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석,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에 목이 칼칼해져 긴팔 티와 가디건을 하나씩 샀다.
반폴라티는 스몰을 샀는데도 우리 미디엄 사이즈고, 가디건은 주니어용이다.
한국에선 내가 그리 작은 줄 몰랐는데.. 하면 주위에선 꼭 한마디씩 한다.
뭐 한국에서도 작긴 했을 거구만, 하고.

사소하게 쓸쓸해진 기분에 참새 방앗간 같던 블러그들을 오랫만에 돌아보다, 쌀쌀해진 한국의 가을 날씨 소식과 내복 장만기 등을 접한다.
아, 벌써 시월이니 꽤 서늘해졌겠구나 싶어지면서,
가을이란 계절의 변화가, 한 때의 출처를 알기 힘든 방황과 우울함과 쓸쓸함에 그럴 듯한 면책사유가 되어 주었음을 생각한다.
가을을 타는 구나… 하면,
그 모든 불안정한 감정의 변화에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가는 것인양 너그러워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빨리 돌아와서 지리산에 같이 가요.. 하던 임양의 전화목소리가 길게 길게 여운을 남긴다.
대학 때 단짝 친구가 날린 멜의, “예전처럼 산행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시간도, 함께할 벗도 예전같을 수 없는 현실을 그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라는 푸념에도 한국의 가을냄새가 묻어온다.
그들의 달콤한 메세지가, 호출이, 문득 내게 다행스럽다.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을 그대로 두고 문자만 인터넷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해놨더니 간간히 추석인사가 들어온다.
이 추석에 내가 아는,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더없이 넉넉하고 즐거웁기를,
(발딛고 있는 곳은 미국일지라도 같은 달일지니)
그들이 달을 보며 갖는 바램이 모두 이뤄지기를 기원하려 베란다문을 빼꼼 열고 나갔다가,
보름달에 한참 못 미치는 허전한 형상을 한 달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내가 정말 먼곳까지 날아왔구나, 하고.

6 답글
  1. 홀든
    홀든 says:

    선배님 얼굴 다 까먹을라 해서 예전 사이트에 올려놓은 선배님 사진이 생각나 들어가 봤는데, ‘업무 접대용’으로 완전 리모델링을 해놓으셨더군요.^^ 그 주옥 같은 글과 사진은 다 어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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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ovePhoto
    LovePhoto says:

    먼 타국 땅에 훌쩍 날라와서 어쩌다 문득 달을 보고 있노라면 드는 생각들…..
    씩씩한 추석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저야, 우리네 “명절”이라는 것과 사이가 멀어진지 꽤 되어버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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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os250
      kalos250 says:

      씩씩함 하면 나 아니겠어.. 나 캔디자너.. 하고 잘난 척 하려다가 조금 찔린다. 어쨌거나 씩씩하게 연휴 보내자꾸나… 가까이 있음 명절도 같이 김치전도 부쳐먹고 하면서 보내겠구만 쫌 아쉽다, 그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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