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소유와 존재. 가을여행

일년 전 미국으로 떠날 때, 다시 미국을 떠나오면서, 그리고 며칠 전 지금의 자그만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내 소유의 많은 것들이 여기저기 필요한 사람에게로 공간이동을 했다.(가볍게 살고자 노력했음에도 작업용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포함해서 잠시 잠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 )
다행히 대체로 필요한 곳들에 정착을 한 듯하니 기분이 좋고, 새주인들이 큰 고마움을 표할 땐 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사정상 급하게 얻은 지금 방안엔 정말 한치도 허투루 남은 공간이 없다. 최적화된 어느곳에도 누군가에게 맡겨놓았던 기타 하나 세워둘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 그러다 보니 청소도 간편, 에너지효율의 극대화, 라는 장점이 보이기도 하나, 동선이 짧은 관계로 게으름이 심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


생각해보니 대체로 공간에 대한 친수성은 강한 편인 모양이다.
이사한 날 들여다본 맘 살뜰한 후배녀석들은 일년만 살라며 다소 안쓰런 표정을 짓고 갔지만, 물건에 대한 욕심을 무색케 하는 아담한 방이 더없이 친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이삿짐센터에서 잠자고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책들을 잡히는 대로 뽑아 뒤적거리다 보면, 마냥 그대로 행복해져 버린다. 이렇게만 살았으면 싶다.


8년만에 만난 친구C에게 책상을 맡기면서 이런 저런 유용할만할 살림들을 넘겼는데, 다행히 그의 부모님과 아들녀석이 무척 반긴 모양이었다. 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가면 살림 하나 장만해주마, 던 C가 진지하게 묻는다. 살 때는 애써 장만했을 텐데, 정말 아깝지 않냐고.
아깝긴.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잘 쓰일 곳에 간다면 그야말로  고마운 일이지.


내가 원래 이렇게 무욕한 사람이 아닐지니, 다 이 작은 공간이 선사하는 경지가 아닐런지.


그렇게 집어들었던 <안녕, 레나>란 책에 이런 귀절이 있다.


“이건 어때요? 그녀와 관계된 무언가를 적고, 의미 있는 날짜를 적은 다음에 이 돈을 쓰는 거죠. 그러면 당신과 그녀가 만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예요…. “


이건 기억에 있어서조차 “소유”가 아닌 “존재”를 말하는 발상이라는 느낌.
내게만 의미있던 물건들도 내 소유를 벗어났지만 어딘가에, 쓸모있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니… 


그렇긴 하지만, 내가 먼길을 떠났다 돌아와도, 아주 작은 공간만이라도 나를 기다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 내 삶엔 참으로 누수가 많다는 아쉬움은 부인할 수가 없다.


돌아온 지 벌써 두 주가 넘었다. 빈몸으로 돌아와 이 땅에 다시 정착, 이란 걸 하느라, 엘에이에서 끌고 온 일들을 마무리 하느라 전에 없이 정신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시차도 무시하고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아침형 인간이 되나 싶었는데, 시간의 감각이 이전의 야행성으로 돌아온 걸 보면, 이제 다시 여기의 시간을 살게 되었구나 실감한다.


10월이다. 엘에이의 친구들은 단풍을 찍으러 어딘가로 간다고 했다. 어여 일을 끝내고 나도 가을 여행을 생각해봐야겠다. 단풍, 하면 한국의 가을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운 기운을 생각하니, 아까부터 흥얼거리던 이문세의 노랫말이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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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위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비같은 영화.
이런 만남, 이런 소통…

http://www.foxsearchlight.com/once/ 에서 그 아름다운 소통의 선율들을 들을 수 있다.
피아노를 꼭 배우고 싶단 생각.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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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지완료!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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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에 비행기를 탑니다. 일년하고도 며칠 동안 내 일상이 되어 주었던 공간과 배경, 사람들을 떠나는 마음은 꽤 술렁술렁 합니다.
살뜰히 챙겨주었던 동생, 운좋게 만나 마음 활짝 열어주었던 사람들과 인사도 나눠야하고 밀린 일도 마무리해야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짐도 정리해야합니다.
다시 길 위에 서는 느낌입니다.
한동안 낮선 땅, 풍경속에서 두리번 거리며 어슬렁 거리며 보낸 시간들이 나를 한 뼘이라도 넓어지게 하고 깊어지게 했기를 바랍니다.

9월 14일 도착입니다. 캘리포니아 땡볕에서 삘삘거리고 돌아다니느라 그을리고 칙칙해진 모습이지만 모른 척 하지 마시고, 환하게 인사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