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꾸와 조리개

사진장비 매니아들로 가득한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kodak_forum&page=1&sn1=&sid1=&divpage=16&sn=off&sid=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045

하나 하나의 단어와 문장이, 특히 우리나라 아마츄어 사진가들의 과잉되어 있는 장비소유욕과 과시욕을 제대로 꼬집었다.
제대로 재미있고 용감하다는 생각! ㅋㅋ
뭐 오로지 장비 자체의 광학적 기술과 미적 완성도에 매료되어 있는 컬렉터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09, 경계에 선 인생

바지런한 혜영양의 콜을 받고 <인디다큐페스티발 2009>이 열리고 있는 삼일로창고 극장을 찾았다.
사회주의자, 비전향 장기수, 이문학회를 이끌었던 한학자, 노촌 이구영 선생님의 삶을 조명하면서
이제껏 꺼내놓지 못하던 감독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경계에 선 인생 정창영(Chang Young Jung)/2009/Color/68min

영화는 한장의 사진으로 시작했다.
낯익은 낙원동의 고옥. 낯익은 사람들속 노촌 선생님과 정창영 감독.
낯익은 풍경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내가 찍은 사진이다.
절대적인 필름의 양이 많이 아쉬웠겠구나 싶으니, 내 방 한 구석에 쌓여있을 필름 생각이 나기도 했다.
꼼꼼히 뒤지면 사진 몇 장은 나올텐데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방문한 사람들이 한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빌린 렌즈 테스트겸, 서비스센타에 다녀온 후로 노출오버를 보이는 바디를 체크할 겸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한 분이 내 사진도 찍어줘야한다, 고 챙겨주신다.
5.18 관련된 어느 역사적인 사진이 소개되고 참석자 리스트가 나오는데 자신만 빠져있어 아쉬웠다고,
자신은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가 없을 뿐이었다고, 그래서 사진 찍는 사람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말씀.
사진 속에선 부재할 수 밖에 없는 사진가의 존재증명.
그리고, 사진의 기록성..

잠잠하던 사진에 대한 욕망이 스물스물 피어나던 요즈음,
어쩌다 어느 어른 사진을 찍기로 한 일이 주는 가벼운 흥분과 긴장이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서비스센타를 다녀온 바디가 말썽을 일으키고, 빌려온 렌즈는 생각보다 기특하니,
가난한 내가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 일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 덧붙임:함께 영화를 보았던, 마음의 무늬가 어느 한 구석은 닮아 보이는 이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한가로운 수다를 떠는 일은 오늘도 즐거웠다.  영화에 대한 감상, 노촌 선생님의 삶이 기대만큼 깊이있게 드러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공감을 확인하는 일도. (우리의 기대가 작품의 의도엔 좀 비껴가 있었다는 것이 맞지만)
돌아오는 길에,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들여다보며 확인했던, ‘공부하므로 존재하는 삶’에 대한 허기가 다시 떠올랐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제주도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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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해안도로. 바람은 차고 강했으나 하늘은 더없이 쨍하게 푸르렀던.
강풍으로 똑바로 걸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방파제를 휘청거리다
방파제에 서있다 강풍에 휩쓸린 가족의 얘기가 생각나면서
이러다 조용히 가겠다 싶은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다.
다시 돌아본 바다는, 치명적 매혹의 위험한 로렐라이 언덕.
그리하여 다시 볼 수 있었던  새날의 태양.
함께 일출을 보면서 “너의 해가 떠오르고 있어” 속삭여주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제주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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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 등대공원에서 만난 아이.
등대공원에서 일하시는 아빠 따라 왔다 한다.
한살배기 강아지 동생 사랑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직장때문에 많이 떨어져 있는 엄마가 오시는 날이라고 좋아라 하던,
작은 가슴 한가득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한 아이, 유빈이가
그 해맑은 웃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할 수 있기를.

거리의 선생님들

어젯밤에 우연히 보게 된 티비프로, MBC 스페샬의 <거리의 선생님들>은 감동적이었다.
(09년 3월 15일자)

“거리의 선생님들
일제고사가 남긴 것 – 성적 조작, 시험 연기 그리고 해직 교사

7명의 선생님들이 해직되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일제고사에 시험응시 선택권을 준 것.
도대체 일제고사가 뭐기에 사랑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갈라놓은 것일까.”
 

순수하고 어여쁜 아이들과 그들의 해맑은 눈빛을 그대로 닮은 선생님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가던 소중한 관계가 폭력적으로 파괴되는 현실이 있고,
상처받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 선생님들을 보호하려는 학부모들과, 그리고.. 그런 현실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는 선생님들.
그러한 현실에 대한 슬픔이나 분노보다, 그들의 순수와 열정과 사랑이 먼저 가슴을 두드렸다.
멋지다..

국민학교 시절, 횡포가 심하던 담임선생에 대한 반발로 한 때 교사를 꿈꾸었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교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다른 어느 때보다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 어려운 선택과 갈등을 겪고 있을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엠비씨.. 생방송 아침인가 하는 거 촬영한다고 제주도 올레길 걷는 걸 한참 동안 방해받아 들었던 서운함이 사라진다.

