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 친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작가의 말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more


소설을 읽고, 작가가 소설을 쓰는 동안 영향을 끼쳤다는 노래들을 들으며
(http://www.mixpod.com/playlist/28671224),
소설을 쓰는 동안 받았다는 영향들의 리스트를 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다.
마지막장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야 감을 잡게 된 “불꽃”의 의미를 되새겨보니,
이러한 소설쓰기의 방식, 독자와의 소통방식까지도 소설의 주제의식에 맞닿아 있구나, 라는 생각.

오랫만에 듣게 된 Damien Rice의 목소리는 소설의 분위기, 저 표지의 사진과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선물을 받았다.

꿀단지를 선물 받았다.
원기와 체력의 근간이 되는 정()과 수()를 보강시키며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여 원기를 보(補)하여 주고
전신의 기운을 모두 충족하게 해주며 백병(百病)을 제거한다, 는 경옥고라는 보약.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만병통치약임을 뻔뻔히 주장하는 내용에 허허 웃긴 해지만,
폼나게 생긴 무거운 단지에 담겨온 약도 그럴듯해 보이고, 올 겨울나기가 훨 수월할 거라며 건네는 친구의 마음씀이 고마워, 기꺼이 열심히 먹어주기로 한다.
그래도 별 하는 일 없이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는 처지에 보약을 먹는다는 건 여전히 좀 찔리는 일이긴 하나, 몸이 훨 건강해지고 기운이 나게 되면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살게되고  최소한 지금보단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을 가지고…

평생 잊지 못할 노을

점심 시간이 지나서도 식사를 하러 쉽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을 채근하다 무심코 펼진 김연수의 소설속에 이런 귀절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내가 본 것과 같은 노을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온 존재가 떨릴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그 사진들은 내게 “쉽게 위안받을 생각하지 말고 삶을 끝까지 쫓아가란 말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강렬한 경험에 비하자면, 남편의 느닷없는 질문은 내 눈썹 한 올도 흔들지 못할 만큼 시시했다.”

 
이전 장편의 책 제목이기도 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라는 이 단편은, 어느 특이한 사진가가 단 한 번만 찍고 다시는 찍지 않았던, “평생 잊지 못할 노을”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풀어놓는다.


“엄마가 죽던 날의 노을”을 잊을 수 없었던 화자는, “내 눈앞에서 잡힐 듯 너울거리던 그 붉은빛들은 우연하게도 그가 찍은 ‘흑두루미와 함께한 날의 노을’시리즈에 들어있었다”는 발견에 놀라워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삶의 어느 특정한 순간에 나만이 느꼈다고 생각했던 뭔가를 또다른 누군가도 봤으리라고 짐작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기이하면서도 따뜻한 경험인지 깨닫게 됐다.”
 
어제 아침 조경옥씨의 노래를 들으며 노을을 떠올리던 나는, 소설속 화자가 신문을 들추다 사진을 보며 느꼈던 반가움을, 이 소설속에서 보게 된 셈이다.  
앞부분만 읽다 덮어준 책이었으니 더욱 반가운 우연이었다.
 
생각해보니 잘 읽지 않았던 소설이 근래에 와서 자꾸 손에 잡히는 건, 이런 류의 반가움과 따뜻함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나, 소설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
백악기에 공룡과 함께 살다 빙하기때 멸종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보러 가고 싶다가, 또 흑두루미를 보러가고 싶다가, 자꾸 바람이 들고마니 말이다.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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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때 쯤으로 기억한다.
혼자 집을 보던 어느 저녁, 장독대가 놓여있는 옥상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일이.
한쪽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넋을 잃고 바라보다 그 빛이 조금씩 어두워져 가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것이 눈물겨웠던 것인지, 아름다운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토록 슬펐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강렬했던 기억이, 혼자 훌쩍거리며 서러이 울던 아이에게 상실이라는 그 쓸쓸한 일에 대한 자각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 나이의 몇 배를 살아오면서 많은 이들을, 많은 것들을 떠나보내고 떠나온 탓에 (올해는 유독 그런 날이 많았던 듯) 이젠 해 지는 풍경만으론, 그리 쉽게 상처받진 않는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삶에서 부딪히는 ‘해 지는 풍경’, 한때 무성하고 찬란했던 것이 아스라이 사그러져 가는 것을 보는 일은 꽤나 쓸쓸하다.




누워 쉬는 서해의 섬들 사이로 해가 질 때
눈앞이 아득해 오는 밤
해 지는 풍경으론 상처받지 않으리.
별빛에 눈이 부셔 기댈 곳 찾아
서성이다 서성이다
떠나는 나의 그림자


언제나 떠날 때가 아름다웠지.
오늘도 비는 내리고
거리의 우산들처럼
말없이 돌아가지만
아~ 사람들이여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박혜정 시, 김상현 곡, 조경옥 노래)




비오는 출근길에 이어폰을 꽂고 이 노래를 들었다.
언제 들어도 참 아름다운 노래이다.

