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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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아름다운 섬나라를 느린 템포로 어슬렁거리며, 평화로운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국

초여름의 열기와 함께, 어떤 분노와 어떤 희망과…. 또 다른 목소리들로 뜨거운 이 땅을 떠나 잠시 먼 섬나라에 다녀옵니다. 20일 정도의 여행이 될 것입니다. 간간히 소식 전하겠습니다.

살람 알레이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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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쓸데 없는 걱정과 근거 없는 불안과 사소한 일들의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마음 한 귀퉁이가 너덜해졌다.  

아직 한 가지 일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걱정과 불안들은 대체로 그 쓸데 없음과 근거 없음이 자명해졌고,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내일은 비가 조금 오래 왔으면 좋겠다.
비오는 풍경처럼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을 수 있게.  
당신의 마음에도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노래는 홍순관, 살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를)이다.

웃돈 주고 중고책 사기

찿던 책을 운좋게 중고로 발견하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

알라딘 중고에서 파는 책들은 대체로 상태도 매우 좋다.
발견한 중고책이 품절도서인 경우엔 더 반갑기 마련이지만, 할인율 앞에 -가 붙은 가격을 확인하면 기분이 급격히 다운된다.
무소유처럼 마이너스 몇 백 몇 천 퍼센트의 할인율이면 뭐 고민할 것도 없지만, 차이가 작을 땐 주인에게 막 흥정을 하고 싶어진다. 동네 서점이면 그래봤을 텐데 참았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재판 계획이 없다는 것과 보관용 밖에 없다는 얘길 듣고서야 배송비까지 합쳐 정가보다 만원을 더 주고 주문을 했다. 소장용책도 아니고 2005년에 출판된 책인데 웃돈을 주고서까지 살 필요가 있는가는 고민을 좀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먼지가 너무 많아 계속 재채기가 나고 언더라인과 메모가 빼곡한 것도 원인이 되었다. (아무래도 동네 도서관에 건의를 좀 해야겠다. 난 절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닌데, 먼지가 너무 많다.)
비인기 인문도서인 경우 출간부수가 많지 않은 우리의 출판문화, 그럴 수 밖에 없는 문화행정과 독서문화를 원망해야할 터인데, 속좁게 판매자가 원망스럽다. 얼마 전에 두 권이나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한 걸 생각하면 쌤쌤인데도.
그런데 이거 짭짤할 수도 있겠다. 절판 가능성 있는 책을 사놓았다가 절판된 후에 내놓으면?  
공간만 된다면 다 본 책도 껴안고 살 만하겠더라는. 흐.
* 시름시름해진 놋북을 공장초기화시키고 새로 세팅하니 시원해졌다.
공장초기화…. 매력적인 단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꿈 꾸어봤을, 초기화!
세팅하는 동안 곁눈질로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서 든 생각.
악마를 보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뭐 저럴 것 까지야…
저렇게까지 안 하더라도, 충분히 쉽게 드러낼 수 있는게 인간의 악마성 아닌가?  

Mediterranean Sundance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

마음이 계속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려 내가 할 수 있는 일-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일-을 한다.
빠꼬 데 루치아, 알 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의 기타 트리오는 정말 전설적이지만,
휘청거리는 마음을 다잡기엔…
오히려 마음의 센서빌리티가 높아졌다.
지진 강도 4.0정도의 흔들림.
그 진앙이 어디메쯤인지는 명확히 감지되지 않는다.  

