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Nov 2011

문득, 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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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 있다 문득 생각났다, 이 풍경이 아스라한 유년의 느낌을 솔솔 풍기는 이유.

<엠마오 문방구>를 하던 주인집에 세들어 살던 때가 있었다. 이름은 문구점이었지만 저것과 모양은 좀 다른 뽑기 기계와, 윙하는 소리를 내는 기계에서 뽑아내던 브라질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온갖 군것질 거리가 있는 그런 문구점옆에 집이 붙어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라고 하기엔 성격이 안맞아 그리 친하지는 못했던 주인집 딸내미도 생각난다.
시대가 그러한 지라 겨우 초등학교 1, 2학년? 주제에 나름 주인집 딸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내게 제 숙제를 강요하던 아이. 물론 강요한다고 해서 해준 거는 아니었지만.
하루는 내가 대신 해준 숙제가 큰 칭찬을 받았다며 기분이 좋아져 아이스크림인가를 공짜로 주었고, 그 담날엔 내가 거절하자 화를 냈다. 그리곤 삼사일 정도를 못본 체 하고 지내다 결국 먼저 말을 걸어오는 그 아이를 보며 속으로 좀 오만하게, “그래, 아쉬운 건 너지” 중얼거리던 기억도 난다.
그보다 더 선명한 기억 하나는 그 집 옥상에서 보던 하늘빛. 이 담장 그림에서처럼, 꼭 이런 빛깔로 저 먼곳에서 조금씩 스며들어오는 붉은 기운을 바라보고 있다 눈물이 나던 기억.
* 누군가의 잃은 것과 얻은 것, 에 대한, 먼 곳에서 날아온 문자를 받고서 인어공주의 목소리와 다리가 다시 생각났다.
그 때 일은 지금도 아쉬운데, 어쩌면 지금도 매일매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인어공주의 목소리와 같은 무언가를 잃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처럼 나의 총기-대충 대신 해준 숙제도 칭찬을 받던-도 조금씩 사그라져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 대신 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삶을 잃어가고, 그 “지나간 자리”엔 “기억”이 남아….  
** 일을 하며 틀어놓은 TV에서 한미 FTA에서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걸 듣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것들을 잃게될, 우리네 삶의 많은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거래라는 생각에 오싹해진다.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던 플랭카드의 물방울 무늬가 섬뜩해보인다. -,.-;;  
***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해야할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날이 언제였던가. -..-

Comments

  1. 잃어버린 것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도 행복한거에요.
    그 기억조차 희미해져가면 너무 슬프잖아요.

    • 그런데 기억이란 게 행복에 더 자주 가까이 있는 건지, 고통에 가까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때가 있어요.행복이란 건 언제나 과거로서만 경험되는 것이고, 그걸 상기하는 지금에선, 행복했던만큼 상실감도 큰 거니까.
      그래서 ‘희미해져가는 기억’이 오히려 고마운 때도 있는데… 그러나 언젠가 그 희미한 기억조차’ 사라져간다면… 좀 슬픈 일이긴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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