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May 2015

우울,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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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의 후유증이라도 되는 양, 뻔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울.
그 와중에 도착한 책은 순전히 번역자와의 친분 때문에, 의리로 주문한 책인데,
받고 보니 어찌 나를 위해 번역을 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생색내기용 사진을 보냈더니, 집에 몇 권 있다며… 진정 책을 사랑하는 처자로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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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우울을 떨쳐내기에 꽤 효용이 있었던 외출.
클래식 전곡을 딴 짓 안하고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빅토르 할아버지는 저 연세에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고 현란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는지,
직업병 없이 어떻게 손을 간수하시는 지도 몹시 궁금.
(나는 그리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 저림으로 나이키 아대를 하고 다니는데!)
다음 생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작은 움직임으로 큰 소리를 내는 큰 울림통을 가진 콘트라베이스 주자를 선택하리라.
이 생엔 글렀지만 다음 생에라도, 그런, 큰 울림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지.

오래된 궁금함이 있던 마크 로스코 전시.
스티브 잡스를 마케팅에 끌어들인 건 정말 영리한 한 수 였다는 생각.
관람 후 로스코의 죽음을 암시했다고 전해지는 유작- 피의 레드- 엽서를 집어들자 동행했던 R군이 계산을 해주며 말했다.
“죽지는 마시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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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이 히스토리를 아는 곳이라며 안내한 더바도프 The Bar Dopo.
이곳을 처음 만들었다는 주인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군산의 가게도 언젠가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리산에 처음 올랐던 어린 시절엔,  ‘세상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많구나, 그러니 더 살아봐야겠다’ 라고 일기에 적었더랬는데,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엔 이렇게 적어보아야겠다.
‘세상엔 아직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도 많고, 볼 수 있는 근사한 미적 성취들도 너무 너무 많지만,
그보다…. 아직 맛보지 못한 맛난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 좀 더 살아봐야겠다’ 고.
하룻동안 다소 화려한 포즈로 감행한 예술의 향유, 그 끝이 이러하니,
당분간 엥겔지수가 좀 올라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내내 듣는다.
R군이 추천했던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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