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그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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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일몰 다섯시 반
눈을 감아 좀 울고
못 믿겠지만 나는 한다고 했어

날 아는 사람들
이해한다 이해한다 말하지만
남지 않고 사라지는 말

처음에는 못견디게 서글펐지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해
아끼던 그대 모두 끝이나던 날
골목을 걷고 조금 울었고 집에는 왔어

추웠고 눈이 왔고 그댄 창문을 닫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얘기했고
저 멀리 땅끝 어딘가로 도망치듯 그댄 갔고
나는 남아 그대의 거짓이 되었고

일몰 다섯시 반
눈을 감아 좀 울고
못 믿겠지만 나는 한다고 했어

날 아는 사람들
이해한다 이해한다 말하지만
남지 않고 사라지는 말

처음에는 못견디게 서글펐지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해
아끼던 그대 모두 끝이나던 날
골목을 걷고 조금 울었고 집에는 왔어

추웠고 눈이 왔고 그댄 창문을 닫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얘기했고
저 멀리 땅끝 어딘가로 도망치듯 그댄 갔고
나는 남았고 모든건 거짓이 되었고

–  코스모스 사운드

*
일몰 시간이 빨라졌고 밤이 서늘해졌다.
계절의 변화가, 이 환절기의 공기가 던져주는 서늘한 각성이, 자꾸만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가늠하게 만든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이는 캐릭터라고, 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소금구이 돼지갈비에 소맥을 마시면서 C삼촌이 느리고 낮은 어조로 말했고, 나는 착한 학생인양 그 말을 들었다.
예를 들면 연애에 대한 태도도 그렇고 (이건 동석했던 K가 현재진행형인 지 연애담을 한바탕 풀어놓고는 전화한다고 잠시 사라진 터라 나온 얘기일 것),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그 경계가 느껴진다는 것이었으나 더 이상 친절한 설명은 없었다.
그럼에도 왠지 내가 풀어야할 숙제를 던져주는 선생님 같은 포스가 느껴져 고분고분한 학생처럼 들었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나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던 것인지, 나는 ‘수많은 나중의 어떤 나’를 그들에게 꺼내 보이고 있었던 것인지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게으른 명절의 시간속을 모기향의 연기처럼 폴폴 피어났다가 사라진다.
조금 맵싸하다.    
**
“살갑다”라는 표현을, 나는 조카들과의 관계에서 이해했다.
그 감각은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단지 잊혀진 것이었겠지만, 적어도 ‘이해’하는 일은 처음인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훌쩍 커버려 자주 볼 수도 없고, 더 이상 자고 가라고 매달리거나 징징대지도 않는다.(뽀뽀한다고 내 얼굴에 침을 흥건히 발라 놓는 일도 물론 안한다.ㅎ)
그럼에도 아직도 만나면 내 목에 팔을 둘러 안고(숨이 막힐 때도 있다.), 옆에 있으면 내 손을 잡아 끌어 제 손바닥을 포개거나 깍지를 끼고 “살갑게” 들러 붙는다. 마치 자석처럼.
사실상 타인과의 그러한 접촉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은, 학창시절 친구와 손 잡는 것도 서먹했던 나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녀석들의 그 보드랍고 촉촉하고 따뜻한 감촉은 머라 표현하기 어렵게 기분이 좋다.
너무 빨리 무럭무럭 자라는 통에, 가장 센 강도로 내게 세월을 일깨워주는, 그럼에도 이쁜 것들!
지금처럼만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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