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산행이었다.

실로 오랜만의 산행이었음을, 온몸의 신경과 근육들이 재빠르게 알려왔다. 
오로지 인간의 편의와 문명의 이기를 위한 공간에 익숙했던 몸은 그와 전혀 상관없이 형성된 자연의 공간에서 방황하고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언젠가 봤던 것만 같은 산 위의 풍경들과 바다의 풍경들은 오랜 시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이가 변함없는 표정으로 나를 반기는 듯, 반가웠고 정겨웠다. 

 

먼 땅끝 마을까지의 투어를 함께 했던,  친구 소개로 만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큰 제스추어로 떠들썩하게 환대를 전해왔다.
건강하고 유쾌하여 매력적인 이들이었다.  그들 속에서 내 신체 나이는 잠시 십오년 쯤은 훌쩍 거슬러 올라간 듯도 하였다.

하나 모든 유쾌함과 흥겨움 속에는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이 내재해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언제 사라지려나 싶은 근육의 통증, 갑작스런 맛난 음식들에 과부하 된 소화기관의 긴장, 어쩌다 내 렌즈에 잡힌 친구의 흔들리는 눈빛 같은 것들이 그 피로에 살짝 무게를 더하는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