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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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시간을 나름 즐겨보고자 오랫만에 잡은 연애소설.
특이하게 사진엽서 몇 장과 함게 BGM시디가 딸려왔는데, (음악이) 꽤 괜찮다.
부와 미모를 지닌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현실의 시스템에 대해 작가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기”라는 전략을 제시한다.
그에 강력한 힘을 부여해주고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그것들을 끝없이 욕망하고 부러워해온 바로 우리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이 불변의 진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거라 믿습니다.”


세상의 모든 남자와 마찬가지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 부끄럽게 고백하는 작가의 이 믿음을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이 견고한 세계가 과연 상상력에 불과한 걸까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이 문제가 개개인의 삶과 행복에 개입하고 스며드는 방식들을 고려한다면, 그 나름의 ‘개인적인’ 해법도 나름 신선하고 의미가 있다는 생각.
이 야만적인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키가, 부와 미를 쥐고 있는 극소수가 아닌 우리 잘나지 않은 절대다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쨌거나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즐거운 상상,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소설의 흐름은 조금 심심하다.
주제의식이 앞서서인가, 기대했던 만큼의 기발함, 소설적인 재미는 덜하다는 느낌.
여주인공은 너무 추상적인 존재로, 그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한 여성으로 그려져 있고,
아름답다는 판단에 대한 주관적인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여성의 내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들어있으며, 아름다움의 판단엔 또한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논리와 관점과 요소들, 주관적인 정서들이 개입되는가를 간과했다는 생각.
단순히 말하자면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어쨌거나 내게는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그 여성을 사랑하기까지, 또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내면의 변화와 소통의 과정이 촘촘하지 않은 것도 소설이 다소 공허한 느낌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

전체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환타지의 느낌이 드는 건, 부와 미에 대한 작가의 전략이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

(BGM: Mushroom,  그런, 그녀)

생일

생일 축하 메세지를 여러 형태로 나름 배부르게 받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생일이라는 것에 별 의미를 두고 있진 않지만, 나이 먹어가는 것을 지켜봐주는 시선들이 있다는 건 고맙고도 마음 든든한 일이어서 한동안 살짝 쓸쓸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낀다.

여름의 끝자락에 태어난지라 내 생일이 지나면 언제나 가을이 시작됨을 감지하곤 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가을햇살과 훈훈한 가을바람이 코앞에  당도했음을 알겠다.  
유난히 여름을 탄다는 내 말에, 누구나 힘든 계절이 있는 법이라는 후배 녀석들의 얘기를 들으며,
올해도 무사히 여름을 보냈음에 안도한다.

휴. 이제 정말, 마침내 가을이다.  

게으른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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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의 육체적 고통.
달고 평온한 휴식 후에 남는 공허함과, 무기력함, 약간의 어지러움.
다시, 내려놓았던 짐을 지고 일어서려하면 두 어깨에, 두 다리에 실리는 무게들.
익숙해지지 않아 힘들거나, 익숙해지는 것이 더 두려운 정서들.
나의 수호천사는, 나를 닮아 게으른가.

대니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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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차창밖 뿌연 하늘을 보며 아일랜드의 OST중 대니보이를 듣다 문득 눈물이 났고,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김연수의 문장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무언가 사라질 것을 안다는 것, 그 슬픈 예감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에 무게를 더 실어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
그러나 그 자체가 유한한 인생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런지.

다시 듣는 노래

바쁘고 힘들기도 했던 한 주일을 보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휴~ 하고 한숨을 쉬고
문득 생각나는 노래 하나를 찾아서 듣는다.
http://dance4rain.com/wapa/137
지난 ‘전투지의 주둔군’처럼, 노래 하나가, 책속의 사뭇 비장한 문장들이 오늘 내게도 위로가 되어 준다.
고마운 일이다.

