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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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한 해가 내게 왔고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또 한 해를 살아내게 될 것이다.
2016년을-베르그손식으로 말하자면 –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 질적변화의 연속으로 만들기 위해, 과거를 반복하면서 현재를 새롭게 하기 위해 어떤 리듬과 속도로, 어떤 기억의 강도로 한 해의 시간들을 구성할 것인지…
잠이 잘 안온다.

아마도 마지막일 신샘의 마지막 모습을 뵙고 왔다.
댁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감사하다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했었지만
막상 얼굴을 뵈었을 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잠깐 눈을 뜨신 틈을 타 그저 아주 간신히 창백한 선생님의 한 손을 잡아보고 나올 수 있었다.
가늠하기 힘든 고통과 대면하는 와중에, 기력이 없다며 미안해하시는 표정은 어찌 그리 맑고 순하고 온화할 수 있는 것인지.

 

어쩌다 MBTI 검사라는 걸 해봤는데 실망스럽게도 … 예상 그대로 빼도박도 못하는 (누군가의 말로는 놀랍게 전형적인) INFP 몽상가 타입이다.
INTP만 되어도 좋으련만..
어쩌랴 타고난 기질이라는데. ㅠㅠ
그래도 대한민국의 3%라니, 그리 나쁜 건 아닐 거라고 우겨본다.
 

찾아야할 사진이 있어 오래된 하드 디스크들을 뒤지는데, IDE 방식의 하드들을 위해선 전환 케이블을 구입해야 했다.
어떤 데이타들, 기억들은 조만간 이런 식으로의 접속, 전환, 호출도 어려워지겠지.
그리 되기 전에 백업을 해놓아야 할 텐데, 몸은 왜 이리 무겁고 둔한 지…

이런 달력, 이런 집 따위… 없는 세상을 위해…

오늘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철원에 있는 공원묘지에 다녀왔다.
오래전 어머니가 가신 날엔 오늘처럼 비가, 아버지가 가신 날엔 차가운 눈발이 뿌옇게 날렸더랬는데
오늘 날씨도 종일 그렇게 추적추적 비가 흩뿌렸으므로 갖은 상념속에 마음은 깊이 깊이 가라앉았다.
근래에 장례식만 두 번이나 다녀 온 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 묘지 입구에서 보았던 “우리 가족의 마지막 집” 이란 광고문구는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이화님의 블로그 “들녘葉書“에서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흐믓하게 받아보신다는 소식을 보았다.
이 달력의 초창기엔 나도 몇 개씩 구매해서 비싼 배송비를 물면서 해외에까지 보내고 그랬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한 중에 그냥 지나쳤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러한 이미지들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달력 이미지로 소비되는 는 것이 마음이 꽤 불편하다는 것도 있었는데…
주문기한이 지난 걸 알게 된 그 날엔 꿈을 꾸었다.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걸로 어쩔 줄 몰라하는. 참 알량하게도.
그래도.. 이리 꾸준히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아래 링크는 그 달력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노순택 사진가가 보내온 것이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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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날을 고민하고 쓴 글이라고, 꼭 읽어달라고 보내온 글은 꽤 길고, 위의 사진처럼 춥고 무겁다.
아, 정말이지 저런 최소한의 달력, “이런 집 따위”  “필요없는 세상”이 오기를…

꽤 긴 글의 말미에는,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짓기 위한 제안이 있다.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히 씻을 수 있고 포근하게 잠을 자기 위한 쉼터로 이용될 집이고, 이런 집 따위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한 집이란다.

* 노순택 작가의 갤러리 사이트를 엊그제 오픈했다.  suntag.net
이전 티스토리 블로그의 데이타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고생은 마니 하였지만 그리 많은 손상없이 잘! 오픈해놓고 나니 흐믓하다.
(막상 그 주인은 이 엄혹한 시대를 치열하게 사느라, 이러한 일들로 너무 바빠, 신경도 못 쓰고 있으나… ㅠㅠ )

들녘을 걷고 싶을 때 언제든 오라시는 이화님의 말씀이 눈물겨웠던 이후로 호시탐탐 길을 나설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눈앞의 상황이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내 개인적으로도 꽤나  추운 겨울이 될 거 같으다.

