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장만하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선 종종 중고물품거래가 이루어진다.
다들 얼리어댑터 기질이 강한데다 (아이팟이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취향도 비슷하고 선량하여 서로에 대한 신뢰도 크다보니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이다.
어제는 나도 이에 처음으로 동참하여 막내 개발자의 뽐뿌를 받아 물품 하나를 들였다.
고음이 시원한 이어폰.
늘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는데, 일반형은 자꾸 귀에서 빠지고 수년 전에 장만했던 커널형은 바깥 소음이 너무 차단되어 산만한 내게는 다소 고민을 안겨주던 터에(전철에서 그냥 지나치거나 지나는 차를 가까스로 피할 때) 오픈형에 귀에 잘 밀착이 되는 이것은 딱 내게 맞춤한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조경옥의 “날개만 있다면”을 귀에 꼽는 순간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으로 울려퍼지는 그 청아한 목소리의 매혹은 거부하기 힘든 것이었다.

얼마전, 내가 허스키한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너무 매끈하고 고운 목소리보다는 조금 빈 듯하고 떨림이 있는 목소리, 낮고 편안한, 때로는 어눌하기도 한 목소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던 듯도 한데..
이제는 새 이이폰의 도움을 받아 고음도 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 음폭을 넓혀 귀를 귀울여봐야겠다는 생각.

어제 저녁엔 나에 대한 시선이 따스한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하나가 잔잔히 여운을 남긴다.

낮게 깔려있던 삶의 음자리를 높여보아야겠다는 생각.
한 옥타브쯤은 아니어도, 한음 혹은 반음쯤이라도..
아니면 모든 오선이 아니더라도 한 두 음이라도 #을 붙여보아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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