어떤 마음풍경

‘세상은 늘 나의 갈등에 답을 제공할 의무를 갖진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안에 답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길…’

                                                                    – 정혜신, 마음풍경


알라딘을 기웃거리다 보니, 품절된 책 소개에 이런 귀절이 눈에 뛴다.
(이 책을 여러 권 샀다가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다 보니 읽던 것까지 줘버렸는데,
저 귀절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정작 나는 끝까지 읽지 않았던 모양이다.)
누군가 이런 류의 책이 분석과 진단만 있고 치유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식의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그에 대한 항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론 답이 없을 수 있음을 아는 것도 그 갈등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런지.  

이런 류의 책이 어떤 “마음풍경”을 치유해야할 증상으로 본다는 것도, 그럼에도 그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닌듯.
눈에 뛴 또 한 구절.
아침에 일어날 때 매번 몸이 무겁다면 부력을 감소시키는, 생명력이 결여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안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찌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

여름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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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4821937.mp3                                                   Starsailor, Fever

마침내 여름이 갔다.
길고 지루했던 계절이 데리고 왔던 후끈한 열기 속, 그 시간들을 앓느라 살피지 못했던 마음자리를 돌아본다.
안녕, 나의 2009년 여름.

인간에 대한 예의

최근의 몇몇 사건들-성공회대 연구교수인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씨에 대한 인종비하 발언, 남성그룹 투피엠(2PM)의 리더 박재범의 그룹 탈퇴사건, 야구선수 정수근의 구단 퇴출 등을 보며 사람들이, 우리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오지랖”, 오바, 인간에 대한 예의없음이라니.
내 잣대로 타인들을 재단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그 오만함, 무례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심리적으로 내 가까운 반경내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면에서 괜찮은 사람들인 거 같다.
자신이 옳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내가 싫어하는 경우엔 강권하는 일이 거의 없고, 내가 허투루 살아가는 모양이나 허술한 선택을 하는 경우에도, 필요할 때는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는 않되, 결과에 대해선 말없이 너그러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봐주는 사람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어쩌다 그와 다른 경우를 만나는 경우엔 꽤나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

어쨌거나 이번에 드러난 우리 안의 이런 못나고 잔인하고 병적인 모습들이, 이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기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갈 수 있기를.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

“익숙해졌구나, 불편함에.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못 느끼지.”라고,
약간의 안쓰러움을 담아 그가 말하는 걸 보며 맘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 쯤이야.. 불행에 익숙해져서, 불행한 걸 못느끼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이한철과 The Box Bus Riders

기사는 요기
저런 노래를 부르며, 저런 표정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
여행이, 링거와 같다는 말에 전폭 동감.

연예가소식

장윤정과 노홍철이 사귄다는 말에 내가 깜짝 놀라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놀란 얼굴로 조용해졌다.
이어 조심스레 나온 질문.  그럼 박정아하고 길하고 사귀는 건 알아요?
헉, 둘이 정말 사귄다고?
그러자 경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은, 지난 번 회의 시간에 “엣지있게 해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주문(김혜수가 드라마에서 쓰는 말)을 내가 못알아먹은 때보다 오래 갔다.
대략 연장자가 막내에게 “뭐하는 거냐, 실장님 어떻게 좀 해드려” 라고 하자,
막내가 대꾸한다. “장진영 사망 소식도 제가 젤 먼저 알려드렸는데요.”


그렇게 알게된 연예가 소식들.
사람들이 연예가 소식을 그렇게 빤하게 꿰뚫고 있는 건 포탈뉴스의 영향이겠지만 어쨌거나 놀랍다. 의아한 건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특히나 죽음을 앞둔 장진영과 결혼을 마친 남편 김씨의 대한 시니컬한 반응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아름답고 순정한 드라마에 감동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 류의 스토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
이전이라고 사람들이 현실에서 세속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엔 낭만적이고 순수한 사랑 같은 건 존재한다고, 그렇게 믿거나 최소한 믿고 싶어했지 않았나.
그런데 세속적인 가치가 너무나 승해지고 정당화되는 요즘엔 이런 이야기가 반갑지 않게 느껴지고 오히려 불편해지는 모양.
(지금 듣고 있던 TV 서프라이즈에선 마침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뻥이지 않나요? 란 말이 나온다. T.T)


그나저나 장진영의 사망소식엔 맘이 참 짠해졌다.
매력있던 서른 일곱 꽃같은 여배우의 영화같은 삶과 사랑.
영화 <국화꽃 향기> 속 투병장면과 함께, 그녀도 이런 고통을 겪었을까요, 라는 멘트를 날리는 티비 프로를 보며 마음이 가라앉다가 자연히 나의 엄마 생각이 났다.
영화같진 않았지만 똑같은 서른 일곱 나이에 위암으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자식들에게 그리 힘든 표정을 보인 기억을 전혀 남기지 않은 당신도 그리 고통스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