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a with 에피톤 프로젝트,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 가요

꽃처럼 싱그럽고 어여쁜 가수의 노래를 듣다가 며칠 전 이화이모님의 포스팅이 생각났다.

바나나오트밀스무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나나오트밀스무디.
saol이 이삿짐 싸는 와중에 냉장고를 뒤지더니 이런 걸 만들었다.  

이런 걸 아침마다 먹으면 달콤상큼한 인생이 될 거 같지만,
내 방의 냉장고는 아무리 뒤져도 이런 게 나오진 않으니
아직은 내겐 촬영소품.  

자세한 레시피는 여기(http://blog.naver.com/project__h/100186884782)에..

안부인사

How is the world treating you?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준 <English Expression Dictionary>에 나온, 어떻게 지냈어? 라는 뜻의 영어표현이다.  
직역하면 ‘세상이 너를 어떻게 대해?’ 쯤이 될, 이 관용적인 표현에 담긴 뉘앙스가 나는 재밌다.
같은 편으로 세상을 대면하며(때로는 대적하며) 살아가는 동지적 의식같은 것이 느껴진달까?
   
경험적으로 취약한 분야여서 잘 모르긴 하나 가끔 가족이란 것의 큰 효용중의 하나가 “고자질(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이르기, 라고 해야하나?)”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부의 세상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이가 나에게 어떤 부당한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토로하고 공감을 얻고 그리하여 같은 편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그 기반을 돈독히 지켜가는 공동체.
물론 모든 가족이 그렇지 않을 것이며(어제 티비에서 본, 서로 대화하지 않는 가족은 좀 끔찍했다.) 또한 가족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 같은 이들과 그러한 공감을 나누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그게 또 삶을 살아가는 힘이 꽤! 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때로 무조건적이고 대체로 가장 완강하기도 한 것은 역시 가족. 그런 분위기를 엿보게 될 때, 가족이란 참 위대한 것이로구나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기대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거나 삶의 무게가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나는 저 표현이 재밌다.
협의의 가족과 같은 공동체 안에서 통할 것 같은 인사가 그 경계를 넘어 통용되는 것 같은.
물론 그 영역은 세상의 타자들은 세상으로 배제된 것이겠지만.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How is the world treating you?

봄.

2013. 3. 21 더블린.

2013. 3. 21 더블린.


빗방울이 그다지 차갑지 않으니, 이제 정말 봄인가보다.

* 유배를 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고개를 쳐든다.
유배를 당하려면 무슨 역모라도 꾀하여야 할 것인데, 반역을 할, 그리하여 유배를 명령해줄 왕이 없구나.
유배지를 할당받지 못하여 자기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새?

조금 지치고, 조금 외로운 밤이다.  

적들이 읽을까 염려되는 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셜 마켓팅에 관한 책을 구입하려 알라딘에 들르고 보니 멤버쉽 등급이 강등되어있다.
한동안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았더니 그게 반영된 것이다.
읽고 싶은 책도 ‘업무상의 필요’라는 이름으로 맘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직장은 당연히, 전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다시 새로 시작한 일은 좀 다른 의미에서 ‘업무와 상관없는’ 책을 펴들 마음의 여유를 허락치 아니한 게 사실이다.
그러했던 시간들 때문인지 전에는 눈에 안들어오던 이런 책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런 책이 그냥 눈에 띈 것은 아니다. 로쟈 선생의 서재에 실린 리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이 책에 들어 있는 심리 법칙으로 무장한 상대방이 당신을 골탕 먹여도 언짢아하지 마라”는 경고 문구에
넘어가 읽게 되었으며, “적들이 읽을까 염려되는 책“이라고 이 두 책을 뽑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 내놓고 읽기에는 멋쩍지만, 읽고 나면 ‘대체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란 물음에 머뭇거리지 않고 답할 수 있을 듯하다. 당신만
모르는 심리법칙 51가지? 이런 건 안 읽는 척하면서도 필독하도록 하자. 메모리에 저장한 다음에 보란 듯이 버려도 좋겠다(중고로
내다팔거나). ‘적들이 읽는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그의 소개가 재밌어 킥킥대다 마포도서관에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출중에 예약도 한도가 차있다. 적들이 정말 열심히 읽는 걸까, 아니면 적들이 읽는 책들에 대한 관심으로?
분량도 짧은 데다 이런 건 분명 지금 하는 업무에도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6900원에 되팔 수 있다잖아.. 라고 합리화하며 장바구니에 슬쩍 담아보는 나.
언제쯤이면, 읽고 싶은 책들을 아무 꺼리낌없이 맘껏 사고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슬쩍 스치고.
로자의 알라딘 리뷰.

 

일요일 오후.

조카 석윤이가 뛰다 넘어져 앞이빨을 깨뜨린 적이 있다.  

