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평등을 향한 저항의 본능

“….. 불평등은 언어가 없어도, 교육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평등과 그것을 위한 저항은 소위 ‘의식화’나 교육의 결과가 아니고 동물적 본능이다….. “

그 본능조차 상실해가고 있는, 불평등에 무감각해져가는 인간들이, 불평등에 저항하는 원숭이를 보며 웃고,
내 머릿속엔 씨네마천국에서 본 <혹성탈출>의 한 장면이 스쳐간다.    
바쁜 일 끝낸 후에 다운받아 봐야겠다.

무더위

한여름에 태어나서인지 더위를 심하게 타는 편은 아닌데, 이 눅눅하고 습한 기운은 참 별로다.

이 축축함과 촉촉함 사이, 건조함과 뽀송함 사이에 존재할 쾌적한 습도에 대한 생각이,
감정과 이성, 이완과 긴장, 친밀함과 관계의 거리 사이에 존재할 적당한 균형의 좌표를 가늠해보게 만든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에 대한 약간의 힌트도 얻을 수 있었으니 그 시간들을 그리 아쉬워할 건 아닐 것이다.  
그리 되기 위해선 앞으로의 처신이 중요할 터.
무엇보다 균형의 문제, 그리고 내게 필요한 ‘개체거리’를 생각할 것.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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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가 도착했다.






에피톤 프로젝트 – 정규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10점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파스텔뮤직






Seoul Seoul Seoul10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외 노래/Beatball(비트볼뮤직)

간밤에 에피톤 프로젝트를 듣다가 주문해버린 시디 두장이 오늘 오전에 도착했다. 놀라운 알라딘 배송.
우연이었지만, 받아본 두 장 앨범의 타이틀을 보니 그 조합이 재미있다.
낯선 도시와 서울.

Seoul Seoul Seoul은 서울/홍대의 음악씬을 응원하는 기획모임으로 시작되었다는 라운드앤라운드의 대규모 컴필레이션 프로젝트. 포크, 록큰롤, 블루스, 일렉트로니카 등을 아우르는 27팀의 뮤지션이 그려내는 서울의 모습이 두 장의 시디에 빼곡히 담겨있다.

얘는 오늘 만나기로 한 고래동생에게 재취업 선물로 줄 생각이다.
요즈음 오래된 시디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데 재미를 붙인 모양이니 잘 들어줄 것이다.
(두 장이라 가격이 좀 세니, 고래에게 엠피쓰리로 변환해달라 해야지. 설마 거절하진 않겠지? ) 
서울 변두리에서 나고 자란 나와 다른 서울 경험을 지닌 그녀에겐 (아마도) 이 도시와 취업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새로이 손잡은 이 도시 속의 일자리가 그녀에게 즐겁고 신나는 경험들을 잔뜩 안겨주기를 바라며.

작정하고 투정

오랫만에 포맷을 해보니 참 기술발전이 빠르다는 걸 알겠다. 고새 이렇게 빠르고 간편해진 줄 알았다면 미루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인가. 한 번 포맷하고 온갖 프로그램을 깔아 정비하는데 꼬박 하루 이상을 잡아먹던 시절에서?

어제는 전철에서 수인선이 다시 다닌다는 안내문을 발견하고 흘러간 세월을 헤아려 보게 되었지.        
정겨운 추억의 수인선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구나, 감상에 젖어,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가슴에 스산한 바람을 맞고 있던 지난 날의 한 장면을 떠올리다가, 사라져간 줄 알았던 수인선이 말끔해진 모습으로 재등장한 안내 사진을 보는 느낌은 어찌나 묘했는지 말야.
이제 다시 수인선을 타게 된다면 그 안과 밖의 풍경들이 예전과 얼마나 다를 것인지는 안 타봐도 알겠어.
그래도 한 번쯤 다시 타보고 싶네. 어린 시절 그 친구와.

