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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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졸이며 보던 드라마 “펀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막을 내렸다.
다행히도, 마음을 쓸어내린 결말이었다.
너무나 현실감 돋는 대사와 흐름에, 결말마저 그럴까봐 노심초사했던 건,
친구 말대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와 같아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권력의 장 안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욕망과 그 욕망을 관철시키는 방식들이
매우 적나라하면서도 꽤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역시 윤지숙 장관일 터인데,
태생부터 이 땅의 초갑으로서의 삶을 영위해온 윤지숙 장관이 끝까지 깃발처럼 내세우는 (그마저 자신이 선점한 것으로 여기는) 신념이란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인가?

펀치를 거의 본방 사수하며 시청하는 동안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를 얘기했었는데,
드라마의 성향상 시니컬한 반응이 많았다. .
정치적인 것엔 관심이 없다는,
진보든 보수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니
어디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머 뉴스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여 복장이 터질 지경인 때가 많긴 하나…

전철을 오가며 읽고 있는 책의 한 귀절.

“… 가장 나쁜 죄는 그런 행위들을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허위적 보편성 속에 희석시키는 일이다. 이런 게임은 당사자에게 두 가지 이득을 안겨준다. 하나는 투쟁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결국 다 똑같은 놈들이지’)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완전한 책임을 떠안고 상황을 분석하며 한쪽 편을 드는 어려운 임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젝,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65p) ”

드라마를 몰입하면서 보기는 쉽고 즐거워도… 이런 어려운 임무를 피하지 않는 건 그야말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헤르쯔 아날로그 (Herz Analog) – 바다

해질 무렵 세상이 검푸르러질 때쯤
마을엔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그 푸르스름했던 넌 나를 보네
참 반가웠어
그 한여름밤의 기억들이

그 소중했던 너와 그 바다가
여전히 곁에 남아
나를 여전히 설레게 해

모두 돌아가 달빛만 고요히 남은 바다
그 파도에 흐르는 우리 두 사람
그 달빛에 비춰진 넌 나를 보네
참 반가웠어
그 한여름밤의 기억들은

……

언더더스킨, 액트오브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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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코어도 확인하기 어렵게 된 14인치 TV를 치우고 무려 27인치 모니터 TV를 장만했다.
(친구가 주겠다던 55인치 TV는 대체 얼마나 거대할 것인가?)
그 기념으로 선택한 두 편의 영화는 <언더 더 스킨>과 <액트오브필링>.
전혀 다른 형식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닮았다.

1965년 인도네이사 군부의 민간인 학살에서 천여명의 생명을 빼았은 실존인물 안와르(액트오브킬링), 그리고 미션을 수행중인 외계인(언더더스킨)이 끔찍한 살인을 수행하게 하는 건 그들이 속해있는 사회, 혹은 어떤 체계다. 거기엔 어떤 사유도 반성도 없다. 그러나 어떤 계기(과거의 학살을 재연하는 영화 촬영, 미션의 대상이 아닌 어떤 타인과의 만남)로 그 완고했던 사회질서, 상징질서가 깨지게 되었을 때, 그들은 큰 혼란을 겪고 구토를 한다.
비로소 자신이 수행했던 일을, 그들을 지배했던 시스템의 시각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보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라는 이 천재적 감독이 궁금해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멋지다.

<액트오브킬링>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어떤 생각들을 촉발시키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더스킨의 결말은 좀 더 나아가 꽤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멋진 배우를 이렇게 보여주고 이렇게 사라지게 하다니… 대단하다.

핸폰 사진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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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던킨 도넛츠의 초콜렛 케잌과 함께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아, 벌써 2월이다.
시간이 너무 빨라,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누군가 “뭐 할 일 있어요?”라고 물어 살짝 맘이 흔들렸던 게 떠오른다.
그의 말마따나 이 생에 특별히 해야 할 소명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 “푸르른 이 청춘”이, 가버린 추억이 되는 일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고,
아무리 모든 게 헛헛하고 마음조차 헛헛하다 한숨을 쉬고 있다 한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이 생에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는 없다.

망원동 살 때 골목 초입에 있던 “도모다찌”라는 가게의 쥔장 아저씨는 가게를 옮기고 싶어했다.
내공 있어 보이는 요리사님들이 커다란 제스추어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맛난 요리와 생맥주를 먹을 수 있는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나름 맛집으로 소문 나 사람들이 넘쳐나게 된 상황에서는 당연한 바램이었을 게다.
어쨋거나 반가이 맞아주고, 서비스 요리도 자주 챙겨주는 훈훈한 가게가 집 앞에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어서
확장 이전을 알아본단 얘길 듣고 “멀리 가지 마세요..”라는 얘길 했던 적도 있는데,
그러다 내가 이사를 와버린 게 지난 여름이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이 가게가 우리 동네로 이사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기분 좋은 우연에 신기해하며 방문했던 응암동 “한접시”(이름이 바뀌었다. 응암동 이마트 후문 맞은 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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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가게는 예전의 아늑했던 느낌은 좀 덜 해서 아쉬움이 있지만, 음식이나 맛은 여전히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다만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사람들 보고 오라 하기엔 넘 멀고), 그리고 분위기상 (혼자 가기엔 좀 머쓱할) 자주 가긴 어려운 구조라,
자주 오라며 주신 서비스 요리를 맛나게 먹은 게 좀 미안한 감이 있다.
먹느라 바빠, 음식 사진밖에 엄다.

미분당

H가 평생 먹어봤던 쌀국수 중 최고라며 소개해준 신촌의 미분당.
현대 백화점 뒤쪽에 있다.
추운 겨울날 줄 서서 기다리게 하는 맛이 대체 무언지 궁금해하다 먹어서 배가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만족스러웠던 걸로 기억.
주의해야 할 건 떠들면 혼난다.
누구라도, 혼자라도 와서 조용히, 편안히 먹고 가게 하고 싶다는 과묵한 청년들의 생각이 기특하다.

핸폰 케이스를 교체했다.
안전만을 생각한 무식한 모델을 버리고, 고르고 골라 선택한 게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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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 in Love 라는 제목의 일러스트 작품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엽서 한 장과 함께 왔다.
한데 색칠이 좀 희끗한 부분이 있고 핸폰 잭이 잘 안맞아 QA를 남겼더니만,
담당자가 직접 내 사무실로 찾아와 테스트를 해보고선 다시 며칠 후에 재방문해 새 것으로 교체해줬다.
받은 명함을 보니 Dot 이라는 회사의 이사.
미생의 장백기와 닮은 외모만큼이나 훈훈한 그들의 젊은 열정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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