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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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법을, 가르쳐 주나요?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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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스마트해진 세상.

블랙베리와 애플이 그저 과일이었던 시대가 보다 행복했었다고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순정한 욕망으로 살던 때가 언제였을까?

과일이 단지 그 사용가치만을 가지고 있었을 때, 세상은 평화로웠을까? 

눈 오시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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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공원, 내 발자국

Gon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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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phone 5478022042.mp3


                                                   Gone Again, Red Garland Trio <Groovy>

통통통 울리는 피아노 소리가 맑고 쨍한 딱 오늘 같은 초겨울의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해지기 전의 온화한 햇빛을 내다보다 살짝 머리를 기댔을 때 전해오는, 투명한 버스 유리창의 기분좋은 한기같은. 쿨해서 매력적인 그/그녀의 서늘한 이마같은.

인라인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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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창문. 이곳에 깃드는 싱싱한 아침을 보려하는데… 잠이 안온다.)  

그제, 드디어 삼사년만에 인라인을 둘러매고 한강 공원엘 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랫만에 굴려본 인라인 바퀴는 기분좋은 바람과 스피드를 선사했고, 옆으로 지나가는 해지는 풍경은 맑은 날씨 탓에 지독하게 예뻐서 시선이 자꾸만 옆으로 돌아갔다.
자전거를 끌고 나온 지역주민 두 분은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가며 힘들지 않냐, 그런 힘든 노가다를 왜 하냐, 라는 말을 던지기도 하였지만, 나의 인라인 실력이 엉터리는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언해주었다. 게다가 정식으로 강습을 받은 것처럼 폼이 제대로다, 라는 말까지 던져 줌으로써, 오래전 초등학생이었던 조카한테 받은 수모를 기분좋게 떠올리게 해주었다. 정말로 제대로 정식 강습을 몇 달 받았던 조카는 자신있게 내게 시합을 제안했다가 속도에서 지가 훨씬 뒤쳐지자, “이모, 인라인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폼이 중요한 거야” 라고 큰 소리로 주장을 했던 것이다.  
   
오늘도 잠이 안와 (다시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 쌓아두기만 하던 사진도 흩어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옛날 홈피 백업해둔 게 멀쩡히 있는가 슬쩍 방문해보니, 신이 나서 인라인을  타던 얘기가 읽히고, 여기에 내가 인라인을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발견된다. (누구는 예전에 쓴 거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했는데, 나는 그보단 재미가 있다고 느낀다.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거의가 새로운 데다 아무리 생각해도 늘 현재보다 철이 조금은 더 들었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기억하기에 이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던 듯. 점차 퇴행을 한다고 느끼는… 뭘까, 이런 태도는.)    
 
인라인을 둘러메고 호수공원에 다녀왔다.
호수공원은 상암에 비해 인라인 타기가 훨 수월하다. 산책로와 나란히 자전거도로가 곧게 나있고, 불빛 어른거리는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이곳의 작은 동호회의 사람들로부터 한 수 배우는 보람이 있었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좌우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방법.
그래야 속력을 낼 수 있단다.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했다.
방법도 모르고 뒤뚱거리며 타는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고 잘 타는 건 무게중심이 워낙 낮아서 그렇다고 하니,
굳이 낮추지 않아도 무게 중심이 남보다 한참 낮은 내가,
심한 몸치로 산 세월에 비해 큰 어려움없이 인라인을 타게 된 비밀이 풀리는 듯 하다.
어쨌거나 무게중심을 낮추며 타는 연습을 좀 더 하면, 나도 속력을 좀 낼 수 있겠다.
그리고 삶의 체질도 바꿀 수 있을지도.
무게 중심. 속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
메신저 대화명을 무게중심으로 바꿔야겠다. 
(2006/03/24)

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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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창전동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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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와 눈 맞추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누군가는 단지 고양이가 시력이 나빠 그런 거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정말 ‘존재의 이유'(담배 레종의 컨셉 참고) 따위를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약간의 공허함과 쓸쓸함.
‘물기를 빼앗겨 쭈글주글해진’ 건포도를 집어 먹다, 내 안이 너무 건조하고도 싱겁게 느껴져 꿀물을 타서 마신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른 듯. 매미 우는 소리가 처연하게 우렁차다.

