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Dec 2015

이런 달력, 이런 집 따위… 없는 세상을 위해…

오늘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철원에 있는 공원묘지에 다녀왔다.
오래전 어머니가 가신 날엔 오늘처럼 비가, 아버지가 가신 날엔 차가운 눈발이 뿌옇게 날렸더랬는데
오늘 날씨도 종일 그렇게 추적추적 비가 흩뿌렸으므로 갖은 상념속에 마음은 깊이 깊이 가라앉았다.
근래에 장례식만 두 번이나 다녀 온 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 묘지 입구에서 보았던 “우리 가족의 마지막 집” 이란 광고문구는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이화님의 블로그 “들녘葉書“에서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흐믓하게 받아보신다는 소식을 보았다.
이 달력의 초창기엔 나도 몇 개씩 구매해서 비싼 배송비를 물면서 해외에까지 보내고 그랬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한 중에 그냥 지나쳤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러한 이미지들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달력 이미지로 소비되는 는 것이 마음이 꽤 불편하다는 것도 있었는데…
주문기한이 지난 걸 알게 된 그 날엔 꿈을 꾸었다.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걸로 어쩔 줄 몰라하는. 참 알량하게도.
그래도.. 이리 꾸준히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아래 링크는 그 달력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노순택 사진가가 보내온 것이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264

20151203_003749

여러 날을 고민하고 쓴 글이라고, 꼭 읽어달라고 보내온 글은 꽤 길고, 위의 사진처럼 춥고 무겁다.
아, 정말이지 저런 최소한의 달력, “이런 집 따위”  “필요없는 세상”이 오기를…

꽤 긴 글의 말미에는,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짓기 위한 제안이 있다.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히 씻을 수 있고 포근하게 잠을 자기 위한 쉼터로 이용될 집이고, 이런 집 따위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한 집이란다.

* 노순택 작가의 갤러리 사이트를 엊그제 오픈했다.  suntag.net
이전 티스토리 블로그의 데이타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고생은 마니 하였지만 그리 많은 손상없이 잘! 오픈해놓고 나니 흐믓하다.
(막상 그 주인은 이 엄혹한 시대를 치열하게 사느라, 이러한 일들로 너무 바빠, 신경도 못 쓰고 있으나… ㅠㅠ )

들녘을 걷고 싶을 때 언제든 오라시는 이화님의 말씀이 눈물겨웠던 이후로 호시탐탐 길을 나설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눈앞의 상황이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내 개인적으로도 꽤나  추운 겨울이 될 거 같으다.


Comments

  1. 첫눈이 내린 서울은 추울 듯 합니다
    변하는 계절만큼이나 마음도 쉬 왔다갔다하네요
    예전에는 이런 말을 썼지요
    월동준비 잘 하세요
    올 겨울 유난히 추울 듯 싶네요

    • 아마도 어렸을 적, 계절의 변화에 무디어지는 어른 따윈 되지 않겠다는 아이의 비장한 결의를 어디선가 읽은 듯 한데…
      그런 결의 없이 어른이 되어도 계절에 무감해지기는 참으로 어려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오히려 더 마음이 이리도 갈팡질팡 혼란스러우니 말입니다. ^^
      월동준비로 올해는 자그만 전기장판 하나와,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거 같은 울장갑을 장만했습니다.
      터치인식이 되는 스마~트한 장갑인데.. 지문인식까지는 안되는 게 함정인. ㅎ

      올해, 물리적인 날씨는 그리 춥지 않습니다만… 마음의 체감온도는 매우 낮아,
      어디 따뜻한 곳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불면의 잠을 달래고 있네요.
      서울 아닌, 어디 따뜻한 곳에 계신가봐요…

      • 식솔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행복 많이 받으세요

        • 그 식솔 덕분에 2015년 마지막 날을 즐거이 보냈네요. ^^
          모든 “식솔들 모두(찌봉이까지) ” 내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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