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kalos250

드레인, 회귀

우리 뛰어노는 동안 해 저물고 우린 마지막을 함께해 네가 날아가는 동안 나는 걷고 우린 마지막을 함께해 * 그랬으면 좋겠다.  뛰어노는 동안, 그 동안에 해가 저물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나봐…

한가로운 연휴 아침,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라는 프로를 보다가 깜놀. 반려견 행동전문가라는 직업이 그러한 것인지 강형욱이란 개인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문제되는 집을 방문하자마자 단번에 문제점을 간파해내고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사실상 반려견 뿐 아니라, 가족-인간 행동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집의 문제는 덩치 큰 세 남자-삼부자의 일상적인 거친 행동들과 작고 여리고 관계의존적인 성향의 […]

아노말리사

아노말리사 (Anomalisa,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감독, 2015)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놀라운 디테일 속에서 뜻밖의 싸늘한 리얼리티를 맞닥뜨리게 되는 영화. 제니퍼 제이슨 리(리사 역), 톰 누난과 데이빗 듈리스(마이클 역)의 목소리 연기도 일품이지만, 주인공 마이콜이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얼굴과 목소리로 인식하는 (프로골리 증후군이라 한다지) 설정 속에서, 목소리를 그 자체로 타인과 맺는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매개하는 주요한 […]

크랜베리스, 돌로레스 오리어던

아일랜드 얼터너티브 록 밴드 크랜베리스 (The Cranberries)의 리드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이 지난달 15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이웃블로그에서 접했다. 신규앨범을 준비하던 그녀의 나이는 46세. 애잔하면서도 영롱한 결을 지닌 노래를 이어 들으며 추모의 마음을 모아본다. 크랜베리스의 노래 중 가장 많이 들었던 건 <Dreams>일 것이다. 아득히 오래전 자신의 컬렉션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선물로 주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안에 […]

목소리.

오랫만에 페북에 접속해보니 며칠 전 뉴스룸에서 보았던 최영미 시인의 폭로에 대한 파장이 여전하다. 하나 방송 직후에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주어 보게된, “저급한 젠더의식”을 너무 적나라하게, 뻔뻔하고도 심히 너절하게 드러내었던 이승철 같은 부류의 반응은 논외로 하더라도, 며칠의 간격으로 발화된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이 사회의 태도엔 간과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약자로서 비명을 지르는 […]

다음 생 같은 건…

‘이 생은 틀렸어’ 라는 말이 자꾸 빠작거린다고 하니 그가 말했다.  다음 생 같은 건 없어, 라고. 그 단호함에 슬쩍 서운함이 스미어, 드라마 도깨비에선 세 번은 살 수 있다 하던데… 툴툴대고 있는데 그의 다음 말이 도착했다. “그러니 남은 생에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지” 그 말의 여운으로 오늘 호출해보는 문장. “(…) 하지만 모든 행동은 그것이 가져올 […]

권력을 주지 않는 방법

내가 인정하지 아니하는 타인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로 인해 가벼워질 무게를. 홀가분함을. 어떠한 이유로든 내 손을 떠난 권력을 회수하는 일은 쉽지가 않으므로.

콜트 기타

혹한의 날씨에 찾아온 독감으로 심하게 찌그러져 있다 오랫만의 기타를 꺼내 들었다. 오래 전 지인 결혼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고 받은 콜트 Earth 200GC라는 이름의 기타다. 인내심과 끈기가 현저히 부족한 나는 그 오랜 시간 손끝의 굳은 살을 만드는 일을 여러 차례 실패하였고, 지금도 제대로 연주를 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좀 더 편한 작은 기타로 바꿔볼까 시도하였다가, 작은 기타의 […]

블러드문

“달이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슈퍼문’, 한 달에 두 번 뜨는 ‘블루문’, 개기월식으로 인한 블러드문”을 35만 9307㎞가 떨어진 지구, 서울 은평구 건물 옥상에서 지켜보았다. 개기 월식도 신기하긴 하였으나,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점점 사위어 가던 달이 어느 순간 다시 붉은 빛으로 빛나는 걸 보는 건 보다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해의 장파장이 지구의 겉을 돌아 달에 도착해서 생기는 현상이란다. […]

김애란, 바깥은 여름

  나는 내가 나이도록 도운 모든 것의 합, 그러나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가며 만든 침묵의 무게다. 나는 부재不在의 부피, 나는 상실의 밀도, 나는 어떤 불빛이 가물대며 버티다 훅 꺼지는 순간 발하는 힘이다. 동물의 사체나 음식이 부패할 때 생기는 자발적 열熱이다. -108p, 침묵의 미래   오래된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어색한 듯 자명하게 서 있다. 정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