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bit, Ch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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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apple 로부터 선물받은 Fitbit Charge. 
얘가 보고하는 바에 의하면 오늘 이 시간까지 나는 2675걸음을 걸었고, 1.66키로 이동했으며, 622칼로리를 소모했고, 활동적 시간은 제로다. 간밤에는 6시간 38분을 잤는데 깨어난 횟수 1회, 뒤척인 횟수 14회로 기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편히 잔 셈이다.

이런 보고도 나름 재밌긴 한데,  이왕이면 모델명대로 Charge도 해주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기능은 없다.  -,.-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모두 방전되기 전에,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충전을 잊지 않고 나를 지켜갈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도시가스, 예외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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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무시한 딱지는 일주일 전,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 귀가했을 때 문에 붙어 있던 것이다. 
도시가스비를 체납해 가스 공급을 중단시켜 버렸다는 건데, 
이 한 겨울에, 차단이니 봉인이니 하는 붉은 색의 볼드체 단어들은 얼마나 섬뜩한가. 

정신이 번쩍 났다. 와, 내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구나, 하고.
이걸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건, 겨울 칼바람 같던 그 느낌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다.

사실상 체납한 사실이 없으며, 자동이체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 나가고 있던 걸 확인하고 잘못된 고지서를 시정해달라고 전화까지 했었던 나는 야간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공급재개를 요구했고, 밤 열시가 넘어 다시 내 방에 온기를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참기가 힘들었다. 
(시스템 에러가 아니고) 진짜로 체납을 했다 한들, 한 달을 밀렸다고 이 한겨울에 가스를 끊어버리다니요… 세금도 꼬박꼬박 다 내고 있는데 말에요… 이 놈의 나라가 뭐 이렇대요… 하고. 
두어달 전, 프랑스에선 공과금은 물론이고 한겨울엔 월세가 밀려도 세입자가 쫒겨나지 않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얘길 듣고 부러워하던 게 생각났다. 
 
그 화가 쉽게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자리에서 술김에 이 얘기를 꺼냈던 걸 보면.
그리고 들었던 반응중 하나.
 “혹시 정부에 뭐 잘못  찍힌 거 아니에요? 알고 보면 통진당원이라거나 ㅎ”
가벼이 던진 농담에 가벼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 결정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얘기를 꺼내들었다, 어느 진지한 어르신으로부터 뭐라 훈수를 듣기도… 

아감벤의 <예외 상태>를 주문하다가 한겨레에 실렸던 로자 선생의 글을 보았다.
제목이 “민주주의 위해 민주주의 희생하자는 논리“다.   

(…..) 오늘날 군사적 비상사태나 경제적 비상사태는 예외상태의 흔한 명분이 되고 예외상태는 상례가 되고 있다. 통상적인 통치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에서라면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의미를 잃는다. 아감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헌정 질서의 변환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 전체에서 진행중이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법학자나 정치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런 상황이 시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크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민주주의 자체의 일시적 희생 따위야 정말 사소한 것”이라며 예외상태, 곧 입헌독재를 옹호하는 한 헌법학자의 말이 섬뜩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와 함께 있지 않다. 
– 한겨레(1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