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kalos250

문상을 다녀오다

멀리, 광주까지 문상을 다녀왔다. 나름의 삶의 이력으로 통상적인 관혼상제의 네트웍에서 살짝 비껴있는 탓에, 꽤 오랫만이기도 하고 그 형식이 잘 익숙해지지도 않는 일이다. 가족과 조용히 보내려하니 멀리서 명복을 빌어달라고 소식이 온 터라 살짝 고민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건 그 녀석의 심성 때문이라는 판단은 옳았다. 상주의 얼굴에 드러나는 반가움은 그 사실을 확인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 북적이지 않아 가까운 […]

서영인,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가지고 있는 책들이 버거워 팔아먹으려고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는 알라딘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이라는 타이틀이야말로 나의 현재 삶을 간단히 핵심적으로 지칭하고 있는 말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전자책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책을 바로 주문하기까지 한 데에는 그 날의 상황도 한몫 하였을 것이다. 너무나 내키지 않는 약속을 앞두고 […]

생일

생일이다. 부지런한 온라인 마켓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생일쿠폰을 보내온다. 덕분에 충동구매가 두어 건 발생했고 생필품도 몇 가지 쟁여 놓았다. 당일날 제일 먼저 도착한 축하메시지는 영낙없이 먼 미국땅으로부터다. 헤아려보니 벌써 10년이다. 나는 한 번도 그들의 생일축하를 챙긴 기억이 없는데(어쩔 수 없다. 생일을 안 가르쳐준다. ) 매년 빼먹지 않고 보내오니 고마운 일이다. 오늘 받은 축하에는 마음이 더 흔들렸다. […]

Ólafur Arnalds – Particles ft. Nanna Bryndís Hilmarsdóttir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이가 찍어온 사진들을 넋 놓고 구경한 이후부터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종종 듣는다. 아름다운 그곳의 풍광에 어울리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들은, 이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더없이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느라 극도로 피로해진 심신을 다독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Ólafur Arnalds 가 여러 명의 아이슬란드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통해 내놓은 곡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먼 이국땅에 대한 동경을 […]

무더위가 주춤한 토요일이다.

맹렬했던 무더위가 주춤하기 시작하니 더위와 싸우느라 뾰족했던 표정들이 부드러워지고 말랑해진다. 쇼핑몰에서 날아오는 광고성 메시지에선 아직 더위가 많이 남았다며 할인이 들어간 여름 계절용품 구매를 충동질하지만, 마음은 이미 가을맞이 모드다. 기록적인 무더위를 잘 참고 지나온 것을 자축하며. 오랫만에 들어와본 블로그는 여름이 시작되었던 무렵, 집나간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엄살에 멈춰져 있다. 기나고 보니 겨우 세 달, 몸고생, 마음고생을 시켰던 […]

목소리

묵언의 대화중에 오래 전 보았던 영화 <HER> 가 떠올랐다. 포스터를 찾아보니… 배우의 표정 변화가 대단하다. ㅎ   묵언의 대화를 해야했던 건 목감기로 시작된 후두염으로 인해 성대손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열악한 태생적 신체적 조건들에 비해, 그래도 목소리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던 지라… 주사, 항생제 복용이 한달여가 지속되자 날아온 의사의 경고 – 성대 손상, 변화가 불가역적이 될 수 있다는- […]

집 나간 목소리가 그립구나..

인어공주는 두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잃었다는데, 나는 무엇을 댓가로 목소리를 잃었나를 생각해보니 첫번째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가지고 있는 평상을 가진 카라반과 앞뜰 사진을 보내온 이의 호출에 호응하여 우루루 몰려갔던 악양에선 하루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그 그림같던 풍경속에서, 그 빗소리를 들으며, 밀양 사는 이가 만들어오는 풍성한 안주와 세 종류의 막거리를 섞어 마시는 동안 감기 […]

사무실 수다

이사한지 몇 달이 되어가는 합정동 사무실, 이제 익숙해진 얼굴의 사람들이 수다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중 가만가만, 타인과 시선을 잘 맞추지 않고 조용히 지나치던 젊은 처자는 한 번 말을 나누기 시작하자 엄청 수다스러워진다. 10년 동안 자신의 외모에 대한 지적질을 끈질기게 해대던 대학 남자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단다. ‘이제는 니가  그렇게 나를 괴롭힐 수 있는 시대가 아니야. 정신 차려라. […]

예술의 추억

저장해만 해두었던 칼럼을 하나 찾아 읽는다.  좋아하는 김진영 선생의 글이다. 편리한 기기와 웹환경 덕에 언제든 바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들이지만 이 분의 글은 느린 속도로 읽어야 하는 글, 이라는 생각에 저장해두고 읽는다. 그리곤 흔히 잊어버리지만, 다행인 건 글 발표를 잘 안하신다는 것.

거미

처음 보는, 거미의 거미줄 치기.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와 움직임, 리듬에 끌려, 자꾸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