(확인해보니, 올레길 걷는 사람들 중에 내 모습도 저 멀리 쪼만하게 1초 정도 보인다. ㅎㅎ
코엘류 감독 뒤에서 축구경기 관람하다 잠깐 잡혔던 거에 이어 두 번째 티비 출현!)

아름다운 노년 생각

남쪽나라 여행의 여운이 아스라이 남아있고, 담아온 사진들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아있고,
마음은 분주하고 몸은 나른하다.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그동안 못잔 잠을 다 보충하려는지, 내가 이렇게 잠이 많은 사람이었나, 새삼 놀란다.

<벤자빈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벼랑위의 포뇨>
며칠간 본 두 편의 영화의 공통점은, 양로원의 노년의 모습을 그야말로 인생의 황혼으로, 아름다운 황혼빛으로 그려냈다는 것.
아 그러고 보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나름대로 사랑스런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냈었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려냈다는 <벼랑위의 포뇨>는 저화질의 동영상으로 본 것이 아쉽고 미안하게 영상이 예뻤다. 노년의 그가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색채감과 형상들의 유희들이란…
조만간 디비디를 구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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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도 흥미로운 영화였다. 설정은 환타지인데… 엄청난 공력을 쏟아부었을 분장이며 캐릭터와 서사의 모든 디테일은 촘촘하니 섬세하고 리얼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숲의 여신같은 케이트 블란쳇은 여전히 신비롭고 아름답고,
나는, 벌서 “노년”이란 단어가 친숙해지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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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위독하시다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 보았던 막내삼촌의 모습도 어른거린다.
교회에 안나가는 것 때문에 조카를 엄하게 꾸짖던(내 아빠가 반신불수로 누워계시던,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그 목소리 짱짱하던 권위적인 목사님의 모습은 어디가고,
거친 손으로 내 손을 어루만지며, 그저 “고맙다”를 되풀이하던,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훨 부드러워 보이던, 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너무나 닮은…

제주도행

꿍쳐둔 마일리지를 가지고 제주도 비행기 좌석을 예매했다.
예보된 날씨가 불안하긴 하지만, 지금 비워야할 “내속의 내”가 버거워진 탓에,
예측 어려운 불확정성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맘같아서는 오래전 신경숙 단편에 나왔던 거처럼, 한달쯤 제주도 어딘가에 짱 박혀 피아노레슨도 받고 싶지만,
또 다른 맘으론 멀리 뉴욕에라도 훌쩍 날아가고 싶지만,
처지가 처지인지라 막연한 미래의 막연한 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벼르고 벼르던, 퇴사를 결심하는데 힘을 실어준 제주도행.
올레길도 하루 걸어보고, 어디 짱박혀 한가로이 해안을 거닐어보기도 하고…
한가로이, 카메라와 함께, 조금 쓸쓸하게, 남쪽 섬의 풍경을, 내 안의 풍경을, 서성이다 오기로 한다.
자고나면 출발이다.
오랫만에, 마음이 설레인다.

정혜신,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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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mindprism/80064467821

나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참 많이도 듣는 이 단어가 “이쁘다”란 서술어로 형용될 수 있단 말이지..
이런 맞춤 생일축하 카드 같은 건, 나도 부럽지 않을 길이 없다.
내게 맞춤한 소유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다…  가난해진다. -,.-

이윤엽, 용산참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용산 참사에 대한 그림 입니다.
1월20일 아침에 참옥했던 일을 짧게 서사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요즘 자주 용산 형장에 가서 이런저런 일들을 보는데
사람들 기억속에서 벌써 잋혀져 가고 있는것을 느낍니다.
사람이 여셧명이나 죽고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고
장례를 치루지 못한 시신이 병원에 그대로 있고
눈덩처럼 불어나는 비용으로 가난한 유족들이 또 죽어가고 있는
그런것들이 마음이 아픕니다.
잊는것은 당연한 것이나 유족들에게는 아직은 정말 아닌 것이기에
나라도 내게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윤엽)

이 작가에 대해, 김규항은 이렇게 썼다.

“…지금은 고작 ‘이명박보단 낫다’는 데서 제 정의감과 사회의식을 확인하는 비루한 시절 아닌가? 이런 시절에 이런 비현실적일 만큼 현실에 치열한 작가가 존재한다는 건 우리의 행복이다.”

이 비루한 시절을 수식하는 말들이 좀 아프고, 날씨는 잔뜩 흐리고..

Sun Rise, Sun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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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라 불리던 어느 하루.

왜목마을에서 꽃지까지
일출에서 일몰까지
힘찬 비상에서 사뿐한 추락까지
바다 그 너머에서 여기 발밑까지

시시각각 변하던 빛의 향연과 바람을 쫒아
쵸콜렛 꽃다발 없이 빈 손으로도 맘껏 애정의 시선, 던져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