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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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가벼워진 것이 꽤 견딜만해지기도 한다는,

다행이기도 하면서, 조금 서글프기도 한 일.  

노순택, 미래를 담는 사진기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마음의 병이 어떻게 육신마저 거둬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목도했다….<— 글을 읽으시려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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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누군가 “노순택씨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진가” 라고 했다.
아는 사진가가 별로 없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지극히 맞는 말이라 생각하며 울림이 깊은 그의 사진과 글을 읽는다.

이장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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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해주시네요” 라는 내 말에, 작업하던 아저씨가 “꽃염” 이라는 이름을 가르쳐주셨다.
신중하게 유골을 꺼내어 골라 맞추고, 지상에 살았던 삶의 흔적이 “휘발”되지 않도록 꼭꼭 여미어주는 일이 꽃처럼 숭고해보였다.

내게 딸이냐 며느리냐, 묻는 아저씨에게, 제일 베테랑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말했다.
“딸이니까 저러고 있지. 얼굴도 꼭 닮았잖어. 자그마한 것도 그렇고”
“네, 딸이에요. 사람들이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그게 다 보이시나 봐요. ㅎㅎ”
“그럼, 딱 보면 알지.”

어머니 가실 땐 비가 오고 으슬으슬 추웠고, 아버지 때는 꽁꽁 언 땅에 눈마저 내리는 지독히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이번엔 너무나 맑은 가을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다.
(베테랑 아저씨는 삽질을 하면서 ‘땅속에서 오래 계셔 눈이 너무 부실 것이니 선글라스를 어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엽이 어여쁜 묘지공원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묘자리도 맘에 꼭 들어서, 느닷없이 선산을 빼앗아버린 군부대의 어이없던 행동도 봐주기로 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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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091010. 청주

“당신의 세계는 나의 세계이니 우리 서로 안녕하기로 해요.”    (황경신, 그림같은 신화 中)

황경신, 그림같은 신화

그날, 봄비가 몹시 내리고 마음이 한없이 웅성거리던 날, 맥주를 마시다가 시인은 거품을 응시했다. 우리는 모두 거품에서 태어난 거라고, 생명은 여기에서 시작된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거품에서 태어났지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쓸쓸한 건가 봐요, 삶도 아름다움도 사랑도 헛되고 헛된 건가 봐요, 내가 막 그렇게 덧붙이려는 순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거품을 존중해야 해. 아아. 웅성거리던 마음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한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기쁜 탄식을 내뱉었다. 이렇게 단순하고 명료한 시각의 차이라니. 그것으로 인해 이렇게 달라지는 세상이라니. 우리는 모두 거품에서 태어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거품과 함께 거룩한 것이다.
– 황경신, 그림같은 신화

                                                                       
대림역에서 그 유명하다는 원조 마늘치킨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맥주를 홀짝거리다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이 구절을 읽었다. (요즘엔 전철안에서만 책을 읽는다. 전철을 오래 타야하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할까보다.) 그림이 많은, 카스테라처럼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다음부턴 맥주를 거품이 많이 나게 콸콸 따라 마셔야겠다고.

Once

전철안에서 늘 듣던 “Once” 인데, 이렇게 영상을 마주하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
확실히 영상 이미지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무장해제시키며 파고드는 힘이 있는듯.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가 음악과 삶속에서(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삶에서까지!) 서로에게 그렇듯이, 덕만공주와 미실 곁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네 인생엔 누구에게나 (늘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가끔씩은) 이렇듯 뜨겁고 힘찬 응원이, 그런 응원을 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  

When your mind is made up, there’s no point trying to change….