찬란한 시간

계좌를 만들러 은행에 갔다가 110세 보장 금융상품 광고가 크게 걸린 플랭카드를 보았다.
110세를 (110세까지 사는 걸) 보장해준다는 말처럼 들리네… 하는 생각을 하며, “110세 보장 상품이 있네요…” 했더니
남양 아쿠르트를 쥐어주던 직원이 말한다.
“그러게요. 얼마 전까지만해도 100세였는데 말이죠.”
오랫만에 맛보는 야쿠르트의 달콤함에, 오래 가는 감기로 무뎌졌던 감각이 살아남을 느끼며, 늘어난 수명이 과연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지에 대해 생각했다.

L선배의 갑작스런 죽음이 예상보다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문득 문득, 새록 새록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이, 전철을 기다리다, 걸음을 걷다가, 일을 하다가도 자꾸만 끼어든다. 심적으로 그리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알고 지낸 시간들이 길었고, 무엇보다 고마운 일들이 많았다.
그가 보여 주었던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잊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해보지만, 갚을 기회를 주지 아니한 어떤 일은 내 남은 생 내내 마음의 빚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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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우려와 절박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 치유를 찾았던,
그리하여 너무 서둘러 생을 마감했던 그가 선택했던, 보여주고 싶었던 마지막 모습이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그는 이렇게, “앓는 시간도 찬란한 시간”일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지며 의연하게 (110세 보장 상품이 나오는 시대에는 너무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 아닐까?

양평, 수종사, 두물머리

양평, 수종사와 두물머리를 오랫만에 찾았다.
뺨을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과, 등과 다리에 전해지는 따땃한 햇살이 참 좋았다.
디테일은 부드럽게 뭉게어져 아련해진 기억들도 무심한 바람인양 스쳐가고…

블로그를 오래 방치한 탓에 방문자도 많이 줄고 하니, 이참에 슬쩍 사진 몇 장 올려보기로 한다.
나이 한참 든 후 적적할 때 볼라고.
“언니는 늘 남들 사진을 찍어만 주고 안찍혀봐서 그런지, 지난 번 사진 보니 꽤 어색하더라. 그러니 자꾸 찍혀 봐야지.. “하며 등 떠밀던 지숙이가
이번엔 표정 좋았다고 칭찬해줬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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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장지숙  (양순과 함께)

나이가 들어갈 수록 원색이 좋아진다는 얘길 들은 지가 한참인데 이제서야…
그러고 보니, 재작년인가… 김창완 아저씨 콘서트 보고나서, 빨강 티셔츠가 잘 어울리던 아저씨를 따라 빨강색 옷을 입기로 했었는데 이제서야 실천에 옮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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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참 좋아했더랬는데, 어느새 스타크래프트에서처럼 솟아오른 아파트 빌딩들은 어찌나 낯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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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두물머리에서 길 가던 사람에게 부탁한 단체사진.
까다롭게 주문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위에 나뭇가지가 좀 나오게 찍어주세요” 하고) 정말 그대로 제대로 찍어줬다.
2015년 대한민국 사람들이 죄다 이렇게 사진을 잘 찍으니 사진 찍는 걸로 먹고 살기로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겠다.

