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문자

이런 늦은 시각 네이트온에 접속해서 함께 일했던 프로그래머를 찾은 건, 같이 사이트를 만들어준 업체에서 비밀번호가 안먹는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사 퇴근을 했다는 얘기에 위로를 보내고, 간략한 안부와 용건을 전달하고, 조만간 봅시다, 라는 상투적인 말에 상투적 답변을 하려는 순간 한 문장이 날아왔다.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 라니. 이건 우리의 상투적인 대화 속에는 없던 단어인데.

함께 일하던 동료 사이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말을, 나는 참 인색하게 써왔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조만간 봅시다”와 “조만간 봅시다. 보고 싶어요.”는 참 다른 뉘앙스를 준다는 깨달음.



나의 “어”, 라거나 “네”라는 짧은 답문자에 상처 받았다 하던 몇몇 얼굴들이 떠오른다.

사장님은 어제 내게 “네”와 “네, 알겠습니다.” 혹은 “네~”의 엄청난 차이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해줬더랬지.

내가 쫌 건조한 인간형이라는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짧은 답문자가 그리 폭력적일까?” -,.-;;)

철없이 산다는.

철없이 산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무 생각없는 게 아니라, 속으로 치열하게 저항하며 살아온 거죠…

라는 그의 말이, 움츠러들었던 가슴에 반갑게 꽂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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