Ólafur Arnalds – Particles ft. Nanna Bryndís Hilmarsdóttir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이가 찍어온 사진들을 넋 놓고 구경한 이후부터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종종 듣는다.
아름다운 그곳의 풍광에 어울리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들은, 이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더없이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느라 극도로 피로해진 심신을 다독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Ólafur Arnalds 가 여러 명의 아이슬란드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통해 내놓은 곡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먼 이국땅에 대한 동경을 단단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이슬란드 사진을 보여준 이는, 자연이 아름다운 아이슬란드가 여행하기 좋은 곳이긴 하나 너무 심심하여 살기엔 적합하지 않다 단언하였는데, 이들의 음악 역시 누군가는 “수면음악”이라 할 만큼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반복되는 단조로움과 멜랑꼴리한 나긋함이 있다.  심심할 지 모르나 치명적일 수 있을 매혹이다.

어지러이 돌아가는 배경이 높은 등대 내부라는 말을 듣고 나니, 저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보컬 Nanna Bryndís Hilmarsdóttir (발음하기가 어려워..)가 눈 감고 노래하다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아 영 불안하다.

목소리

묵언의 대화중에 오래 전 보았던 영화 <HER> 가 떠올랐다.

포스터를 찾아보니… 배우의 표정 변화가 대단하다. ㅎ

 

묵언의 대화를 해야했던 건 목감기로 시작된 후두염으로 인해 성대손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열악한 태생적 신체적 조건들에 비해, 그래도 목소리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던 지라…
주사, 항생제 복용이 한달여가 지속되자 날아온 의사의 경고 – 성대 손상, 변화가 불가역적이 될 수 있다는- 는 꽤 쇼크로 다가 왔다.
하필 목소리가…  라는 투정에 친구는 그래도 다른 데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기라 했지만 별 위로가 되거나 불안이 줄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장 닥칠 생업의 위기는 어쩔거며,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 등을 받은 스파이트 존즈 감독의 <Her>는, 무엇보다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출연만으로 로마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것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그녀가 연기한 사만다는 그 달콤하기 그지 없는 매력적인 목소리만으로 영화속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실상 존재 자체가 목소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묵언의 대화에 필요했던 수첩을 보니, 나는 내 목소리가 내 정체성,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말이 적혀 있다. 사실 어릴 적부터 누가 이상형을 물으면 “첫번째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곤 했는데, 그래서 과거 나한테 반했던 남자가 그 얘길 전해 듣고, 성대 수술을 할까요?  했다는 … ^^;)

한데 이번에 후두내시경을 찍고서는 좀 놀라기도 했다.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저 작고 단순해 보이는, 지금은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는 저 성대라니.
저 구조만으로 어떻게 그토록 천문학적으로 다양한, 저마다의 고유한( 고유하다고 생각했던) 차이가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다시 보는 HER에서는 주인공 테오도르어의 직업이 편지 대필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 직업을 가진 그가 무의미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 목소리로 다가온 사만다에 순식간에 열정적으로 매료되는 설정에는, 문자언어의 한계와 목소리의 힘 혹은 가능성에 대한 통찰이 보이기도 한다.

드레인, 회귀

우리 뛰어노는 동안 해 저물고
우린 마지막을 함께해

네가 날아가는 동안 나는 걷고
우린 마지막을 함께해

* 그랬으면 좋겠다.  뛰어노는 동안, 그 동안에 해가 저물고…

흔들리는 풍경은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 되고 
다가오는 폭풍은 그저 
또 하나의 노래가 되네 …

크랜베리스, 돌로레스 오리어던

아일랜드 얼터너티브 록 밴드 크랜베리스 (The Cranberries)의 리드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이 지난달 15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이웃블로그에서 접했다. 신규앨범을 준비하던 그녀의 나이는 46세.
애잔하면서도 영롱한 결을 지닌 노래를 이어 들으며 추모의 마음을 모아본다.

크랜베리스의 노래 중 가장 많이 들었던 건 <Dreams>일 것이다.
아득히 오래전 자신의 컬렉션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선물로 주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안에 이 노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컬렉션이 맘에 들어, 테이프가 늘어져 어쩔 수 없이 폐기해야할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그와 함께 갔었던 신촌전철역 뒷쪽의 “놀이하는 사람들” 이나, 어쩌면 종로의 “라커스” 같은 데서도 그녀의 노래들을 신청해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스라한, 그래서 참 좋았던 시절의 기억이다.