* 어떤 대상에 대해, 마음을 조금 접어야 하는 타임인 모양이다.
육체의 고통이든 마음의 문제이든, 견뎌야하는 모든 문제는 막상 닥치면 늘상 염려한 것보다 훨씬 의연해질 수 있었던 걸 상기한다. 단 한 번 정도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특히 마음을 비우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그 만큼의 여백을 즐기기.
누구 못지 않게 내가 잘하던 종목이었는데(그래서 너무 섣부르게 비워서 남은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였는데) 나이가 들어 불안해지거나 욕심이 생겼던지, 마음이 너무 팍팍해졌던 것도 같다.
‘시시껄렁하게 살자’ 했지만 오늘은 좀 반성을 해야겠다.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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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흘러드는 황혼의 표정들.
모니터에 코 박고 일을 하다 벽에 깃든 그 빛이 보이면
벌떡 일어나 베란다창에 붙어 해지는 풍경을 본다.
더러는 뛰쳐 나가 공원으로 향한다.
정말 작고 야트막한 공원에서 그리 높지도 않은 나무들 틈새로 기웃기웃 황혼을 보는 일은 좀 감질날 때도 있어서 더러는 훤히 볼 수 있는 높은 자리를 탐해보기도 한다.

요즘엔 매미소리, 각종 풀벌레 소리, 덩달아 재잘대는 새소리가 장난 아니게 웅장하고,
그 교향곡을 들으며 이런 생각도 해본다.  
가장 좋은 여행의 동행은 같이 있어도 언제든 온전히 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고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스쳐가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오히려 같이 있어서 더 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고.
물론 짐을 덜어준다거나 길을 잘 알아 헤매지 않게 해주거나 맛난 음식을 먹게 해주거나 노래를 불러 주는 등 즐겁게 해주는 사람도 매우 훌륭한 동행임엔 틀림없지만, 더 욕심을 내자면 그렇다는 얘기.
그래서 그것이 심히 어려워질 때는 차라리 나홀로 여행을 아쉬워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아닐런지. (머 아닐 수도 있지만  -,.- )

낭만적인 나이 쉰 살

“선생님 나이는 낭만적이에요. 쉰 살”
“스물다섯은 너무 세속적이에요. 서른은 일하느라 바빠서 피폐해지기 십상이고 마흔은 시가 한 대를 다 피울 때까지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하는 나이죠. 예순은….. 아, 예순은 일흔에 너무 가까워요. 하지만 쉰 살은 원숙해요. 전 쉰이 좋아요.”
 – F. 스콧 피츠제럴드, <벤자민의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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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한 대가 다 타고도 꽤 여러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어제.
시가를 피우던 인생 선배(오래지 않아 쉰 살을 살게 될)로부터 스치듯 들었던 “쉰 살” 혹은 오십대란 나이는 정말 꽤나 낭만적으로 들렸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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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목소리만으로 어떤 낌새를 알아채고, 또 여름을 타는 거냐며, 나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참, 내가 원래 유난히 여름을 타는 체질이었지, 라고 대답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랜 옛 친구란, 그런 것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영월에 있는 작은 절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친구와 처음 함께 여행을 가서 보았던 동강은 친구가 그렇듯 여전히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까.
그 물빛 산빛을 떠올려보는데, 마음이 둥둥 먼저 길을 나선다.    
 
* 그렇게 나선 자그만 절에서 주지스님의 문제 많은 컴퓨터를 손봐주는 것으로 밥값하려 하는 중.
여기 인터넷은 정말 느리네요. 도 닦는 거 같아요, 했더니
호탕하신 스님께서 “여기선 모든 것이 도 닦는 것이여” 하신다.
과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스님의 재미난 말씀을 듣는 것, 밥지어 먹는 것, 이불을 가지런히 햇볕에 널어 말리는 것, 호박전을 부치고 막걸리는 마시는 일에도 자연의 이치에 동화되고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음 올라가는 길이 막히지 않아야 할 터인데, 마음이 조금 분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