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陰謀)

에피쿠로스는 “우정이란 음모(陰謀)”라고 했다지.
신영복 선생님은 그에 덧붙여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구조속에서 음모는 “든든한 공감의 진지”라고 말씀하셨고.

그런데 그 음모가 불온함보다 “든근한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그 관계 내에서만임을.
그 관계가 어긋나거나 틈이 생긴 후 드러나는 맨 얼굴의 음모는 그야말로 음모일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불온하고, 더러 초라하기도 한 것임을.
그리하여 우정이든 사랑이든 지나가는 것은 그저 그대로 지나가게 해야하는 것임을.

이 화사한 봄날에 이런 칙칙하고 서글프기도 한 생각이 드니, 고개를 들어 크게 휘휘 저어 본다.
이른 더위, 라는데 난 왜 으스스하지.
어서 창문 있는 곳으로 이동을 서둘러 봐야겠다.

선데이 시크릿, 바램

뒤척이던 내 방 한 구석에 이젠 나올 법도 한데 찾으려 하면 사라져
한없이 간절했던 지난 나의 설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
소중한 것은 움켜쥘수록 다가가려고 할수록 조금씩 멀어지는 걸
너에게 들려줬던 지난 나의 노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

**현실 감각은 무뎌가고 떠밀려 오는 삶의 무게가

오늘도 내일도 멈춰 서게 한다 꿈이라는 저 언덕 아래
나이란 놈을 먹어갈수록 수염이 굵어 갈수록 나는 더 작아지는 걸
너에게 들려줬던 지난 나의 노래 이제는 끝이 없는 바램

긴 밤, 이른 출근

두 세 시간을 뒤척이다 일어나고 말았다. 따끈한 우유와 자른 양파도, 난해한 헤겔 정신현상학 책도 잠을 이루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잠이 줄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혹 죽은 이들이 산 자들의 잠을 깨우러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창가에 검은 빛들이 어른거리고 습히고 찬 기운이 지나가는 듯도 하였다.
벌써, 1주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