8월

오랫만에 블로그를 방문해서, 슈퍼갑질에 대한 찌질한 복수의 다짐으로 끝난 포스팅을 대하니 내 삶이 남루하기 그지없다.
(그 복수는 슬픈 예감대로 성공적이지 못했고, 그들과의 고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 남루함을, 어찌 떨쳐낼 수 있을지.
폭염주의보가 날아오는 무더위에는 그래도 며칠만 더 견디면 지나가리라는 기대가 있어 그다지 버겁진 않았는데, 스스로를 향한 이런 쓰라린 시선을 벗어나게 해줄 만한 무언가를 찾는 일은 막막하기 그지없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에 한 거라고는,
쪼만한 테라스에 채소를 자라게 한 일 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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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벌써 8월. 내 영혼이 가장 말랑해지는 계절 앞에 서 있다.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햇볕과 물과 토양의 양분만으로 신기하게 쑥쑥 크는 푸른 잎들을 하나씩 뜯어 먹으며.

월요병과 복수

할 일도, 일정도 빡빡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출근해서 먼저 메일 체크를 하고 답변들을 보내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 중 시간이 젤 많이 소요된 건, 벌써 4달째로 접어드는 P사의 일이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폭력적인 갑질을 행사하는 세 사람을 상대하느라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었는데, 엊그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응의 입장이 정리되면서 화가 좀 수그러졌다.
그걸 얘기하려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흐흐

힌트는 예전에 P선생에게서 들었던 경험에서 왔다.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하게 갑질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
2~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시속 20km로 운전해 갔다는 이야기다. 세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첨 들었을 때, 히야~ 감탄하면서도 복수의 대상인 그들과 3시간을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를 나는 감당하지 못할 거라 여겨 실로 존경스럽다 했었다.
그리고는 그런 방법이 내게 없을까 했는데, 이멜을 쓰다가 문득 이게 그런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다.

계약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툭하면 사무실로 호출해 일방적인 요구를 해대고는 토를 달지 못하게 말을 막아버리거나 합의한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에 대해 메일로 따박따박 설명을 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멈추지는 않지만, 일을 마무리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고, 그러면서 자기네들의 막무가내, 논리적 헛점도 명백히 드러나기도 하니- 물론 절대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는다.
피로하게 만드는 것, 그들의 입장에선 진상인 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복수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복수를 위해 실로 엄청난 수고를 투여한다.
전 생애를 바치기도 한다.
진상들이고 또라이들다.
그런데 그 진상, 또라이짓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진상, 또라이, 이 단어들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오늘,
시간을 들여 메일을 써서 피로감을 주려는 복수가 강도에 있어 좀 아쉽기는 하다.
좀 센 처방이 없을까?

복수를 현명하게 잘 하는 사람이고 싶어진다.
물론 복수 할 일이 전혀 없는 삶을 바라지만 말이다.

우울,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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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의 후유증이라도 되는 양, 뻔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울.
그 와중에 도착한 책은 순전히 번역자와의 친분 때문에, 의리로 주문한 책인데,
받고 보니 어찌 나를 위해 번역을 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생색내기용 사진을 보냈더니, 집에 몇 권 있다며… 진정 책을 사랑하는 처자로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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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우울을 떨쳐내기에 꽤 효용이 있었던 외출.
클래식 전곡을 딴 짓 안하고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빅토르 할아버지는 저 연세에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고 현란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는지,
직업병 없이 어떻게 손을 간수하시는 지도 몹시 궁금.
(나는 그리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 저림으로 나이키 아대를 하고 다니는데!)
다음 생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작은 움직임으로 큰 소리를 내는 큰 울림통을 가진 콘트라베이스 주자를 선택하리라.
이 생엔 글렀지만 다음 생에라도, 그런, 큰 울림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지.