누구든 살아가다가 힘든 순간을 만난다. 그게 언제든, 어떤 형태든. 때로는 그로 인해 영혼의 일부 또는 전부가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본질이 막 파괴되려는 바로 그 순간의 자세라고 믿는다. 그 마지막 순간에, 최후의 당신을 지키는 가느다란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놓았다 해도 다시 잡으면 된다. 어떤 지옥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내면의 정수를, 그 가냘프고도 단단한 실체를 온 힘으로 느껴야 한다. 느껴내야 한다.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 순간
–한강,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중에서.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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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단단한 심장을 가지고 싶다.
슬픔이나 기쁨 같은 정서에 좀 더 의연하고,
맞닥뜨리는 선택에 조금 더 용감하며,
견뎌야할 기압이나 수압을
한결 수월하게 버틸 수 있는,
그런 심장을 가지고 싶다.

엄마

2484799936.mp3엄마

엄마 기억나요 포근하던 그 품안이 부드런 손길이
그 땐 몰랐어요 힘든 날도 많았단 걸
강하게만 보이던 당신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당신은 약해졌죠
검은 머리 고운 얼굴 모두 내게 주셨죠

나 이제 당신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엄마 고마울 뿐이에요
…..

나 이제 당신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엄마 우리 엄마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사랑해요

(조경옥 노래, 김혜능 사/곡/코러스/연주)

* 아침에 언니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좋은 아침 오늘은 참 일찍 돌아가신 우리엄마의 31번째 기일이구나…”
날짜는 절대 잊지 않아도 햇수를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어느새 31번째라니 놀랍다.

강하기보단 조금 여리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나의 어머니는
“참 일찍”  세상을 뜨느라 “시간이 흘러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자식들에게 이런 고백을 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오늘, 간소한 가족모임 후 집에 돌아와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고백을 해본다.
검은 머리 고운 얼굴 주셔서 고마울 뿐이라고,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당신을 기억하고, 사랑할 거라고.
(자랑스런 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과 밝고 착한 딸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슬며시….)

말복

말복.
어제 먹어도 되고 내일 먹어도 되는 삼계탕을, 점심시간 30분 전에 나가고도 이십분여를 줄서서 기다리게 하는 건 무엇일까.

작정과 마련이 필요한 일에 움추러들고,
끝이 보이는 일에 터무니없이 용감해지는 건 또 뭘까.

말복도 지났는데 날이 선선해질려나.

“피서”가 아닌 “여행”을 가고 싶은 욕심에 휴가를 미뤘더니
여름이 참 지루하다.

* 휴가 내려다 급한 업무 발생으로 실패.
   여름이 정말 길구나.  
   
   

결혼한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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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다. 이런 결혼식이라면 언제든 귀찮아하지 않고 가주겠다.(해볼만도 하겠다. ㅎㅎ)
결혼식이 바뀌어야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막상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지루한 천편일률적 결혼식의 형태를 벗어나는 건, 위 포스팅 제목처럼 다시 결혼한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해볼 만한 이슈에 불과한 듯.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 커플의 배짱과 함께한 친구들의 참여가 멋지다.
물론 결혼식이야 신랑신부에 대한 축복을 전하는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기쁜 자리이긴 하지만,
이렇게 작은 재미를(더불어 작은 실천도) 선사할 수 있다면 당사자들에게도 하객들에게도 멋진 일이 될 것이다.
내가 결혼이란 걸 한다면?
물론 나의 능력과 친구들의 성향을 보건대 저리 멋진 걸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편안하고 지루하지 않은 걸 고민해볼 것이다.
이리 말하면 결혼을 안해봐서 그래, 라는 말을 듣겠다는 건 알지만,
안그러면 내가 좀 민망하고, 미안해지지 않을까 싶다는.
만약에, 혹시라도, 내가 결혼을 한다면 말이다.
춤이란 게 참 괜찮은 거네. 분위기를 순식간에 신나고 흥겹게 바꿀 수 있는.

사진달력을 구매하다.

“달력선구매”란 것을 했다.
이 땅에 대한 애정이 찐한 먼 곳의 지인들에게도 보낼 수 있겠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아직 8월. 친구들과, 그리고 회사홍보용으로 달력 제작을 직접 해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일찍 내년 달력을 미리 장만해두는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좋아라 하는 사진가를 포함 15인의 사진가들이 모였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그들의 실천이 아름다워보이고,
2010년 달력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내놓을 “삶의 풍경들” 이 궁금하다.

달력 주문은 요기서 ->> http://dysphemism.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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