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Feb 2015

펀치

WE53863673_w920

맘 졸이며 보던 드라마 “펀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막을 내렸다.
다행히도, 마음을 쓸어내린 결말이었다.
너무나 현실감 돋는 대사와 흐름에, 결말마저 그럴까봐 노심초사했던 건,
친구 말대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와 같아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권력의 장 안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욕망과 그 욕망을 관철시키는 방식들이
매우 적나라하면서도 꽤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역시 윤지숙 장관일 터인데,
태생부터 이 땅의 초갑으로서의 삶을 영위해온 윤지숙 장관이 끝까지 깃발처럼 내세우는 (그마저 자신이 선점한 것으로 여기는) 신념이란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인가?

펀치를 거의 본방 사수하며 시청하는 동안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를 얘기했었는데,
드라마의 성향상 시니컬한 반응이 많았다. .
정치적인 것엔 관심이 없다는,
진보든 보수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니
어디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머 뉴스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여 복장이 터질 지경인 때가 많긴 하나…

전철을 오가며 읽고 있는 책의 한 귀절.

“… 가장 나쁜 죄는 그런 행위들을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허위적 보편성 속에 희석시키는 일이다. 이런 게임은 당사자에게 두 가지 이득을 안겨준다. 하나는 투쟁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결국 다 똑같은 놈들이지’)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완전한 책임을 떠안고 상황을 분석하며 한쪽 편을 드는 어려운 임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젝,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65p) ”

드라마를 몰입하면서 보기는 쉽고 즐거워도… 이런 어려운 임무를 피하지 않는 건 그야말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