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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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드라마 ‘도깨비’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전부터 좋아라 했던 (인스탄트 커피를 마시게 되면 대체로 카누를 선택한다. 루카스는 맛이 없다) 공유의 멋짐이나, 상큼하기 그지 없는 김고은의 어여쁨과 그 둘의 달달한 연애가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과거와 기억을 다루는 방식이다.

훈훈한 브로맨스를 보여주며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주로 이런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주는데, 한쪽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슬픈 도깨비이고, 다른 이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슬픈 저승사자다. 가슴에 박힌 칼을 열쇠로 풀려나갈 도깨비의 사연이라든지, 전생에 지은 죄로 저승사자가 된 자의 이야기는, 숨막히게 전개되는 가히 초현실적인 오늘날의 사태 속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타지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슬픈 저승사자가 두루마리 그림을 보게 되는 씬이다. 그림 속에서 한 여인의 얼굴을 맞닥뜨린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찌르는 듯한 가슴의 통증과 함께 ‘닭의 똥’같은 뚝뚝 눈물을 흘린다.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가 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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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로써 기억은 삭제되었지만 그가 인식하는 기억과 상관없이 과거는 실재하고, 한 여인의 그림으로 인해 촉발되고 호출되어 그의 지각에서 현재화되는 순간이다.
여인의 그림은 (바르트의 표현을 빌자면) 그렇게 살아 움직이고, 그는 과거로의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연말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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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말연시. 사소한 사치로 나만을 위한 트리를 밝혀본다.
트리면 나무가 있어야 하지만, 책이 원래 나무였으니.
자잘한 불빛들을 은은하게 켜놓고 있으니 한겨울 내 방안이 두 배는 훈훈해졌다.
새해엔, 감당못할 행운이나 행복, 즐거움은 없더라도-없겠지만- 이리 사소하고도 작은 불빛 같은 기쁨들이 종종 있어주기를.
내 어둡고 추운 나날들을 훈훈하게 밝혀 주기를 소망한다.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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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끼던 노란 이불이 타닥타닥 소각되던 때 부터였으니 꽤 오래 되었다. 노란 색상이 내게 애도, 그리움의 빛깔로 자리잡은 것이.
한데 노란 빛깔이 불러 일으키는 그 애도와 슬픔의 정서가 이젠 이 땅에선 너무도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이미지 타이틀 백그라운드에 노란색의 코드를 입력하며 떠올렸다.
벌써 1주기가 되었다.

떠나간 이들과 온갖 떠나간 것들이 현재로 소환되는 계절.
비는 추적추적 오고
이제는 떠나보내야할 것들도 줄을 서니,
올해도 알콜 없이 연말을 보내기는 어렵겠다.
남은 2016의 날들은 막 살아야지.
처절한 반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 얄님의 블로그에서 한 귀절.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했다. “생은 각자의 생이다. 그래서 생에 대해 진지하게 철학을 하고자 한다면 속에서부터, 유일무이한 자기 내면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논한다는 조건으로 철학해야 한다.”고. 예술이야말로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퇴원해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쓸 때 기본 명제로 삼을 만하다.

거듭나는 한 해를 위해! 나도 이 명제를 가슴에 품어 봐야겠다.

나는 은평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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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표를 가져간 은평갑의 박주민 의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된 9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참관을 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는 사진을 보면, (다시 봐도) 유가족이 된 듯 콧날이 찡해진다.
이 아름다운 청년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한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조금 더 오래 살아, 그런 모습을, 그런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 이 땅에서.
(한데 이 사람 정말 동안이네… )

관련기사

* 탄핵이 가결되었지만 여전히 조마조마하다. 앞으로도 꽤 오래 그럴 것이다.
이 땅의 격동기를 살면서 누적된 적지 않은 경험이 낙관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
그 쉽지 않은 낙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윤종신 – 배웅 with Pianist 김광민

[vc_row][vc_column width=”1/1″][vc_video link=”https://youtu.be/HR_NEwTxxQ8″][/vc_column][/vc_row][vc_row][vc_column width=”1/1″][vc_column_text]광장의 촛불과 함성이 끌어낸 유의미한 첫 결과를 보며 한 숨 돌리고 나서.

팬텀싱어, 라든가.
멋진 청년들이 나와 근사한 노래들을 뽑아내는 티비프로에서 성악하는 이들의 편곡으로 들은 후 여운이 남아 찾아 듣고 있다.
더욱 부드러워진 음색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르는 노랫말은… 이 사람의 노랫말은 정말 잘 들려… 너무 찌질해서 진짜 같고, 아마도 진짜일 것이고, 이제는 그립기도 한 그 찌질함을 아름다운 노래에 담아놓으니, 울컥해지면서도 위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

암튼.. 하마트면 버스 차창을 보면서 눈물이 날 뻔한 걸 용케 참았다.[/vc_column_text][/vc_column][/vc_row]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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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국에서 JTBC ‘뉴스룸’이 보여주는 탁월함의 하나는 저들의 언어에 대한 섬세한 진단일 것이다.
앵커브리핑은 말할 것 없고, 팩트 체크나 비하인드 뉴스에서 발휘되는 명쾌한 진단은 확실히 다른 뉴스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준다.어제의 앵커브리핑에 나온, 진퇴와 퇴진, 고백과 자백, 주장의 차이를 언급한 다음과 같은 발언도 그 예.

“대통령은 ‘진퇴’라는 단어를 말했다. ‘진퇴’와 ‘퇴진’이라는 단어 사이에도 비슷해 보이지만 커다란 간극이 있다”
“‘퇴진’은 구성원 전체나 그 책임자가 물러난다는 것이지만 ‘진퇴’는 직위에서 머물러 있음과 물러남을 모두 뜻한다. 즉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

“자신은 ‘주변을 관리 못한 것 외에는 잘못이 없다’는 고백도 자백도 아닌 주장”
“역사는 뜨거운 거울로 기록할 이 거리에서 우리는 그 역사에 무엇을 고백할 것인가”

하나 그보다 놀라운 건 저들의 언어이다.
두루뭉실한 “꼼수”를 감춘 음흉한 말들, 민중은 개, 돼지라거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망언들 뿐 아니라…  듣자 마자 소름이 끼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 비선조직 관련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라는, “응징을 체감시켜 반성하게 해야한다.”라는 문장

권력을 휘둘러 폭력적으로 응징을 하는 것도 모자라… 신체에 각인된 겸험으로 내재화시켜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주체로 만들겠다는 저 흉포하고 사악하고 끝내 뻔뻔한 권력이라니.

탄핵안 내일 처리 무산 속보가 날아오고,  촛불 집회의 피로도 계속 쌓여가고(콜록 콜록)… 누구 말대로 최소한 “근대시민”으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구나, 오늘 여기의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