아일랜드에서 온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지내는 것 같아 기특하고 고마워.
좋은 환경에서만 지내왔던 아이들이라 좀 우려가 되었었는데.
쓸데없이 생각도 많고 걱정도, 투정도 많은 어른들에 비해 확실히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훨씬 심플하고 쿨하고 그래서 건강하고 예쁜 것 같아. 부럽지.

제대로 철이 든 어른이지도 못한 주제에 그런 미덕도 가지지 못한 나는 오늘 잠적하고 싶다는 욕망이 와락 끓어올랐어.
조만간 정말 그래야할 지도 몰라.
정상적인 댓가를 받는 일 말고, 혈연과 지연으로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는 사람들이 들이미는 ‘부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거든.
“누가 나한테 시나리오 하나 좀 써줘봐, 하고 들이밀지는 않지”라고 한 김작가의 말처럼, 내가 하는 일들이, 할 줄 아는 일들이 하필 그렇게 부탁하기에 좋은 일들이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면 내가 원래 머슴 기질을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 이젠 정말 생물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기반이 너무 열악해지니 감당을 못할 거 같아.
잠적해버려야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나를 바꾸어야겠어.  
포맷후의 피씨처럼 그렇게.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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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듯 비를 퍼붓던 지난 밤의 광화문.
땅 속 물기가 체관을 타고 올라오듯, 운동화로부터 청바지를 통해 젖어올라오는 빗물의 묵직한 느낌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을까?
쏟아지던 빗물과 홀짝거리던 알콜음료와 어쩌면 옛 기억으로도 한껏 젖어 보았던, 이문세의, 또 어떤 이의 광화문 거리.
누군가에게나, 어딘가에는 있을, 그런.

….

빗소리가 참 좋다. 비내음도.

오랜 가뭄의 시간동안, 나도 참 가물어 있었나보다.

빗속에서 바다냄새가 훅 끼쳐지면 거의 반사적으로, 비가 원래 바다에서 온 거니까요, 하던 그의 말이 떠오른다.  
이런 날 동해바다를 보면 얼마나 좋을까.
어젯밤 ㅈ과의 통화가 생각난다.

“이번엔 안되겠다. 요즈음 마음이 많이 까칠까칠 뾰족뽀족해져서 바다를 보러 함께 떠나고 싶었는데 아쉽네. 여기 빠지고 정말 같이 가고 싶은데 안되겠다”고 말하니, 충분히 함께 아쉬워해주던 ㅈ.
내가 한 주 미뤄 정해놓은 약속인데 어찌 잊고 있었을까. 우리측 멤버 3명이 모두 잊고 있었다는 것. 각자 다른 약속들을 만들어놓고 있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이건 어떠한 무의식의 작용인 것인가, 하고
이렇게 시작부터 잡음이 많고 서걱거리는 일이 흔들리지 않고 2~3년을 갈 수 있을까?
진행자와 그러한 불안의 요소들을 언급하다가, 힘든 산행길에서 모두가 지쳤을 때는 외부의 작은 요소들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런 상황들을 버티어 가는데 일행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얘기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을 내게 가르쳐준 산들과, 그 산길을 함께 했던 일행들이 떠오른다.
누군가와 달리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나는 삶에서 필요한 많은 것들을 산에서 배웠구나, 라는 깨달음.
두달이 훌쩍 넘어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 데이타만 정리해서 넘겨주면 끝이다.
신경 쓰이는 까다로운 작업 때문에 미뤄놓거나 제껴놓았던, 메모리카드에 꽉꽉 차 있는 강화도 사진들 같은 잡다한 일들을 하나 둘 체크해본다. 피씨 포맷도 해야하지, 참. 사진정리는… 토욜 보충촬영 다녀와서 해버릴까?
에라 오늘은 그냥 다 잊고 빗소리 들으며 혼자만의 조용한 게으름을 즐겨봐야겠다.
누군가의 말투로, “인생 뭐 있어?” 하면서…
그런데 하루는 참 너무 짧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