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기

desk

쌓인 일을 앞두고 나른한 춘곤증과 사라지지 않는 피로, 계속되는 두통과 어깨, 허리 결림을 고민하다 용단을 내려 서서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펀샵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높낮이 조절 “베리데스크“가 그야말로 이상적이겠지만 50만원이 넘는 금액은 투자하기엔 넘사벽이고,
문헌정보 이대표님(캔디에 나오는 스테아가 되고 싶어하는 사장님!)처럼 직접 나무를 짜서 만들고도 싶지만 현재로서는 불가하니(언젠가는 목공을 꼭 배우리라)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뒤져, 대충 맞을 만한 받침대를 구해 열심히 조립해서 낑낑대고 얹어 보았다.
결과는 보기엔 대략 만족.
한데 이틀 정도 사용해보니… 기능성은 잘 모르겠다.
어깨는 좀 펴지는데 허리는 여전하고 발바닥과 종아리가 좀 아파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딱히 늘어나지도 않는다.
앉았다 일어났다 할 수 있으면 나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스템으론 불가하고
“앉아서 일하다 힘들면 쉬어야죠.”라는 파인애플의 말이 역시 진리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결론은… 그냥 나는 공부나 일 체질은 아닌 걸로.
그리고 목공은 꼭 배워 보기로. (언젠가는 제대로 된 베리데스크를?)

가장 외로운 고래, 52

“가장 외로운 고래, 52″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이 고래가 52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는 52Hz, 정확하게는 51.75Hz 주파수로 나 홀로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 고래는 12∼25Hz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이 고래는 특이하게도 52Hz로 말하는 것.

고래가 처음 발견된 건 1989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의 수중 청음 장치에서다. 이후 1992년 미 해군이 주파수에서 이름을 따서 52라고 이름 지었다.”

출처

주파수로 발견된 이후 20년 동안 그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던 이 고래를 찾는 여정을 영화로 만든단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기금을 마련하였고 환경 보호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참여했다는데.
글쎄. 우리가 외롭다 여기고 찾아나서는 게 고래 52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어쩌면 그는 소통의 한계, 혹은 불가능성에 회의를 느끼고 자기만의 주파수를 개발해 저만의 노래를 자유롭게 부르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자기를 외로운 고래라 칭하며 떠들썩한 이벤트를 벌이는, 실은 자기보다 더 외롭고 불쌍한 존재들일 수 있는 인간들을 어떻게 바라볼 지, 아마도 인간들은 독해하기 어려울 그의 반응이 궁금하긴 하다.

핸폰 사진을 들여다보다…

DSC04797_1

이렇게 던킨 도넛츠의 초콜렛 케잌과 함께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아, 벌써 2월이다.
시간이 너무 빨라,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누군가 “뭐 할 일 있어요?”라고 물어 살짝 맘이 흔들렸던 게 떠오른다.
그의 말마따나 이 생에 특별히 해야 할 소명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 “푸르른 이 청춘”이, 가버린 추억이 되는 일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고,
아무리 모든 게 헛헛하고 마음조차 헛헛하다 한숨을 쉬고 있다 한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이 생에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는 없다.

망원동 살 때 골목 초입에 있던 “도모다찌”라는 가게의 쥔장 아저씨는 가게를 옮기고 싶어했다.
내공 있어 보이는 요리사님들이 커다란 제스추어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맛난 요리와 생맥주를 먹을 수 있는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나름 맛집으로 소문 나 사람들이 넘쳐나게 된 상황에서는 당연한 바램이었을 게다.
어쨋거나 반가이 맞아주고, 서비스 요리도 자주 챙겨주는 훈훈한 가게가 집 앞에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어서
확장 이전을 알아본단 얘길 듣고 “멀리 가지 마세요..”라는 얘길 했던 적도 있는데,
그러다 내가 이사를 와버린 게 지난 여름이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이 가게가 우리 동네로 이사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기분 좋은 우연에 신기해하며 방문했던 응암동 “한접시”(이름이 바뀌었다. 응암동 이마트 후문 맞은 편에 있다.)

20150116_185414s

넓어진 가게는 예전의 아늑했던 느낌은 좀 덜 해서 아쉬움이 있지만, 음식이나 맛은 여전히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다만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사람들 보고 오라 하기엔 넘 멀고), 그리고 분위기상 (혼자 가기엔 좀 머쓱할) 자주 가긴 어려운 구조라,
자주 오라며 주신 서비스 요리를 맛나게 먹은 게 좀 미안한 감이 있다.
먹느라 바빠, 음식 사진밖에 엄다.

미분당

H가 평생 먹어봤던 쌀국수 중 최고라며 소개해준 신촌의 미분당.
현대 백화점 뒤쪽에 있다.
추운 겨울날 줄 서서 기다리게 하는 맛이 대체 무언지 궁금해하다 먹어서 배가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만족스러웠던 걸로 기억.
주의해야 할 건 떠들면 혼난다.
누구라도, 혼자라도 와서 조용히, 편안히 먹고 가게 하고 싶다는 과묵한 청년들의 생각이 기특하다.

