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달력, 이런 집 따위… 없는 세상을 위해…

오늘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철원에 있는 공원묘지에 다녀왔다.
오래전 어머니가 가신 날엔 오늘처럼 비가, 아버지가 가신 날엔 차가운 눈발이 뿌옇게 날렸더랬는데
오늘 날씨도 종일 그렇게 추적추적 비가 흩뿌렸으므로 갖은 상념속에 마음은 깊이 깊이 가라앉았다.
근래에 장례식만 두 번이나 다녀 온 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 묘지 입구에서 보았던 “우리 가족의 마지막 집” 이란 광고문구는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이화님의 블로그 “들녘葉書“에서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흐믓하게 받아보신다는 소식을 보았다.
이 달력의 초창기엔 나도 몇 개씩 구매해서 비싼 배송비를 물면서 해외에까지 보내고 그랬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한 중에 그냥 지나쳤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러한 이미지들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달력 이미지로 소비되는 는 것이 마음이 꽤 불편하다는 것도 있었는데…
주문기한이 지난 걸 알게 된 그 날엔 꿈을 꾸었다.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걸로 어쩔 줄 몰라하는. 참 알량하게도.
그래도.. 이리 꾸준히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아래 링크는 그 달력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노순택 사진가가 보내온 것이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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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날을 고민하고 쓴 글이라고, 꼭 읽어달라고 보내온 글은 꽤 길고, 위의 사진처럼 춥고 무겁다.
아, 정말이지 저런 최소한의 달력, “이런 집 따위”  “필요없는 세상”이 오기를…

꽤 긴 글의 말미에는,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짓기 위한 제안이 있다.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히 씻을 수 있고 포근하게 잠을 자기 위한 쉼터로 이용될 집이고, 이런 집 따위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한 집이란다.

* 노순택 작가의 갤러리 사이트를 엊그제 오픈했다.  suntag.net
이전 티스토리 블로그의 데이타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고생은 마니 하였지만 그리 많은 손상없이 잘! 오픈해놓고 나니 흐믓하다.
(막상 그 주인은 이 엄혹한 시대를 치열하게 사느라, 이러한 일들로 너무 바빠, 신경도 못 쓰고 있으나… ㅠㅠ )

들녘을 걷고 싶을 때 언제든 오라시는 이화님의 말씀이 눈물겨웠던 이후로 호시탐탐 길을 나설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눈앞의 상황이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내 개인적으로도 꽤나  추운 겨울이 될 거 같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