오래된 궁금함이 있던 마크 로스코 전시.
스티브 잡스를 마케팅에 끌어들인 건 정말 영리한 한 수 였다는 생각.
관람 후 로스코의 죽음을 암시했다고 전해지는 유작- 피의 레드- 엽서를 집어들자 동행했던 R군이 계산을 해주며 말했다.
“죽지는 마시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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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이 히스토리를 아는 곳이라며 안내한 더바도프 The Bar Dopo.
이곳을 처음 만들었다는 주인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군산의 가게도 언젠가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리산에 처음 올랐던 어린 시절엔,  ‘세상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많구나, 그러니 더 살아봐야겠다’ 라고 일기에 적었더랬는데,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엔 이렇게 적어보아야겠다.
‘세상엔 아직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도 많고, 볼 수 있는 근사한 미적 성취들도 너무 너무 많지만,
그보다…. 아직 맛보지 못한 맛난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 좀 더 살아봐야겠다’ 고.
하룻동안 다소 화려한 포즈로 감행한 예술의 향유, 그 끝이 이러하니,
당분간 엥겔지수가 좀 올라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내내 듣는다.
R군이 추천했던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다.

2015년 봄

유난히 아픈 이들이 많은 봄이다.
나처럼 때늦은 감기로 골골한 정도가 아니라, 온 몸의 세포로 고통을 견디면서, 더러는 지난 생을 돌아보며 조용히 정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자주 마음이 무겁고 울컥해지기도 한다.

어제 저녁, 감기로 콜록거리는 나를 불러내 곰탕을 먹여준 후배는 어떤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내가 연애에 있어 “로맨티스트” 유형에 속한다고 말해 주었다. 내가 로맨티스트라고? 다소 의아하여 내용을 들어보니 더러는 조금 빗나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면면들이 있다. 그 분류에 의하면 리얼리스트를 만나면 대략 난감이고, 아이디얼리스트를 만나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근래 들어 다소 서걱이거나 살짝 불편해지는 인간관계에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가 있었는데, 그 마음 안쪽을 찬찬히 들여보게도 된다. 그래 어쩌면 그런 성향상의 부대낌이 있었을 수도 있지 하고.

그렇다하더라도,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공감의 폭, 깊이 그런 것일 텐데, 그게 꼭 취향이나 코드 그런 것과 나란하게 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시키는 일이어서 때로 파악이 잘 안되기도 한다.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누구나 겪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고통의 시간은 그런 공감의 밀도나 깊이가 맨 얼굴로 드러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그 결과지가 때로 실망스럽거나 당혹스러울 지라도, 겸허하게, 혹은 용감하게 그를 수용해야한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내 결과지를 그 어떤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아픈 걸 내내 방치하고 있었는데, 요만큼의 타이핑을 하는데도 자꾸 제 존재를 아프게 주장하는 이 녀석이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직업상 내게 참으로 소중한 손가락의 하나인 것을. 근처 정형외과가 있나 찾아봐야겠다.

이 봄, 큰 고통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모아 응원을 보낸다. 부디…

음모(陰謀)

에피쿠로스는 “우정이란 음모(陰謀)”라고 했다지.
신영복 선생님은 그에 덧붙여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구조속에서 음모는 “든든한 공감의 진지”라고 말씀하셨고.

그런데 그 음모가 불온함보다 “든근한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그 관계 내에서만임을.
그 관계가 어긋나거나 틈이 생긴 후 드러나는 맨 얼굴의 음모는 그야말로 음모일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불온하고, 더러 초라하기도 한 것임을.
그리하여 우정이든 사랑이든 지나가는 것은 그저 그대로 지나가게 해야하는 것임을.

이 화사한 봄날에 이런 칙칙하고 서글프기도 한 생각이 드니, 고개를 들어 크게 휘휘 저어 본다.
이른 더위, 라는데 난 왜 으스스하지.
어서 창문 있는 곳으로 이동을 서둘러 봐야겠다.

긴 밤, 이른 출근

두 세 시간을 뒤척이다 일어나고 말았다. 따끈한 우유와 자른 양파도, 난해한 헤겔 정신현상학 책도 잠을 이루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잠이 줄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혹 죽은 이들이 산 자들의 잠을 깨우러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창가에 검은 빛들이 어른거리고 습히고 찬 기운이 지나가는 듯도 하였다.
벌써, 1주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