일기예보

점심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며 일기예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얘기를 듣다가 내가 말했다.
“그런데도 갑자기 비가 올 때면 사람들이 어떻게 다들 준비한 우산을 꺼내드는지가 늘 신기해요”
이 말을 듣던 누군가 왈.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보면서 어떻게 우산을 준비 안하고 나오는지를 신기해할 걸요”
“…. 그 말이 맞을 거 같네요.” 라고 동의하는 나.
내 인생이 뭐 그렇긴 하지.
오늘은 날씨가 맑고 너무나 뽀송뽀송해 먼 여행에 대한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화요일.
화장실에서 간간이 읽던 이우일의 책에서 그의 장장 8개월의 신혼여행에 대한 삽화를 보곤 어찌나 부러워지던지.
‘사랑스러운 도시’ 프라하를 거닐다 너무 춥다고 따뜻한 북아프리카 이집트로 떠나 세 달을 보내는 이야기를 읽다 회사 동료에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지금 만약 두 달 이상의 유럽여행 따위를 가지고 꼬드기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결혼해버려야겠어요. 흐흐”
(생각해보니 몇 해전 한 달의 유럽여행을 내걸고 결혼에 성공했다는 이가 있다.)
아래가 너무나 유혹적인, 섹시한 그 풍경. 폰카를 안써봤더니 잘 안찍힌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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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신혼여행이 아니어도, 굳이 동행이 없더라도, 언젠가 이런 게으른 여행을 해볼 수도 있으리라는, 꽤나 향락적이고 배부른 꿈을 꾸어보며.  
**  방금 전 2012.12.21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를 사무실 동료로부터 들었다. 그 예언이 맞는다면 남은 3년을…게으른 여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잠시 골똘해진다.  
***  책상위에 읽고 싶어 주문해둔 책이 가득 쌓였다.  시간 운용에 신경을 써야겠다.
‘가여운 직장인’이긴 해도, 바야흐로 가을이니.

이우일, 옥수수빵파랑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을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힌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을 좋아하세요?”

            – 이우일, 옥수수빵파랑  중에서



이 책은 그러니까. “무엇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대한 이우일의 대답, Favorite Things 리스트이다.

알라딘 중고 코너에서 발견해서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마치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다가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사람으로부터 두런두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일처럼, 그렇게 상큼하고 기분좋게 읽힌다. (오래 전 실제로 홍대의 자그만 지하 바에서 이우일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땐 물론 말도 못붙여봤지만.)



책상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휴~ 한숨 나오는 참에 집어들면 마음이 한스텝쯤은 밝아지는 책.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거나, 친해질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이보다 쉽고 명확한 것이 또 있을까.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종이에 연필로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를 부르자.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 서문중

바람산(축령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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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을 천천히 읽는다. 심지어 소설책도 맘 먹고 읽어도 하루에 얼마 못 읽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읽는 독서량은 누구못지 않게 많고 같은 양을 읽어도 천천히 삭여서 체화시키는 비중 또한 상당해 보인다.   
그녀는 걸음도 느리다. 같이 오른 산행길에서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게 걷는 그녀앞에서  타박타박 부주의하게 발걸음을 내딛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뒷꿈치의 예리한 통증으로 걸음이 뒤쳐져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상스레 발에 맞지 않는 등산화에서 비롯된 상황이긴 해도, 한 때는 환호성을 지르며 일행에 앞서서 대청봉과 천왕봉을 오르던 걸 자랑하던 나였는데.. -,.- )

하늘과 햇살과  나무와 바람(그녀는 그 산을 바람산, 이라 부르자 했다.), 모두가 기가 막히게 좋았던 산행을 마치고 골뱅이에 맥주를 한 잔 하며 그녀가 풀어놓는 얘기도 그랬다.
그 때 사실은.. 하면서 건네는 말들을 포함해,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표현, 언급에도 그녀의 속도가 반영되어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내 속도를 위반하여 따라 나섰던 낯선 길로 인해, 나는 꽤나 소진되고 공허해진 나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것, 그리고,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환기시켜준 산, 그리고 동행이 되어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우리의 ‘바람산’은 꽤나 멋져서, 곧 다시 만나자, 그 아래 통나무집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숲을 거닐어도 보자 맘 먹으니 그 상상만으로 즐거워진다. 
그녀, 고래양의 조언대로 괜찮은 등산화를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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