핸폰 케이스를 교체했다.
안전만을 생각한 무식한 모델을 버리고, 고르고 골라 선택한 게 이것.

20150127_142945s

Falling in Love 라는 제목의 일러스트 작품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엽서 한 장과 함께 왔다.
한데 색칠이 좀 희끗한 부분이 있고 핸폰 잭이 잘 안맞아 QA를 남겼더니만,
담당자가 직접 내 사무실로 찾아와 테스트를 해보고선 다시 며칠 후에 재방문해 새 것으로 교체해줬다.
받은 명함을 보니 Dot 이라는 회사의 이사.
미생의 장백기와 닮은 외모만큼이나 훈훈한 그들의 젊은 열정에 박수를!

https://www.10×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1176485&disp=102101109104

나는야 은둔형 그렇게 살고 싶단 말이지.

신년에 페북에 돌았던 것들 중 흥미를 끌었던 두 가지.
http://m.vonvon.me/quiz/9

44

음 내가 비교적 균형이 있는 사람이군, 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종잡을 수 없는 쪽인 게 맞겠지.

http://m.vonvon.me/quiz/8

333

타로로 보는 2015년 운세, 라 하더니 뭐 얼마나 더 은둔을 …하고 궁시렁 거리긴 했지만,
요즘엔 보다 더 더 은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눈앞의 것들을 멀리로 밀쳐버린다.
타인을 대면하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더 심해졌다.
그런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혼자 있을 때 무슨 가치를, 더 발휘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것,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는” 거야  여건만 된다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거라 자신하지만,
아, 그렇게 지내볼 방법이, 은둔의 방법이, 당장은 없다.
그렇다고 “출사”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은둔”의 방법”도” 없다, 고 해야한다.


DSC04818

H가 선물해준 향초. 곰인형 라벨 디자인이 내 취향에 안맞을까 걱정했다는 섬세한 배려가 맘에 와닿았다. 내게 맞는 향을 고르기 위해 판매원에게 나에 대한 설명을 이러저러하게 했다지. 그렇게 해서 내방 가득 퍼지게 된 Soft Blanket 향이 꽤 좋다.
이마트에서 산 와인의 맛도.
이마트가 너무 가까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마트에 들어서면 신기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필요한 것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천체사진


PIA17936_fig1

출처 : http://www.jpl.nasa.gov/spaceimages/details.php?id=PIA17936

오랫만에 방문한 뱅쇼님의 블로그에서 보게 된 사진이다.
“화성에 있는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촬영한 지구 사진” 이란다.
저  쬐그만 점이, 우리가 이리도 복닥복닥 시끌벅적 살고 있는 지구란 말이지…
가만 들여다 보는데 마음이 여러 갈래로 먹먹해지다 뭉클해진다.

신선생님의 병환 소식이 내내 묵직하게 가슴 한 쪽에 걸려 있다.
…………
뭐라.. 한참을 쓰다가 지운다.
그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

작년 이맘 때쯤 듣던 노래를 찾아 듣는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천체사진>이다.

별사진, 천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종종, 시신경과 가슴이 쏴해지는 청정한 자극과 함께, 어떤 부드럽고 뭉클한 신호를 수신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어디 먼 우주에서 (이렇게 작고 작은 지구 안의, 먼지처럼 가볍고 희미하며 지극히 유한한 존재인 내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같은.

깜깜한 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얼 찍고 있나 물었더니
조리개를 열어 놓고 한참을 기다리면
먼지 같은 별빛들이 켜켜이 쌓여
아름다운 천체사진이 된다는데

의미 없는 너와 나의 어제 오늘이
먼훗날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우린 오늘도 아주 작은 별이 된다
먼지 같은 빛을 내려 몸부림친다.

깜깜한 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게 나의 모습 같아서
차라리 난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리면

의미 없는 너와 나의 어제 오늘이
먼훗날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우린 오늘도 아주 작은 별이 된다
먼지같은 빛을 내려 몸부림친다.

Fitbit, Charge

DSC047841s

Fineapple 로부터 선물받은 Fitbit Charge. 
얘가 보고하는 바에 의하면 오늘 이 시간까지 나는 2675걸음을 걸었고, 1.66키로 이동했으며, 622칼로리를 소모했고, 활동적 시간은 제로다. 간밤에는 6시간 38분을 잤는데 깨어난 횟수 1회, 뒤척인 횟수 14회로 기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편히 잔 셈이다.

