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정치법

지도 정치법 (定置法):나침반의 방향과 지도에 나와 있는 방향을 일치시키는 것.

Sometimes

산타바바라

    It’s okay not to be fine sometimes…

사는 재미

사는 게 재미없단 얘길 많이도 듣고, 또 하기도 하다
재미 있었던 일이 뭐였나, 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일이 두 가지입니다.

한 번은 친구 J와 용산엘 가려고 만났을 때.
내가 지하철 1호선 뒤에서 두번째 칸을 타고 가다가 J가 중간에 타서 만나기로 했었지요.
핸드폰의 도움을 받아서 정확히 내가 타고 있던 곳의 문으로 그가 들어왔을 때,
심심하던 내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지요.
어, 여기 웬일이야? 하고.
친구는 천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더군요.
어, 뭐 친구 만나러 가는 일인데.
정말 오랫만이야.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뭐 이런 말들을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잘도 떠들어댔어요.
지루해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반가움의 호들갑을 떠는 우리에게 향하는 것을 흘끔흘끔 보면서 말이지요.
정말 재밌어서, 전철을 내려서도 한참 키득키득.
(과연 재밌을까 하시는 분들, 함 직접 해보세요.^^ 이럴 때 친구가 너 왜 그래, 우리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잖아, 이러면 대략 난감하겠지만)

또 한 번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라군과 용산에서 만나 베트남국수를 먹었던 일인데,
이거야 말로 국수를 함께 먹은 거 외에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난 종로에 나왔다가, 그는 용산에서 기차를 타기 전 남는 짧은 시간에 함께 밥을 먹기로 한 것이지요.
별 말도 없이 후루룩 국수를 먹고나서 시계를 확인해보곤 내가 말했지요.
오랫만에 만나서 밥만 먹고 헤어지네 그려.
엠에센으론 때론 과격하게도 잘 떠들다가 만나면 조금 과묵해지는 그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왜. 재밌잖아. 만나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용산 터미널 식당안의 그 상황이 갑자기 재밌어지더라구요. 매직처럼.

왜 이렇게 실없는 소릴 하냐구요?
휴~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생각하느라 또 많은 걸 잃어버리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의 평안도 필요하고, 잃은 걸 벌충하기 위한 에너지도 필요한데 너무 막막해서요.

그래서 말인데요.
당신의 재밌었던 일도 들려줘 보지 않을래요?
당신에게 일어났던, 작고 사소하나 당신을 웃음 짓게 했던 일 말이에요.

재미없는 사람

사람을 쉽게 판단하거나 어떤 유형으로 규정해버리는 걸 극히 조심하는 편이지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가 아니라 저게 그 사람, 이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정말 꺼려지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큰 소리로 자신을 주장하는 사람.
모름지기 사람의 장점이란 스스로 주장을 해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기 마련.
큰소리로 주장을 해야 한다는 건 이미 근거나 실체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물론 큰 목소리를 내야할 때 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멋지다.
게다가 그것이 그 안의 고귀한 신념에서 나온 깊은 울림이 있는 것이라면 존경과 매혹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그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설명하기 위한 것일 때, 필시 그는 청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기 쉽고 그런 사람과의 대화속에서 소통을 기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은 그런 뜻에서였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아주 좋은 대화 상대다.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을 줄 알고, 타인의 내면의 것들을 끌어내어 공감의 향연을 벌일 줄 안다.
소위 평탄하거나 (우리끼리의 표현에 의하면) 심심한 것과는 거리가 먼 지난 삶의 경험 속에서 그녀의 그런 장점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건 놀라운 일이고,
우리 사회의 안녕과 세계평화를 위해 아쉬운 일일 수도 있다.ㅎㅎ
지구 반바퀴를 돌아 날아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음의 평온을 퍼뜨리는 향기가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그녀의 주위엔 사람들이 보인다. 눈 맑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 그 덕으로 그 향기를 알아보는 것이리라.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어서… 라는 그녀의 말을 나는 자꾸 엄살이라고 타박한다.
(사실 그녀가 그런 얘기를 자기 블로그에 쓰거나 말로 할 땐 좀 천진스럽고 귀엽다. 확실한 건 진짜 친구가 없는 사람은 그런 얘길 스스로 하진 못한다는 것.)

