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오랫만에 라군을 만났다.

나한테 미안한게 좀 있다고 맛난 걸로 보상하겠다는 맘을 단단히 먹고 나온 게 기특해서, 저녁을 먹고 만났음에도 배부르게 열심히 먹어주었다. 처음 메뉴판을 보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건 나가사끼 짬뽕.
집에서 먹던 것과 비교해보자는 심사였는데, 삼양라면이 그 맛을 구현하는데 대체로 성공했다는 결론.
라군 : 요즘엔 나가사끼 짬뽕만 먹어. 꼬꼬면과 대결을 시켜봤는데 나가사끼의 판정승. 꼬꼬면은 맛이 좀 심심하더라구.
나 : 나도 그래. 근데 말야…. 어쩜 내가 말하던 거랑 똑같이 말하냐? 꼬꼬면과 대결, 나가사끼의 승리
라군 : 혹시 이전엔 너구리 먹었어?
나 : 어. 거의 너구리만 먹었지.
그래서 알았다. 만난 지 십년이 훨 넘고서도, 자주 보지도 않으믄서 이 친밀감이 유지되는 이유.
우리가 라면 취향이 똑같다는 거.
기분이 좋아 삼양 나가사끼 짬뽕에 콩나물을 넣어 먹으면 훨 훌륭해진다는 비법을  알려줬다.  
풀무원에서 나온 3번 씻어 나온 콩나물을 사면 세척의 귀찮음도 피해갈 수 있다는 노하우까지.  
1 답글
  1. kalos250
    kalos250 says:

    * 라군이 툭, 어떤 말의 부스러기를 떨구고 갔다.
    그 말이 우물가의 올챙이처럼 꼬물꼬물 자라나,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튀어나와, 개구리처럼 폴짝거린다.
    녀석은 종종 이런 식이다.
    이제까지 삶에서 두어 가지 일에 있어 그의 말만 잘 들었어도, 나는 다르게 살았을 텐데.
    그걸 알고 있는 그가 농담으로라도 그걸 타박하지 않는 게 고맙다.
    아마 내 한계를, 혹은 바닥을, 애초에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또 여전히 무심한 듯 건네는 훈수는 알칼리이온수 같다.
    고맙다.
    나는 앞으로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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