이런 보고도 나름 재밌긴 한데,  이왕이면 모델명대로 Charge도 해주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기능은 없다.  -,.-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모두 방전되기 전에,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충전을 잊지 않고 나를 지켜갈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도시가스, 예외상태

DSC04789

이 무시무시한 딱지는 일주일 전,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 귀가했을 때 문에 붙어 있던 것이다. 
도시가스비를 체납해 가스 공급을 중단시켜 버렸다는 건데, 
이 한 겨울에, 차단이니 봉인이니 하는 붉은 색의 볼드체 단어들은 얼마나 섬뜩한가. 

정신이 번쩍 났다. 와, 내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구나, 하고.
이걸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건, 겨울 칼바람 같던 그 느낌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다.

사실상 체납한 사실이 없으며, 자동이체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 나가고 있던 걸 확인하고 잘못된 고지서를 시정해달라고 전화까지 했었던 나는 야간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공급재개를 요구했고, 밤 열시가 넘어 다시 내 방에 온기를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참기가 힘들었다. 
(시스템 에러가 아니고) 진짜로 체납을 했다 한들, 한 달을 밀렸다고 이 한겨울에 가스를 끊어버리다니요… 세금도 꼬박꼬박 다 내고 있는데 말에요… 이 놈의 나라가 뭐 이렇대요… 하고. 
두어달 전, 프랑스에선 공과금은 물론이고 한겨울엔 월세가 밀려도 세입자가 쫒겨나지 않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얘길 듣고 부러워하던 게 생각났다. 
 
그 화가 쉽게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자리에서 술김에 이 얘기를 꺼냈던 걸 보면.
그리고 들었던 반응중 하나.
 “혹시 정부에 뭐 잘못  찍힌 거 아니에요? 알고 보면 통진당원이라거나 ㅎ”
가벼이 던진 농담에 가벼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 결정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얘기를 꺼내들었다, 어느 진지한 어르신으로부터 뭐라 훈수를 듣기도… 

아감벤의 <예외 상태>를 주문하다가 한겨레에 실렸던 로자 선생의 글을 보았다.
제목이 “민주주의 위해 민주주의 희생하자는 논리“다.   

(…..) 오늘날 군사적 비상사태나 경제적 비상사태는 예외상태의 흔한 명분이 되고 예외상태는 상례가 되고 있다. 통상적인 통치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에서라면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의미를 잃는다. 아감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헌정 질서의 변환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 전체에서 진행중이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법학자나 정치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런 상황이 시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크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민주주의 자체의 일시적 희생 따위야 정말 사소한 것”이라며 예외상태, 곧 입헌독재를 옹호하는 한 헌법학자의 말이 섬뜩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와 함께 있지 않다. 
– 한겨레(13. 12. 30)

겨울이다.

시간이 ‘슬픈 듯이 조금 빠르게’  흘러 겨울이 되었다.
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온통 낯선 곳을 서성이고 돌아온 나는 아직도 다리가 뻐근하고,
왠지 모를 허기로 식탐만 늘어, 비어있던 냉장고를 채웠다.
하나 식탐이 생겨도 소화력은 늘지 않고 온몸의 세포가 이렇게나 무기력하니,
어떤 깨달음이 내 생에 닥쳐와도, (보지는 않았지만)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던 어느 영화에서처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정언을 실천하며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뭐 그렇다한들…

어쩌다 “미생”을 드라마로 보고 있다.
드라마, 라 하기엔 너무 리얼하게 그려지는 그들의 치열한 일상이 너무 애잔해 눈물이 난다.  

구몬초

CAM00252_s

 

바람이 잘 통하는 대신 모기도 잘 통하는 창가 내 자리. 
모기에 워낙 취약한 지라 구몬초를 사다 놓았는데, 뜻밖에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구몬초에요. 예쁘진 않지만 모기를 쫒아준다길래.” 라는 내 얘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긴 하루.

잠시 과로했던 게 영 회복이 되질 않는다.
날씨탓인가 오늘은 영 컨디션이 안좋아 쌓인 일을 일찍 접고 대낮에 사무실을 나왔다.
쏟아지는 빗속에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침대에 털썩 누웠으나 잠도 안오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피로감과 열 오름과 시리게 저려오는 사지육신의 무력감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뒹굴뒹굴 허둥댔다.
이럴 때 남들은 어떤 조치를 할까? 궁금하였으나 딱히 물어볼 사람이 떠올라 주지는 않았다.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는단 얘기가 생각이 났지만 너무 낮설게 느껴지는 일이라 패쓰.
결국 지난 번 발목을 다쳐서 다녔던 동네 한의원이 떠올라 주어 침과 뜸을 맞고 돌아와 간신히 밥을 먹고 다시 누웠는데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중학교 동창이다. 
누워서, 잠겨오는 목소리로, 이런 저런 안부와 함께, 점차 쇠락해가는 육신과 고집스럽게 변하지 않고 있는 것들과 기타 등등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다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는데 문득 다시 밀려오는 피로감.
한 백만년은 살고난 것처럼.
이 몸은 그 안에 백만개의 나이테를 품고 있는 것처럼 무겁구나.  

백년토종삼계탕을 먹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