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사치

사람 이름 잘 잊어먹는 거야 십여년 전부터 그랬으니 염려말라고, 십년 넘게 나를 만나온 모군이 안심을 시켜주었지만,
문득 문득 어떤 단어들이 낯설게 느껴져 의미를 헤아려보게 되는 건 아직도 꽤 낯선 일이고 두려운 일이다.
아는 얼굴인데 내 기억 속 지형도 어디쯤 속해 있는 사람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친숙했던 단어가 놓인 맥락이 그 의미를 헷갈리게 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하긴 쇼핑문화라든가, 소비문화라는 말처럼 그 조합이 참 생경하다가 시간이 흘러 익숙해진 것도 많구나.

오늘 포탈뉴스 헤드라인으로 뜬 “무상급식은 사치”라는 말도 그렇다. 무상급식과 사치라는 단어의 만남은 아무래도 어색해서 사치라는 단어의 뜻을 헤아려보게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말이라는데, 설립 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삼성이라는 그 위원회의 이름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동반성장”하자는 사람이,  “재벌 총수 아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을 하는 것도 좀 어색하지 않나. 왜 말이 안된다고 느낄까.
기억력의 쇠퇴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들의 ‘말’은 확실히 ‘나’ 또는 ‘우리’의 말과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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