동반자 소행성

달처럼 곧장 지구 주위를 도는 건 아니지만 지구를 따라다니는 소행성들이 잇따라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는 얘기를 뉴스데스크에서 들었다. 지구에서 보기에 거대한 말발굽형 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따라다니며 태양을 돈다고 해서 이른바 동반자소행성이라고도 부른단다.
5개 정도가 발견된 이 동반자소행성들은 수만년에서 수십만년 전 지구 근처로 왔다가 지구의 인력에 붙들린 걸로 보이며, 주기적으로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충돌위험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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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한 우주에서 지구의 인력에 붙들려 떨치지 못하고, 만나서 충돌하는 일도 없이 3060년 간격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비슷한 궤도를 가진 ‘동반자소행성’.
적어도 10만년 이상 우주공간을 함께 돌면서 지구의 동반자가 돼 줄 거라는 기자의 마지막 멘트가 꽤나 낭만적으로 들렸다.
* 읽고 싶은 책이 늘 많은 건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가고 싶은 데가 많은 건 가 본 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많은 책이 읽지 않은 채로, 읽고 싶은 책인 상태로 있고, 많은 곳이 가 보고 싶은 여행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미망(未望)이 다행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같은 논리로 먹고 싶은 게 그리 많지 않은 건 많이 먹고 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터넷 홈플러스에서 장을 볼 때나 슈퍼에서 장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나 혼자서 참 많이 먹는다.
그렇게 예전보다 잘 챙겨먹는 요즘엔 훨 건강해진 거 같기도 한데,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진 않다.
그래야할 터인데 말이다.
오늘도 너무 많이 먹어 졸립기만 하고 일이 진도가 안 나가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다녀왔다.
이 밤에 자그만 공원에는 농구하는 젊은이들이 깡총깡총 뛰어다니고 배드민턴장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슬쩍 들여다보았는데 여길 다닌다는 이문세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이사갔나?)
공원뒤 아무도 없는 동산을 아이폰 어플 플래시로 발밑을 비추며 조금 걸었더니 금방 숨이 찼다.
이달 중순엔 좀 먼 길을 다녀와야할 터이니, 당분간 체력단련을 좀 해야겠다.  
** 지금 작업중인 사이트는 내가 매달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는 곳인데, 내가 잠시 외국에 나가 있을 때 리뉴얼을 해야해서 그림을 전공한 작업경력은 많지 않은 이가 만들었다. (내 보기엔 정말 초짜!) 문제는 코딩이 엉망이어서, 내가 맡았을 땐 이미 에러가 마구 나고 있었고 고쳐 가며 업데이트를 하려면 5배 열배 시간이 걸린다. 가장 짜증나는 건 네이밍. 수많은 이미지와 파일 이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 사람 정말로 창의력이 빈약한 사람이었는지 sub1, sub11, sub111…… sub11111111, sub1_1111111, sub11_111_111111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놨다. 논리적이진 않더라도 다양하게만, 숫자라도 좀 다르게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1이란 숫자가 몇 개인지 세어가며 찾아서 작업하려니 정말 미칠 노릇이어서 집중이 안된다. 도대체 왜?
퍼뜩 떠오르는 기억.
이선생님이 작업실로 쓰던 평창동 이층집은 비가 오면 물이 자꾸 샜다.
한데 이상한 건 전문가가 아무리 뜯어보고 고쳐봐도 대체 어디가 왜 새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층에 살던 무당 아줌마가 굿 같은 걸 하고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뭐였냐면, 집 지을 때 공사하는 아저씨가 커피를 좀 달랬는데 집주인이 안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보복으로 어딘가 모르게 집이 새도록 만든 게 틀림없다는 얘기다.
물론 진실은 알 수 없었고 심한 침수를 겪은 다음에 이선생님은 이사를 했다.
혹시… 이 작업자도 같은 심정이었을까? 뭔가 화가 나서 보복으로?
(흠 담에 방문할 때는 물어봐야겠다, 커피를 안주거나 화가 나게 했는지)
어쨌거나 정말 인내력 테스트다, 내게는.
난 무슨 죄로? 흑
그래서 결론은…. 일은 즐겁게 해야한다. 서로가!

만년필 가지고 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건 내 손 아님. 난 손톱을 매우 짧게 깍는다.)

시커먼 펠리칸 만년필을 기어이 입양 보내기로 결정하고 개나리색 라미를 손에 넣기로 했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시원한 아쿠아마린에도 눈이 갔지만 겨울엔 좀 차가운 느낌이 날 것 같고 쉬이 싫증이 날 것 같기도 해서 밀렸다. 눈이 확 가게 이쁜 것들은 대체로 그런 법. 시커먼 것만 써온 내게는 개나리색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매해 피어나는 개나리가 반갑지 않을 때가 없으니 개나리색에 싫증이 날 리야, 라는 생각이다.

입문용으로 많이 선택되는 라미는 색이 정말 이쁘고 저렴해서 색깔별로 모으는 사람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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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가격이 마구 뛰고 있다 해서 좀 망설이다, 냅두는 건 물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싶어 결정.
펠리칸은 일명 고시용펜이다. 몸체가 피스톤 역할을 하는 플런저 방식(몸통 자체가 잉크통)으로 잉크가 많이 들어가고 부드럽고 섬세하게 써져 고시생들에게 많이 선택되는 모양이다. 대형기, 고급형이 아니면 가격도 합리적인 편.
다만 캡닫는 방식이 똑딱이가 아니라 돌려닫는 트위스트인 것이 좀 불편하고, 갖고 있던 모델의 닙이 연성이라 필압이 강한 편인 내겐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써본 m400과 m250은 크기도 내 손에 부담스럽지 않고 가벼운데다 심히 부드러워 만년필과 친해지게 만들었고 볼펜이나 수성펜은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마음에 잉크 하나를 같이 주문했다. 송로(솔잎에 맺힌 물방울)라는 이름을 가진 색이다.
엊그제 일종의 청탁을 한 친구에게 뇌물로 나누어 줘야겠다. (내 팔자에 청탁을.. 흐흐)
몇 년 전 Gris Nuage(steel grey)라는 이름의 잉크를 선물로 주며 “비 오기 전의 하늘빛이래”라고 했을 때,
심히 좋아라 하며 “이래서 넌 내 친구야”라고 말했던 그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