이렇게 목소리로 남는 음악이란, 인생이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고 또 경이로운 것인지…
Rest in peace Dolores…

멀리서, 김지혜와 탕웨이

탕웨이도 이 노래를 불렀다는 걸 오늘 알았다.
하지만 내겐 역시나 손성제 <비의 비가>에서 만난 김지혜의 목소리가 훨 좋다.

수년 만에 만난 친구가 음악을 듣지 못하고 살았던 지난 세월에 대해 얘기할 때, 친구를 안쓰러이 보았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그러고 있다. 어지러운 시국 탓만은 아닐 것이다.
즐겨 듣던 시디를 꺼내고, 휴대폰에 저장된 팟캐스트를 지우고 음악을 다운 받는다.
그러고도 “어쩌다보니 이렇게” 살게 된 인생에 대한 회한이 남아, 낮에 만난 H에게 전화를 걸어 “나처럼은 살지 말라” 잔소리를 한다.
나른하게 피곤했던 찬란한 봄날 하루가 이렇게 가고 있다.

윤덕원, 농담

쓸쓸한, 농담의 풍경.

네버엔딩스토리0416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네버엔딩스토리 중)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부른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리메이크 뮤직비디오가 공개돼 화제를 낳고 있다….”

석연치 않은 결말

추억은 가슴 속에.
석연치가 않아, 많은 것들이.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석연치 않은 결말

우울, 예술의 전당

_20150512_184300

_20150512_2107360

감기의 후유증이라도 되는 양, 뻔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울.
그 와중에 도착한 책은 순전히 번역자와의 친분 때문에, 의리로 주문한 책인데,
받고 보니 어찌 나를 위해 번역을 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생색내기용 사진을 보냈더니, 집에 몇 권 있다며… 진정 책을 사랑하는 처자로고… 하셨다.

_20150514_123553

_20150514_123737

짙어가는 우울을 떨쳐내기에 꽤 효용이 있었던 외출.
클래식 전곡을 딴 짓 안하고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빅토르 할아버지는 저 연세에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고 현란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는지,
직업병 없이 어떻게 손을 간수하시는 지도 몹시 궁금.
(나는 그리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 저림으로 나이키 아대를 하고 다니는데!)
다음 생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작은 움직임으로 큰 소리를 내는 큰 울림통을 가진 콘트라베이스 주자를 선택하리라.
이 생엔 글렀지만 다음 생에라도, 그런, 큰 울림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지.

오래된 궁금함이 있던 마크 로스코 전시.
스티브 잡스를 마케팅에 끌어들인 건 정말 영리한 한 수 였다는 생각.
관람 후 로스코의 죽음을 암시했다고 전해지는 유작- 피의 레드- 엽서를 집어들자 동행했던 R군이 계산을 해주며 말했다.
“죽지는 마시라” 고.

_20150513_183547

_20150513_224312

_20150513_191222

동행인이 히스토리를 아는 곳이라며 안내한 더바도프 The Bar Dopo.
이곳을 처음 만들었다는 주인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군산의 가게도 언젠가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리산에 처음 올랐던 어린 시절엔,  ‘세상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많구나, 그러니 더 살아봐야겠다’ 라고 일기에 적었더랬는데,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엔 이렇게 적어보아야겠다.
‘세상엔 아직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도 많고, 볼 수 있는 근사한 미적 성취들도 너무 너무 많지만,
그보다…. 아직 맛보지 못한 맛난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 좀 더 살아봐야겠다’ 고.
하룻동안 다소 화려한 포즈로 감행한 예술의 향유, 그 끝이 이러하니,
당분간 엥겔지수가 좀 올라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내내 듣는다.
R군이 추천했던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다.

선데이 시크릿, 바램

뒤척이던 내 방 한 구석에 이젠 나올 법도 한데 찾으려 하면 사라져
한없이 간절했던 지난 나의 설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
소중한 것은 움켜쥘수록 다가가려고 할수록 조금씩 멀어지는 걸
너에게 들려줬던 지난 나의 노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

**현실 감각은 무뎌가고 떠밀려 오는 삶의 무게가

오늘도 내일도 멈춰 서게 한다 꿈이라는 저 언덕 아래
나이란 놈을 먹어갈수록 수염이 굵어 갈수록 나는 더 작아지는 걸
너에게 들려줬던 지난 나의 노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