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Jul 2015

월요병과 복수

할 일도, 일정도 빡빡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출근해서 먼저 메일 체크를 하고 답변들을 보내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 중 시간이 젤 많이 소요된 건, 벌써 4달째로 접어드는 P사의 일이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폭력적인 갑질을 행사하는 세 사람을 상대하느라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었는데, 엊그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응의 입장이 정리되면서 화가 좀 수그러졌다.
그걸 얘기하려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흐흐

힌트는 예전에 P선생에게서 들었던 경험에서 왔다.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하게 갑질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
2~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시속 20km로 운전해 갔다는 이야기다. 세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첨 들었을 때, 히야~ 감탄하면서도 복수의 대상인 그들과 3시간을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를 나는 감당하지 못할 거라 여겨 실로 존경스럽다 했었다.
그리고는 그런 방법이 내게 없을까 했는데, 이멜을 쓰다가 문득 이게 그런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다.

계약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툭하면 사무실로 호출해 일방적인 요구를 해대고는 토를 달지 못하게 말을 막아버리거나 합의한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에 대해 메일로 따박따박 설명을 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멈추지는 않지만, 일을 마무리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고, 그러면서 자기네들의 막무가내, 논리적 헛점도 명백히 드러나기도 하니- 물론 절대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는다.
피로하게 만드는 것, 그들의 입장에선 진상인 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복수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복수를 위해 실로 엄청난 수고를 투여한다.
전 생애를 바치기도 한다.
진상들이고 또라이들다.
그런데 그 진상, 또라이짓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진상, 또라이, 이 단어들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오늘,
시간을 들여 메일을 써서 피로감을 주려는 복수가 강도에 있어 좀 아쉽기는 하다.
좀 센 처방이 없을까?

복수를 현명하게 잘 하는 사람이고 싶어진다.
물론 복수 할 일이 전혀 없는 삶을 바라지만 말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