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그가 새를 찍으러 다니는 일에 그닥 진정성이 있으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값비싼 좋은 망원렌즈 폼나게 들고, 적당히 우아한 취미생활을 하는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보면, 오호 그 정도가 아닌데, 싶은 면모가 슬핏 드러나곤 했다.
물총새 사진을 보고 어여쁘네요, 하면 이런 대답이 나오는 식.

“새잡는 사람들의 로망이죠. 비취색이라고 하죠. 물총새의 한자가 비취입니다. 보석처럼 멋지다고 해서”

그러다, 그의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따님이 있었는데 작년에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작년에 9살이었죠. 그후로 그분이 새사진을 찍기 시작하셨어요. 가장 큰 피사체인 딸이 곁에 없으니까요.”

이후로 한동안 새처럼 날아가버린 아홉살 여자아이의 죽음이 뇌리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의 새사진에선 멀리 떠난 딸에게 향하는 그의 시선이 느껴지곤 했다.

만남

대공원 현대미술관앞에서 만났던 세살배기 현승아가.
몇 번의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에,
생판 모르는 낯선 어른에게 이리 많은 표정을 보여 주었던, 놀라운 녀석!
넓찍한 아빠의 등 너머로 오래 오래 빠이 빠이 예쁜 손을 흔들어주던.

금속성의 질감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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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성의 질감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안의 한숨, 어설픈 욕망, 불안한 파장, 어두운 낌새를 들키지 않게 꼭꼭 차단한 채,
내게 드리워지는 것들의 빛깔과 형태만을 반영하는 질료로 나를 구성하고픈,
아무도 나를 들여다보지 않기를, 누구든 내 안의 어두움과 눈맞추지 않고 지나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그런 때가 있다. 

(현대미술관)

경계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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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의 경계에 서서
땅과 바다의 경계에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은
세상의 경계를 지우는 일인양 숭고해보였다.

서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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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엔 어떤 힘이 있습니다.
저 깊은 바닷물을 밀고 당기는 달의 인력마냥 강하게 사람 마음을 이끌어,
돌아온 길을, 내 안을, 속 깊은 곳의 맨바닥을 속수무책으로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힘 말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는 것을, 오랫만의 석모도 여행길에서 깨닫습니다.
돌아보니 짧지 않은 생의 고비고비를 지나면서 서해를 찾은 일이 벌써 여러 차례입니다.
그렇게 쌓은 이러 저러한 추억들이 조금씩 쌓였다가 서서히 풍화작용을 일으켰다가,
어떤 날, 어떤 생의 무늬를 드러내게 될른지요.

잠시 스치듯 지나온 풍경이 벌써 그리워져 렌즈안에 끌려온 것들을 살짝 들여다 보니,
거기 내가 보이는 듯도 합니다.

*  즐거운 한가위 되셨는지요?
   둥근 보름달과 눈맞추며 품었던 소원들, 그 순간 간절하고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풍성하게 누리고, 넉넉하게 안고가는 삶을 사시기를 마음모아 기원합니다.
 

어떤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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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고,
삶의 긴장을, 표면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혹여 그 비행에 따라나섰다가 홀로 아득히 추락할까 두려워했던 어제를 생각한다.
무사히 내게로 복귀하였으되, 여전히 주춤거리고, 서성이고,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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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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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사야겠어.

시장 풍경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살고 있는 집 옆에는 자그마한 재래 시장이 있다.
출퇴근시엔 꼭 여기를 통과해 지나가는데,
거기엔 늘상 점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쁨을 받고 있는 늙은 개가 있다.
누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 눈을 지긋이 감고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길을 즐기는 즐기는 녀석의 말년이 나쁘진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며칠 전엔 이런 중요한 임무를 홀로 수행하고 있었다.
사진기를 꺼내 들이댔더니 힐끗 쳐다보다 다시 쪼르르 제 주인의 품안으로 걸어가버렸다.

(문의가 많아 덧붙임: 강아지가 재고가 아니며, 옆에 있는 물품의 판촉을 수행중)

성공회대 나들이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놓칠 수 없었던, 성공회대 신영복 선생과 함께 하는 종강 기념 더숲 콘서트. (장양은 담날 제출할 논문거리를 싸들고 왔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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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깊어가는 그들의 노래와 삶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것이었다.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를 노래하는 정태춘씨를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자칭)과격한 노래를 불러도 어찌 저리 서정적일 수 있을까.
과격한 노래를 부르는, 그러나 더할 수 없이 서정적인 시대의 가객.
너무 멋져서 우우~ 소리를 지르고 싸인을 받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잠시 나이를 잊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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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더숲 트리오의 플러스 일로 출연했던 이지상씨는,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씨벌” 이런 노랫말의 노래를 불러도 어찌 그리 순수해 보이는지 말이다.

더숲 트리오의 교수님들은 언제 봐도(몇 번 보진 못했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저런 교수님들 밑에서 맘껏 공부해봤으면.
(그 지겹던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안하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 내가 좀 철이 없단 거…. 인정한다. -,.-  어려서 공부를 안한 게 한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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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반갑고 어여쁜 후배들. 자주 보진 못하지만  늘 맑고 밝은 거울이 되는.  (정일아 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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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은 배군이 내얼굴도 박아줬다.
그래도 내가 찍은 사진(위)이 쬐금 더 안정적이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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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씨와 신영복 선생님 싸인.
종강 파티후 사람들 챙기느라 경황없는 신선생님을 잡고 “엘에이의 선생님 팬들에게 보낼 건데요..” 하며 달력을 들이밀었다. 제이양 자매가 좋아하면 좋겠다.  

고단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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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 the LA Airport


우연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색깔-우울하거나 즐겁거나, 혹은 불운하거나 운이 좋거나-을 띠고 발생할 때, 그 흐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지 가늠해 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방향제시등 같은 존재가 아쉬운 것도.

고단한 주말을 보냈다.
잊고 사는 것,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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