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바쁘다… 2002년이었나, 회사를 나온 이후로 가장 바쁜 나날들을 살고 있다.
며칠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십통의 전화통화를 하고, 수백컷의 셔터를 눌렀다.
(요즘 일중엔 사진촬영이 많아 사진을 주업으로 삼을까도 잠깐 생각해보았으나,
고작 펜탁스 바디와 렌즈 달랑 두개, 후레쉬, 삼각대만으로도 뻐근한 무게 때문에 곧 좌절하고 만다. -,.-)

잉크를 두 개나 장만하였다.
까렌다쉬의 “아마존”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녹색잉크는 색감 또한 환상적이어서, 자꾸만 키보드를 멀리하고 싶어지게 한다. “썬셋”과 “스카이블루”란 이름의 화사한 잉크는, 보라색 잉크가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선물하였다.
아마존이 좀 식상하게 되면 이 새로운 잉크들을 채우러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두껍게 번지는 게 못내 아쉬웠던 몽블랑 M닙엔 점성 강한 오로라 잉크를 넣어주었더니, 너무나 다른 필감을 선사한다.
새부대에 새술을, 이라 했지만, 오래된 만년필에 새 잉크만 넣어도, 새로운 느낌이다.
역시, 궁합이 중요하다.

요즘 들어 말이 늘었다. 능력이 향상되었단 뜻이 아니라, 쓸데없이 뱉아내는 말의 양이 늘었단 뜻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농도나 점성 또한 떨어져서, 그냥 허무하게 미끄러지거나 흩어져버리는 느낌이다.
하지 말았어야지 싶은 말도,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말도 많아진다.
많은 양의 말을 나누지 않아도 부드럽게 스며들고 밀착되는 소통의 기억이… 아쉽다.
궁합 좋은 잉크와 만년필처럼, 혹은 종이처럼.

황군으로부터 어떤 모임의 일꾼 역할을 부탁받았다. 나의 천성적인 비주류, 아웃사이더적 성향과 부족한 자질을 들먹이며 강력히 만류하였으나. 간곡한 회유에.. 어쩌지 못하고 갈팡질팡.

일산 사는 C언니는 별안간 집을 팔아버리더니, 춘천의 집을 계약해버렸다 하고,
내게도 춘천으로 이사하는 일을 강권하며 방이 세 개나 있다고 언제든 놀러오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꼭 하고 마는 친구 K양은 낼 모레 터키로 여행을 떠난다 하길래,
담엔 같이 가자고, 답사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난, 좀 과장하면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빨리 해치우고 김제로의 여행을 감행하기로 고래동생과 약속하였다.
오랫만의 여행이라 조금 설레기도 하고, 요즘들어 영 신통치 않은 벼락치기 실력이 좀 불안해지기도 한다.

홍대근처 상상마당에서 전시중인 <글씨, 책에 말을 걸다>
한글 글씨체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려온 캘리그라피스트 강병인씨와 북디자이너들이 만났다.
친구 부탁으로 전시 오프닝 촬영을 갔었는데, 최근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듯,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전시일정이 내일까지이니,
주말에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하시는 분들, 자유롭고 멋스러운 필체가 한껏 빛을 발하고 있는 여길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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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작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마지막 사진) 그래서 친구인가.
가까이 각도를 달리해 들여다보니 책 표지 디자인에다 자기 생각을 숨겨놓았다.
귀엽게스리. ^^
북디자인은 정말 예술적인 영역에 닿아 있단 느낌이 드는 이럴 땐, 친구가 같이 일하자 꼬드길 때 그냥 넘어갈 걸 하는 후회가 슬쩍 슬쩍 들곤 한다.

넋두리

나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늘 서투르다는 것.
휴…그래서 때로 허둥지둥 바쁘고, 어리석은 후회가 남고….

잠이 안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This is the Truth
 

멋지다!!! 
과연, 메시지 전달의 효과적이고 “명랑한”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끝까지 보세요… )



1329861771.mp3장필순, 흔들리는 대로

만년필과 베토벤

강남교보에서 워터맨 만년필 둘을 시필해보고는 그 부드러움에 반해 펜쇼핑몰을 기웃거리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을 호가하는 금액에 매달려있는 “초특가, 세일” 이라는 단어를 보며, 세상엔 끝내 외면해야할 매혹이 참으로 많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다.


“카핑 베토벤”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반해서 다운받은 영화를 틀어놓고 내내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다가, 지휘자별로 7개의 시디가 있다는 라군을 부러워하다가, 예스24에서 미하엘 길렌의 베토벤 전집을 주문했다.
5개의 디비디로 구성된 세트가 무려… 21,900원(70% 할인)! 으하하.


기분이 좋아 두 개를 더 주문했다.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2번과 글렌 굴드 (1981년 녹음)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직접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디비디란 매체만으로 역사적인 공연실황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다행하고도 멋진 일인데 엄청난 할인까지!
예술의 향유에도 이렇게 가격차별이 있거늘,
세상의 여러 매혹을 향유하는 일에, 인생을 즐기는 일에 다양하고도 폭넓은 가격차별이 있어지길 꿈꿔본다.  

카핑 베토벤, 재밌다. 캐릭터도, 배우들도 매력적이고(특히 다이앤 크루거!)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도 음악에 훔뻑 빠지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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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라매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었다. 일년도 넘게 쳐박혀 있던 스케이트는 매끈한 인라인트랙에서 부드럽게 굴러갔으며 넘어지지도 않았다. 약간 쌀쌀해진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몹시도 상쾌해서, 매일매일 여기로 출근해야지, 하고 지켜지기 힘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