나의 소박한 결론.
모름지기 인간은 향기로 말해야한다. 큰 목소리로 자신을 잘 났다 하는 사람만큼 재미없는 사람도 없다.
그런 면에서 고래씨. 당신은 재미없는 사람은 못된다우. 쉽게 가까워지기 힘든 사람도 아니고.(쉽던데 뭘^^)

동물원,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

고래씨의 블로그에 걸린 김창기의 음악이 귀에 꽂혀 소리없이 날라왔다.
그 노래와 또다른 그가 남긴 댓글이 내게 스며들며 잔잔한 평화를 안겨준다.
소통과 구원은 어디에든 있다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이걸 “빛”이라고 표현했던가.

양평에서 있었던 동물원 콘서트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내 글이 들어간 공연 팜플렛을 받아들고 유준열과 악수를 했더랬다. 흐흐
(동물원 노래에 얽힌 사연을 올리는 동물원 홈페이지 이벤트였음)
동물원은 뛰어난 음악성 없이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래서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에 특별한 위로가 되어주는 노래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노래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사실 김창기가 빠진 동물원은 좀 밋밋하고, 김창기의 솔로음반은 좀 심심하다.
동물원의 매력은 그들이 서로 다른 음색의 목소리로, 함께, 도란도란, 수줍은 고백같은, 어설픈 젊은 날의 편지같은 음악을 만들어낼 때 최고였다는 생각.

그래도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음악을 놓지 않는 그들은 아직도 멋지고,
평범한 그들의 음악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기쁜 소통과 구원을 선사한다.  

오늘의 할 일

닥터 하우스가 그렇게 멋진 이유, 내 맘을 사로잡아 버렸던 이유를 기억하기.
그리고 “보탁스보다 좋은” 안티 에이징 화장품 홈페이지 제작.
뽀족해진 마음에 “안티 에이징” 이란 단어가 괜히 눈에 거슬리고
안티 안티 에이징 문화가 필요해, 중얼거리다.
며칠 전 차를 타고 지나가다 PRO AGE라는 간판을 보았었는데 의류 브랜드인 듯.
프로 에이징 마켓팅, 성공할 수 있을까.

실수

큰 실수를 했다.
한 때의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고, 아주 공교롭게 내가 늘어놓은 뾰족한 말들이 정확히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마음 여린 그녀는 아마도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가 오해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 말들이 그 오해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어서 어찌 수습을 해야할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저, 그녀가 그 상처를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관계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이렇게 관계에 서투른 인간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유독 어떤… 중요한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하루 종일 미안함과 자책과 연민 같은 감정들이 마구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 맥주를 연거푸 마시고선, 한 세 사람 정도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 기억이 난다.
두 사람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했고, 먼 거리 너머 공간에 있던  또 한 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이상하게 알콜이 들어가면 누구에게라도 자꾸 이 질문을 해대고 싶어진다.
당신, 행복한가요?

故 오규원 시인,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

(자슈아트리 국립공원)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지난 2일 별세한 故 오규원 시인이 제자 시인의 손바닥에 손톱끝으로 남겼다는 시를 읽으며, 어젯밤에 블로그에 남겼던 궁시렁 거림을 지웠다.
시인의 평화로운 죽음이, 시인으로서의 그의 생애가 종종 그러했듯 한 조각 거울이 된다.

스무살 무렵, 학교앞 서점에서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는 시집을 발견하고
“가끔은” 이 “주목받는 생”을 꾸미는 건지, 전체 술어를 꾸미는 건지(말하자면 늘 주목받진 못하더라고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단 건지, 주목받고 싶어지는 일이 “가끔은” 있다는 건지)에 대해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언젠가 혹여라도 이 시인을 만나면 물어보자 했었는데…. –+

Season’s Greetings and best wishes for a New Year

나도 첫사랑에만 성공했으면 이만한  애가… 한 둘이 아닐까? ^^ 
경주에 놀러갔을 때 잠깐 보았던, 호텔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나를 맞던 여섯달 아기가
총각이 다 되어 저렇게 바닷가를 뛰어다니고 있단다.
멀리서 날아온 연하장과, 그 안에 담겨온 살뜰한 애정과, 십년이 되도록 여전한 그녀의 밝고 넉넉한 마음자리가, 아가의 씩씩함과 더불어 모두 모두 고맙기 그지없다.

양력으로 이월도 저물어가는데 다시 새해라니 이 또한 고마운 일.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닥쳐올 복되고 즐거운 일들을 맞을 준비를…

새해 복 마니 마니 만드시길…

믿는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눈에 보이는 것과 반대의 것을 믿는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