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陰謀)

에피쿠로스는 “우정이란 음모(陰謀)”라고 했다지.
신영복 선생님은 그에 덧붙여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구조속에서 음모는 “든든한 공감의 진지”라고 말씀하셨고.

그런데 그 음모가 불온함보다 “든근한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그 관계 내에서만임을.
그 관계가 어긋나거나 틈이 생긴 후 드러나는 맨 얼굴의 음모는 그야말로 음모일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불온하고, 더러 초라하기도 한 것임을.
그리하여 우정이든 사랑이든 지나가는 것은 그저 그대로 지나가게 해야하는 것임을.

이 화사한 봄날에 이런 칙칙하고 서글프기도 한 생각이 드니, 고개를 들어 크게 휘휘 저어 본다.
이른 더위, 라는데 난 왜 으스스하지.
어서 창문 있는 곳으로 이동을 서둘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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