언니한테 전화로 사고 소식을 먼저 듣고 갔음에도,
오랫만에 만난 녀석이 검푸르게 변한 이빨을 드러내며 반갑게 “이모”를 부르자
내 눈에선 곧바로 굵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내게, 눈물겨운 존재들이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오랫만에 늦잠을 잤고 꿈속에서 J를 보았다.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많이 여위어 보여 콧날이 시큰거렸다.
꿈속에서, 이거 꿈이구나 생각하고 마음이 놓이고 슬핏 웃음이 나왔다.
* 점점 심해지는 감기로 인한 불편과 무력감을 참기가 어려워 동네 한의원까지 갔다가 들은 얘기 중 하나는,
내 호흡이 내 맥이랑 잘 안맞는다는 것이다. 박자가 어긋난다는 거다.
“어, 그건 원래 지가 알아서 맞춰서 하는 거 아닌가요?” 라는 내 물음에,
“원래는 그러한데, 때에 따라서 그게 잘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그래서 메트로놈 앱을 켜놓고 3초 정도씩 일정하게 호흡을 하는 연습을 하란다.
호흡기와 연결된 목감기가 잘 걸리거나 폐와 관련이 많은 시차적응이 힘든 것도 그 때문이라고.  
호흡을, 숨을 쉬는 연습을 해야한다니.
나는 왜 사는 일에 이토록, 몸 속까지 서투른 것인지. 참.    

무례한 교양

이사횟수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도 이런 집주인을 만나기는 처음.

J 미대 교수 남편과 H 음대 교수 아들을 자랑하는, 그 시절에 일본 유학 생활을 오래 했다는 우아한 싸모님이다.
내 앞으로 3명을 짤라버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알아 차렸어야 하는데, 비교적 좋은 환경과 조건에 혹했던 게 실수였다. 무슨 선이라도 보는 듯이 꼬치꼬치 개인사정(직업과 출신학교와 부모님 거처까지)을 물어대던 싸모님은 계약한 다음날 다시 확인을 받아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 내용은 이 땅에서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폭력적인 편견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으로(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 편견은 내 인상을 꽤나 맘에 들어해 적극적으로 입주를 회유하던 그녀로 하여금 계약시에 내 나이를 확인하자 곧장 태도를 바꾸게 만들 만큼 완강한 것이었다.
그 방 바로 위에 침실이 있다는 그녀는 어쨌거나 방문을 열어놓는 여름밤에도 잠 자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했고, 원하면 계약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물론 그런 무례함을 이유없이 감내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부동산 중개인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고, 맛난 걸 사주겠다고 수차례 말했으며, 결국은 그가 소개해준 더 나은 곳을 계약했다.
말이 절대 통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그랬긴 해도, 별 말을 해주지 못한 건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참 무례한 교양을 가지셨군요.”라고 문자나 함 날려볼까.
“갑”임에 분명한 세입자를 이리 대하다니…
아, 정말, 재수없어…
(소심한 복수로 높은 교양을 자랑하는 그들 이름을 기억해둔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돈방석.
어느 부동산 사무실의 방석이다. 이리 생긴 줄도 모르고 털썩 앉았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난, 여기 앉아야지 하면서 소파 내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이땅에선 이제 특이한 취향도 아닌, 이 시대의 몰취향.  

이사

바람이 몹시도 많이 부는 날, 가슴팍에 부는 바람 가득 안고 이사할 집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나 많이 했어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일.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가슴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일이다.
성과가 없어 더욱 성기고 모서리 닳은 수세미 모양을 하고 만난 지인들의 술자리는 반갑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맘 가까이 알아채는 그들의 공감, 염려는 고맙기 그지 없다.
그 공감과 염려를 차곡 마음에 챙겨둔다.
오늘 챙겨두고 싶은 또 하나.
“단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몇백만의 세계, 인간의 눈동자와 지성과 거의 동수인 세계가 있고, 그것이 아침마다 깨어난다.”  –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나, 이거 안다니깐요… ^^;; )

오트밀 미역국죽

아직도 시차 적응중인지 잠을 잘 못 이루고 자주 일찍 깬다. 물론 그래서 종일 졸리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땅에서도 늘 시차를 느끼곤 했던 듯 하다. 늘 조금씩, 때로는 꽤 다른 시차를 살고 있는 느낌이었지. 대체 나는 어느 땅에서, 혹은 어느 별에서 왔단 말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어시 쯤 잠이 들고서 다섯 시에 잠이 깨고 나니 속이 허전해 이런 걸 만들었다.
일명 오트밀 미역국죽.

잠이 안와 이런 걸 만들고 있다니. 

난 정말 제2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게 맞지 싶다.
보기보단 꽤 맛났다. 촬영 후 바로 먹어치워 버렸다. 깨끗이.

어제 진이가 갈쳐준 방법대로 끓인 미역국(물을 붓기 전 참기름에 볶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에 스틸 컷 오트밀을 두어 주먹 확 부어 팍팍 끓였더니 대략 현미밥 식감인데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큰하다.
무엇보다 쌀을 씻어 밥을 하는 수고가 없으니, 대략 나 같은 인종에게 안성맞춤.
게다가 여러 모로 몸에 좋다니 계속 아주 많이 친해봐야겠다. 전략적으로만은 아니게.

컴백 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방으로 컴백.
내가 내쉰 숨들이 딱 그만큼의 무게로 고여있는 곳.
반갑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