로 치환되기 힘든 무언가를 표현해내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그 흡인력이… 고맙다.
마치 어느날 문득 냉장고라든가 컴퓨터라는 놀라운 발명품이 있어 고마운 듯이.
잘 봤다, 영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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