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인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만년필 까페의 경매에 재미로 참여했다 운좋게 낙찰받아 날아왔던 작은 선물.
크레파스는 회사후배 아가한테로 가고, 보노보노 스프는 출출한 날 내 뱃속으로,
잉크들은 책상위에 다른 색깔 잉크들과 옹기종기 모여있다.
팔콘 튜브라고 하는, 잉크를 덜어줄 때 유용한 길쭉한 녀석과 나머지는 책상서랍에 고이고이.
예쁜 빛깔의 잉크와 색연필을 꺼내, 받으면 기분 좋을 안부엽서라도 쓰고 싶지만…
 

9606877270.mp3


즐거운 나의 하루

반가워요 잘 지내나요 요즘은 바쁜가요
또 만나요 다음번엔 맛있는 밥을 먹어요
전화할께요 가끔 연락해요
안녕 안녕
즐거운 나의 하루


반가워요 오랫만이에요 얼굴 좋아졌네요
하는 일은 다 잘 되나요 모두들 건강한가요
다음 만날 땐 꼭 술 한잔해요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즐거운 나의 하루
즐거운 나의 하루

vocal : 신민아 / guitar : 함춘호 / piano : 유희열 / 유희열 소품집, <여름날>

경계 지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밤과 낮의 경계에 서서
땅과 바다의 경계에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은
세상의 경계를 지우는 일인양 숭고해보였다.

사직서, 반지

사직서를 썼다.
그리고 한참 동안의 회유의 말을 들었고, 사직서는 아직도 책상 위에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직서를 써봤겠지. 그것도 여러번.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죽으면 묘비에 이렇게 써야할 거 같아, 직장인 OOO”
나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일터지만, 역시 직장생활은 쉽지 않다.

대학졸업반지를 서랍에서 찾아서 손에 끼워보려 했는데 맞지가 않는다.
손마디가 굵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나보고 손가락이 굵어졌네, 라고 말한 게 누구였을까.
내 손가락 굵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혹 그였을까 추측을 해보지만 확신은 없다.
다시 들여다보니 확연해보이기는 하다.
나름 섬섬옥수, 란 말을 들었었구만…

세월이 가면서 변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그러나 또한 변하지 않는 것에 절망하지는…

서해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해바다엔 어떤 힘이 있습니다.
저 깊은 바닷물을 밀고 당기는 달의 인력마냥 강하게 사람 마음을 이끌어,
돌아온 길을, 내 안을, 속 깊은 곳의 맨바닥을 속수무책으로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힘 말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는 것을, 오랫만의 석모도 여행길에서 깨닫습니다.
돌아보니 짧지 않은 생의 고비고비를 지나면서 서해를 찾은 일이 벌써 여러 차례입니다.
그렇게 쌓은 이러 저러한 추억들이 조금씩 쌓였다가 서서히 풍화작용을 일으켰다가,
어떤 날, 어떤 생의 무늬를 드러내게 될른지요.

잠시 스치듯 지나온 풍경이 벌써 그리워져 렌즈안에 끌려온 것들을 살짝 들여다 보니,
거기 내가 보이는 듯도 합니다.

*  즐거운 한가위 되셨는지요?
   둥근 보름달과 눈맞추며 품었던 소원들, 그 순간 간절하고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풍성하게 누리고, 넉넉하게 안고가는 삶을 사시기를 마음모아 기원합니다.
 

반갑다, 한겨레 신문.

한겨레 기자인 친구의 친구 부탁으로
아주 오랫만에 다시 구독해보는 한겨레신문.
출퇴근길에 책대신 들고 다니니, 가방이 조금 가벼워졌고,
절반밖에 읽지 못하는 짧은 출퇴근 시간이 아쉬워졌다.
앞면들을 장식하는 이 정부의 어이없는 행보가 몹시도 마음이 갑갑하고 불안해지면
뒷면부터 읽는 전략을 취해보기도 하고,
비좁은 전철안에서 힘들게 지면을 넘기면서, 왜 우리 신문은 타블로이드판은 안나오는 거지, 하고 투덜거리며,
햇볕 잘 드는 널찍한 마루에서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여유롭게 신문을 넘기는 걸 꿈꿔보기도 한다.

추석연휴, 오랫만에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며 싱글벙글거리다,
그 달콤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술김에 자랑을 해버린 통에
회사의 젊은 친구 두 명이 따라나서겠다 한다.
명랑하기 그지 없는 외양과 담백한 젊음과 또 다르게 나름 속도 깊은 그녀들은
나 혼자만의 사색에 방해는 되지 않겠다고
서로 배려같은 거 하지 말고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행이 되도록 하자고 다짐도 해준다.
어쨌거나 셋이서 떠들썩하게 나서는 길이 되었으니,
비수기에 서해를 찾았던 어느 해의 나홀로 여행에서처럼
‘딴 맘 먹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걱정스런 말 같은 건 들을 일 없겠다.
그 덕분에 공짜 매운탕 같은 걸 얻어먹을 일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